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너지 부담 겹쳐…콜로라도 한인 업주들 “매출은 줄고 비용만 늘었다”
미국 경제는 공식적인 경기침체 상태는 아니지만, 소상공인이 느끼는 경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1.5% 성장했다. 그러나 1분기 성장률 2.1%보다 낮아지면서 경기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였다.
고용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7월 비농업 일자리는 2만3,000개 감소했으며 소매업에서는 1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률은 4.1%였다. 콜로라도 실업률은 3.9%로 전국보다 낮았지만, 전체 실업률과 한인 자영업자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덴버 물가 3.9% 상승…에너지와 식비 부담 커져
덴버·오로라·레이크우드 지역의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17.2%, 휘발유는 25.6% 올랐다. 외식비는 4.1%, 가정에서 구입하는 식품 가격은 2.9% 상승했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도 에너지 가격의 위험 요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와 석유제품은 전쟁 전인 2025년 4분기 하루 평균 2,160만 배럴에서 2026년 2분기 490만 배럴로 급감했다. 일부 물량이 다른 항로와 송유관으로 이동했지만 운송비와 보험료 상승 위험은 남아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7월 29일 기준금리를 3.5~3.75%로 유지했다. 연준은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과 여전히 높은 물가를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연방부채도 8월 20일 기준 40조300억 달러에 달했다. 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와 투자자의 높은 수익률 요구는 장기금리와 상업용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현재의 고금리는 국가부채 한 가지가 아니라 물가와 에너지 가격, 연준 정책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손님 줄어든 모텔, 고금리 차환까지 겹쳐 파산
객실료가 낮은 지역에서 모텔을 운영했던 한 한인은 손님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출 부담이 커져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2026년 만기가 돌아오는 호텔·모텔 담보대출 잔액은 전체의 약 30%다. 2026년 7월 전체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CMBS) 연체율은 7.86%까지 올랐으며, 새로 연체된 대출 가운데 66%는 만기가 지났지만 원금을 갚지 못한 대출이었다.
일부 우량 차주(借主)는 기준금리가 매우 낮았던 2020~2021년에 3~4%대의 고정금리 상업용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른 기간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16개월이다. 이 기간 연준 기준금리는 0~0.25%에서 5.25~5.50%로 상승했다.
2026년 현재 수익이 안정되고 신용과 담보가 좋은 호텔·모텔 대출은 대체로 6.25~7.25% 선이다. 그러나 독립 모텔이거나 객실 매출과 원리금 상환능력이 약한 모텔 업주는 사모대출이나 브리지론을 이용하면서 8~10%를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모텔 대출이 4%에서 9%로 오른 것은 아니며, 9%는 조건이 좋지 않은 고위험 대출 사례에 가깝다.
예를 들어 대출 잔액이 200만 달러이고 남은 원리금 상환기간이 25년인 모텔을 가정해보자. 기존 금리가 4%였다면 월 원리금은 약 1만557달러다. 일반적인 차환금리 사례로 7%를 적용하면 월 원리금은 약 1만4,136달러로 늘어난다. 매달 약 3,579달러, 연간 약 4만2,900달러를 더 내야 한다.
이는 덴버의 2026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19.29달러를 받는 정규직 직원 한 명의 연간 기본급보다 많은 금액이다. 객실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업주는 직원이나 근무시간을 줄이고 프런트 업무와 객실 청소를 직접 맡아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현금흐름이 나빠 9%의 고위험 대출을 이용한다면 월 원리금은 약 1만6,784달러가 된다. 기존 4% 대출보다 매달 약 6,227달러, 연간 약 7만4,700달러가 증가한다. 이는 시간당 18달러를 받는 정규직 직원 두 명의 연간 세전 기본급과 비슷한 금액이다.
연간 순영업소득이 18만 달러인 모텔이라면 원리금상환비율(DSCR)은 4%에서 약 1.42배지만 7%에서는 약 1.06배, 9%에서는 0.89배로 떨어진다. 1배 아래라는 것은 모텔의 영업수익만으로 원리금을 모두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 납부액은 대출 잔액과 만기, 상환방식에 따라 달라지지만 매출 감소와 고금리가 겹치면 매각이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연방 중소기업청(SBA)은 2026년 3월 1일부터 7(a)와 504 대출을 신청하는 업체의 직·간접 소유주 전원이 미국 시민권자 또는 미국 국민이어야 한다고 규정을 변경했다. 영주권자가 지분을 가진 업체도 현재는 해당 SBA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이는 모든 은행대출이 아니라 SBA 보증대출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폭염에 근무시간 줄자 소매점 매출도 감소
덴버는 8월 21일까지 8월 한 달 동안 네 차례 100도(섭씨 약 37.8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다. 폭염은 야외 건설과 조경, 배달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근무시간과 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덴버 지역에서 소매점을 운영하는 한 한인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야외에서 일하는 스페인어권 고객들의 근무시간이 줄었고, 사용할 수 있는 돈도 줄어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체 스페인어권 주민을 일반화한 통계가 아니라 해당 업주가 고객들을 통해 확인한 현장의 변화다.
식당은 원가 오르지만 메뉴 가격 더 못 올려
한인 식당업계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재료와 전기·가스비, 인건비는 계속 오르지만 메뉴 가격은 이미 여러 차례 인상해 더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덴버의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9.29달러이며 팁을 받는 식음료 업종 근로자의 최저임금도 16.27달러다.
한 식당 운영자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메뉴 가격을 더 올리면 손님이 더 줄어들 것 같아 그대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줄고, 가격을 유지하면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업종과 지역에 똑같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 에너지 불안, 대출 제한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자본과 현금 여유가 부족한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고 있다. 경제지표의 성장과 한인 업주들이 말하는 불황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