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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 제동…대법원 “미국 출생 자녀는 시민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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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미비·임시 체류 부모의 미국 출생 자녀도 시민권 인정

미 연방대법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체류 신분이 서류미비이거나 임시 체류 상태라 하더라도 출생과 동시에 미국 시민권을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 바버라 사건(Trump v. Barbara)으로, 대법원은 2026년 6월 30일 판결을 내렸다. 핵심 쟁점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헌법상 시민권을 보장받는가”였다.

사건의 출발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20일 서명한 행정명령 제14160호(Executive Order No. 14160)였다. 이 행정명령은 부모가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이거나 임시 체류 상태일 경우, 그 자녀는 수정헌법 제14조(Fourteenth Amendment)와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INA)상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여러 부모들이 본인 또는 자녀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제14조와 이민·국적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시민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 아이들을 전국 단위 집단으로 잠정 인정하고, 행정명령 집행을 막았다.

여기서 ‘바버라(Barbara)’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대표 이름이다. 대법원 문서의 정식 사건명은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등 대 바버라 등”으로 표시돼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 등 정부 측이 상고인이고, 바버라 등 부모와 자녀들이 피상고인이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가 서류미비 또는 임시 체류 상태라 하더라도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며, 수정헌법 제14조의 시민권 조항(Citizenship Clause)에 따라 출생 시 시민권자”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핵심은 출생지주의(jus soli)였다. 대법원은 영미법 전통에서 군주의 지배 아래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체류가 일시적이라도 그 땅의 보호를 받는 존재로 인정됐고, 이 원칙이 미국 독립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민자의 나라였던 미국에서 이 원칙은 중요한 의미를 가졌으며, 외국인의 자녀라도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출생만으로 시민권을 가질 수 있다는 법리가 형성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1898년 미국 대 웡 킴 아크 사건(United States v. Wong Kim Ark)도 다시 확인했다. 당시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4조가 출생에 따른 시민권 원칙을 선언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외국 대사의 자녀나 당시 별도 주권 공동체로 취급되던 부족 내 출생자 등 극히 제한된 예외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민권자라는 판단이었다.

참고로 웡 킴 아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중국계 남성이었다. 부모는 중국 국적이었고 당시 중국인은 미국 시민권 취득이 제한돼 있었다. 웡 킴 아크가 해외 방문 후 미국으로 돌아오려 하자 정부는 그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며 입국을 막았다.

그러나 1898년 연방대법원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 법의 관할 아래 있는 사람은 부모가 외국인이라도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출생 시 미국 시민권자”라고 판결했다. 이번 트럼프 대 바버라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이 판례를 다시 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모의 거주 의사나 체류 자격을 기준으로 시민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은 수정헌법 제14조 시민권 조항에 “어머니”, “아버지”, “합법”, “임시”와 같은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신분을 기준으로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해석은 헌법 문언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한인 사회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유학생, 주재원, 단기 취업비자 체류자, 서류미비 가정 등 다양한 이민 배경을 가진 가정에서 미국 출생 자녀의 시민권 문제는 오랫동안 민감한 사안이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미국 출생 시민권의 기준은 부모의 체류 신분이 아니라, 아이가 미국 땅에서 태어났고 미국 법의 관할 아래 있다는 사실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판결은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했으며, 소토마요르·케이건·배럿·잭슨 대법관이 다수의견에 함께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결론에는 동의하면서 일부 다른 의견을 냈고, 토머스·고서치·알리토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 시민권 제한 시도는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미국 시민권의 출발점이 혈통이나 부모의 체류 자격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출생의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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