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협곡과 별빛 아래서 보낸 5박 6일, SUV 차박으로 완성한 그랜드서클
-지난호에 이어-
20억 년 전 지구의 암석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그랜드캐년
많은 여행객들이 그랜드캐년 빌리지와 Mather Point를 찾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동쪽 전망대 위주로 둘러봤다.Desert View Watchtower, Navajo Point, Lipan Point, Grandview Point를 차례로 방문했다. 특히 Lipan Point는 가장 인상적인 장소였다. 깊은 협곡 아래로 흐르는 콜로라도 강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방문객도 적어 한적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 서 있으면 자연이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지형을 변화시키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인간의 역사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세월이 만들어낸 작품인 셈이다. 대부분의 전망대가 주차장에서 몇 분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 중에도 체력 부담이 적었다.

미국 서부를 상징하는 풍경, 모뉴먼트 밸리
그랜드캐년을 지나 도착한 모뉴먼트 밸리는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다. 붉은 사막 한가운데 솟아 있는 거대한 암석 기둥들은 수많은 서부영화와 광고,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사용된 장소들이다. 영화 포레스트검프의 촬영지의 풍경도 매우 멋있다. 한참을 서서 자연의 조각품을 바라본다. 마음속이 감동으로 가득차다. 차박은 근처의 굴딩스 리조트 캠프그라운드에서 진행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캠핑장 자체가 전망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저녁에는 붉은 석양이 암석을 물들이고, 밤에는 수천 개의 별이 사막 하늘을 가득 채웠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며 붉은 사막이 황금빛으로 변하는 모습은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

여행의 끝, 아이언 마운틴 핫 스프링스
긴 여정을 마치고 콜로라도로 돌아오는 길에는 글렌우드 스프링스의 아이언 마운틴 핫 스프링스를 찾았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로키산맥을 바라보며 지난 며칠간의 여행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최고의 마무리였다.


[차박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자이언캐년지역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매우 크고 35도까지 떨어지므로 침낭과 보온용 재킷은 필수. 그러나 아리조나 페이지 지역은 90도에 육박한다.(5월말 기준)
-엔틸롭 캐년 투어는 최소 수주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브라이스 캐년과 모뉴먼트 밸리는 밤하늘 관측 명소로 유명하므로 삼각대와 보조배터리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SUV 차박은 호텔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공원 내 캠핑장 예약은 미리 진행하는 것이 좋다(국립공원 캠핑장은 6개월전부터 예약가능)
-페이지에서 그랜드캐년 동쪽 입구를 거쳐 모뉴먼트 밸리로 이동하는 동선은 생각보다 효율적이어서 그랜드서클 여행자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미국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의 경우 기존과 동일한 $80에 패스를 구매할 수 있으나 한국 등 비거주 외국인 여행자는 $250에 해당하는 비거주자 전용 애뉴얼 패스를 구매해야 한다. 만일 외국인 방문객이 애뉴얼 패스가 없다면 1인당 $100의 추가 입장료를 부과한다. 차량 기본 요금 $35 별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과연 이 긴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붉은 사막과 깊은 협곡,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지나며 하루하루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고, 결국 계획했던 모든 여정을 완주했다. 유명한 풍경을 본 기쁨도 컸지만, 스스로 세운 목표를 끝까지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 오래 남았다. 이번 그랜드서클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 이상의 의미를 남긴, 오래도록 기억될 도전이자 행복한 여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