Home뉴스콜로라도 뉴스미로 따라 숨겨진 책 10만권… 콜로라도 1위 독립서점 “볼더 북스토어”

미로 따라 숨겨진 책 10만권… 콜로라도 1위 독립서점 “볼더 북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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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도 다녀간 , 스티븐 작품 배경이 볼더

볼더 다운타운의 보행자 전용 거리인 펄 스트리트 1107번지에는 콜로라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 ‘볼더 북스토어’가 자리 잡고 있다. 붉은 벽돌 건물 3층을 꽉 채운 2만 스퀘어피트 대형 규모로, 아마존 당일배송 시대에도 여전히 붐비는 독립서점이다. 오랜 세월 동안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 쌓인 해리포터 ‘필요의 방’처럼 미로 같은 구조에 서적 10만여권이 비치되어 있다.

볼더 북스토어는 지역 언론이 뽑는 ‘베스트 오브 볼더’에 1987년 이후 매년 이름을 올려왔고,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로부터 ‘2018 올해의 서점’으로 선정됐다. 뉴욕 타임스·덴버 포스트·데일리 카메라에 자체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고하는 명문 서점이기도 하다.

알고리즘 대신 손글씨 카드로 꾸민 큐레이션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층마다 촘촘히 분류되어 구불구불 계단으로 연결된 서가가 이어진다. 1층과 2층은 소설, 비소설, 잡지, 역사, 인문,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으로 빽빽하다. 매장 곳곳에는 직원들이 직접 책을 읽고 짧은 메모를 붙인 ‘직원 추천’ 코너가 놓여 있다.

책 표지마다 붙은 손글씨 카드는 그 책이 왜 인상적인지, 누구에게 권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검색어 기반 알고리즘이 책을 추천하는 온라인 서점과 달리, 손님의 발길 따라 책을 만나도록 짜인 배치다. 방문객들은 빼곡한 서가와 3개 층을 오가며 “책 속을 헤매듯 건물을 헤매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서점이 들어선 옛 건물 3층에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연회장(ballroom)이 있는데, 화려한 옛 장식이 그대로 살아 있어 건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넓은 도서 진열 공간과 강연용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연간 200회 이상의 저자 강연, 출간 기념회, 독서 토론회를 개최한다.

볼더를 사랑한 스티븐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도 다녀간

볼더 북스토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부터 콜로라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작가들까지 폭넓게 거쳐 갔다. 대표적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와 <미저리>,<샤이닝>,<스탠드>로 유명한 미국 스릴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 등 유명 작가들이 볼더 북스토어를 찾아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스티븐 킹은 1970년대 볼더에 거주하며 대표작 <스탠드>의 배경으로 볼더를 설정했고, 록키 국립공원 근처 에스테스 파크의 스탠리 호텔에서 영감을 얻어 <샤이닝>을 쓰는 등 콜로라도와 깊은 인연이 있다. 또한 지역 기반 작가들에게 지속적인 발표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대형 체인 서점과 달리 작가 소개에 유·무명을 가리지 않는다.

볼품없는 동네 책방에서 볼더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콜로라도 1위 독립 서점의 시작은 소박했다. 1973년, 당시 스물일곱 살이던 창업자 데이비드 볼덕(David Bolduc)이 문을 열었을 때는 책장 열 개와 직원 다섯 명이 전부였다. 지금 서점이 있는 자리에서 몇 집 건넌 위치에 책방 뒤편은 멕시코 수입품 가게, 지하는 화분 가게가 사이좋게 나눠 쓰던 공간이었다. 볼더 펄 스트리트가 지금의 보행자 몰로 정비된 것은 서점 개점 4년 뒤의 일이다. 당시 펄 스트리트는 오래되고 쇠락해가던 거리였다.

창업자 볼덕은 미 전역에서도 상인연합이 극히 드물던 시기에 결성된 볼더 독립상인연합(Boulder Independent Business Alliance)의 창립 멤버로, ‘로컬 쇼핑’ 운동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쟁 반대 운동가로 전국을 여행하던 길에 볼더를 지나다 콜로라도 자연의 풍광과 사람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콜로라도에 정착해 시작된 것이 볼더 북스토어였다.

결국 아마존을 택해도독립서점이 살아남을 있었던 이유

볼더는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의 사무소와 콜로라도대학교(CU Boulder)의 수요로 디지털 매체 접근성이 높은 도시다. 그럼에도 종이책을 찾는 꾸준한 지역 수요가 있다. 10만 권 재고는 대부분의 책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손에 넣을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수장고 기능을 하는 셈이다.

온라인 서점보다 비싼 가격과 번거로운 반품 절차에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도 있다. 솔직한 볼멘소리는 독립서점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고민을 드러낸다. 창업자 볼덕도 “가장 큰 위협은 A로 시작한다”며 아마존을 가장 큰 적수로 꼽았다.

볼더 북스토어는 올해로 53주년을 맞았다. 볼덕은 최근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책이 죽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산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생존의 비결은 대도시가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대형 서점 특유의 밀도와 서점 안에서 오가는 관계의 친밀함이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앞서 존재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위에 자신이 무언가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변화가 빠른 도시 볼더에서 반세기를 버틴 이 서점은 변하지 않는 것들의 증거로 남아 있다.

부동산이 이겼다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독립서점, 건물 매각으로 지난달 폐업

지난달 한국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차린 종로구 서촌의 작은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8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서점이 위치한 건물이 매각되며 세입자들이 모두 나가야 했다. 한강이 책을 골라 꽂고 손으로 소개 글을 써 붙이던 열 평 남짓한 공간은, 한강의 이름 덕에 오른 동네 땅값에 밀려났다. 주인의 뚝심만으로는 지역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서점을 지키기 어렵다. 비싸고 불편해도 굳이 그 문을 미는 사람들이 있어야 자리는 비로소 자리로 남는다. 볼더 북스토어를 지켜온 것은 볼더의 주민들과 멀리서도 방문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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