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은 설악산 마등령에서 무너미까지의 4.9km의 능선이다. 공룡능선은 나한봉, 큰새봉, 촛대봉, 1275봉, 노인봉, 신선봉 등 9개의 봉우리가 공룡의 등처럼 뾰족뾰족하게 솟아있으며,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설악의 중심 능선이다.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일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며 신비로운 경관을 보여준다.
산행코스: 설악동 소공원-비선대-금강굴-마등령-공룡능선-무너미 고개-천불동 계곡-비선대-설악동 소공원(9시간)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기 위해 나는 아침 일찍 강릉의 친구 집을 나서 친구의 차로 설악동에 도착했다. 친구 부부와 함께 설악동 소공원을 지나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하여 비선대를 향해 무장애 길을 걸었다. 왼쪽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돌이 많은 길을 따라 오르니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기며 누워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다는 와선대가 나왔다. 이어서 기암괴석 사이로 넓은 바위 아래 소(沼)를 이루고 있는 비선대에 도착했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위를 올려다보니 미륵봉, 형제봉, 선녀봉이 올려다보인다. 미륵봉 허리에 위치한 금강굴로 이어지는 철제 계단이 절벽에 매달린 듯 걸쳐있는 모습도 올려다보인다. 친구 부부와 헤어진 나는 돌을 쌓아 올린 가파른 돌길과 철제 계단을 올라 금강굴에 이르렀다.

금강굴은 자연 석굴로 1,100여년 전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이는 공룡능선, 천화대능선, 화채능선과 계곡 등 내설악의 비경이 장관이다.
금강굴을 내려와 마등령으로 향했다. 큰 돌을 쌓아 미륵봉을 우회하는 가파른 길을 올라 능선에 도착했다. 마등령이 3.7 km이다. 능선길을 걷다 보니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이 보인다. 빨강, 주황, 노랑, 갈색등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무들에서 가을 정취가 느껴진다. 유난히 덥고 길었던 지난 여름의 추억을 간직한 나무들은 이제 화려한 가을을 맞이하고 황량한 겨울을 지나 나목이 되어 또 새봄을 꿈꾸며 설악의 능선에서 한세월을 견뎌야 하리라.

한참을 걷다가 금강문이라고도 일컫는 양쪽에 웅대한 바위 사이를 통과해서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속초시와 속초 앞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흐려 바다는 안개가 덮인 흐릿한 모습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마등령을 지나 무너미 고개까지 4.9km 구간이다. 장군봉, 마등봉, 나한봉, 큰새봉, 범봉, 1275봉, 칠형제봉, 신선봉 등 9개의 봉우리가 마치 공룡의 등처럼 뽀족뾰족하게 솟아있다. 봉우리들의 좌측 우측을 넘나들며 오르락 내르락하며 걷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내리막을 지나 한숨 돌리면 또 오르막이 이어지고, 또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고…… 마치 산 너머 산, 물 건너 물같은 인생길 같다고나 할까. 한 봉우리를 넘을 때는 힘이 들었지만 어느새 또 한 봉우리 넘을 힘이 생기고…… 포기하지 않고 다음 발을 내딛는 것만이 나를 밀고 가는 추동력이다. 뒤돌아보니 그렇게 넘어온 봉우리들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신선봉에 도착했다. 앞쪽에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다. 뒤쪽으로 나한봉, 큰새봉, 1275봉, 마등봉, 세존봉, 범봉 등의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1.0km에 위치한 희운각 대피소가 내려다보인다. 무너미 고개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향했다. 오른쪽으로 가면 대청봉으로 가는 길인데 희운각 대피소에서 1박을 해야 갈 수 있으니 아쉽지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래쪽에서 우렁찬 물소리가 산 위로 울려 퍼지고 있다. 천불동 계곡에 진입했다. 천당 폭포,음폭, 양폭, 오련폭이 이어지고 수많은 소(沼)와 담(潭)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물이 깎아 만든 계곡과 기암괴석들이 빚어낸 천불동 계곡은 절경 중의 절경이었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과 함께 나도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아침에 만났던 비선대 다리에 이르렀다.
비선대의 세 봉우리, 금강굴이 아침에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보인다. 지금 비선대를 흘러내리는 물도 아침의 물이 아님에 틀림없다. 문득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떠올랐다.
문자 그대로 우리가 맞는 모든 기회는 한 번 뿐이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만남은 한 번 뿐인지도 모른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을 살아가기에 오늘 하루가 귀중하고, 내가 지금 위치한 이곳이 중요하며,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다 소중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아침에 왔던 길을 내려와 설악동에 이르게 되었다.
하루 종일 설악산을 걷고 나니 다리가 뻐근하고, 몸의 진이 다 빠져나간 듯하다. 하지만 설악산 공룡능선의 힘든 길이 나의 몸을 더 튼튼하게 단련시켰고,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세워주었다고 생각하며 공룡능선 종주를 마무리했다.

공룡능선을 걸으며
– 최현규 –
병풍처럼 펼쳐진 고봉준령은
멀리서 말없이 나를 부르고
서북능선 걸어온 길 뒤돌아보면
아쉬움으로 손짓하는 설악산 공룡능선
고달픈 삶의 길일지라도
지나간 것들 모두가 아름다움이듯
험준한 암벽 길도 걷다 보면 순탄해진다
뒤따라오던 대청봉은 산너울 따라 돌아가고
체력은 한계를 넘어
산바람 지나가던 너덜 길 주저앉으면
바람꽃, 금강초롱, 말나리꽃 살며시 다가와
지친 호흡 함께 나누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
함께 의지할 수 있어 힘을 얻었고
힘들어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설악의 꽃 공룡능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