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폭행·절도·마약 등이 주요 사유
미국 국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25년 1월 20일 이후 외국인에게 발급된 비자 17만5천 건 이상을 취소했다고 8월 10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한 10만 건보다 7개월 만에 최소 7만5천 건 늘어난 규모다.
국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비자 취소 대상에는 체류 조건을 위반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 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벌인 사람, 폭력을 선동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한 것으로 판단된 사람이 포함됐다.
국무부는 대부분의 취소가 외국인과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의 접촉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사유는 폭행과 음주운전(DUI), 절도, 마약 범죄였으며 난폭운전과 성폭력, 아동학대, 사기, 횡령 등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중범죄 강간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납치·인신매매·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를 받은 사람, 헤로인을 소지한 채 법정 허용치의 3배가 넘는 혈중알코올농도로 운전하다 체포된 사람 등이 제시됐다. 다만 이 사례들은 국무부가 공개한 혐의 내용으로, 모두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무부는 북아프리카의 한 미국 대사관이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출산한 이른바 ‘원정출산’ 부모의 비자 100건 이상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국가의 대사관인지, 당사자들이 어떤 비자를 사용했는지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적 발언도 취소 사유에 포함됐다.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을 축하하거나 죽음을 정당화하는 글을 올린 외국인 여러 명의 비자가 취소됐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 정권의 영향력 공작과 연계된 쿠바인, 이란 정권과 관련된 이란인, 미국인을 적으로 부르며 대통령에 대한 폭력을 바란 쿠웨이트인 등을 외교정책상 추방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국무부는 비자 발급 이후에도 소지자의 범죄 기록과 체류 조건 준수 여부 등을 계속 확인하는 ‘지속 심사’가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 비자가 권리가 아닌 특혜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취소 조치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는 폭행·성범죄·인신매매와 원정출산 사례를 앞세우며 미국인의 안전을 위한 강력한 비자 단속이라는 국무부의 설명에 무게를 뒀다. 비자 소지자라도 범죄나 체류 조건 위반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번 발표를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이민 단속의 일부로 규정했다. 범죄 관련 취소와 함께 소셜미디어 심사 확대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외국인을 선별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인권단체의 비판도 함께 전했다.
비자 취소가 곧바로 모든 경우의 추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은 취소된 비자로 미국에 입국할 수 없으며, 미국 안에 있는 사람은 현재 체류 신분과 취소 사유에 따라 국토안보부의 별도 조치나 이민법원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비자 취소 통지를 받거나 체포·음주운전 기록이 있는 비자 소지자는 출국이나 재입국에 앞서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