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內延山)은 포항시와 영덕군에 걸쳐있는 높이 710m의 산이다. 천년 고찰 보경사가 내연산 입구에 있다.
수려한 기암절벽과 12개 폭포가 있는 청하 계곡으로 유명하다.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며, 겸재 정선의 산수화 배경이 된 산으로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산행코스 : 보경사- 문수봉- 삼지봉- 향로봉-연산교- 소금강 전망대- 보경사 (6시간 15분)

내연산(內延山)을 가기위해 동탄역(06:47)에서 S.R.T.를 타고 포항역(08:52)에 도착했다. 포항역에서 5000번 버스를 타고 보경사 버스 주차장에 내렸다. 양쪽으로 상가가 즐비한 도로를 따라 올라 보경사에 도착했다. 신라시대 때 창건된 천년 고찰 보경사를 둘러보고 내연산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녹음으로 뒤덮인 내연산 곳곳에 죽은 나무들이 빨간 색으로 박혀있다.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의 피해를 입은 소나무들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을 걸어 산속으로 진입했다. 계곡길을 벗어나 문수봉으로 향했다. 적송, 상수리나무, 붉나무, 쇠물푸레나무가 우거지고 숲속에서 여름 철새들의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쓰며 가파른 산으로 오르다보니 숨이 차고 땀이 많이 났다. 문수봉(628m)에 도착했다. 표지석이 나무들에 둘러싸여 전망이 전혀 없는 곳이다. 서둘러서 삼지봉으로 향했다. 숲길을 걷다가 조그만 봉우리를 오르니 최고봉, 삼지봉(711m)이다. 삼지봉도 문수봉과 마찬가지로 전망이 전혀 없는 곳이다. 삼지봉에서 휴식을 취하며 가져온 과일과 빵을 먹었다. 100대 명산 산행하시는 산객에게 인증 사진을 부탁했다. 2.6km거리에 있는 향로봉을 항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많은 나무들을 만났다. 키가 큰 교목 신갈나무, 물푸레나무를 비롯하여 중간키 교목 단풍나무, 진달래, 키 작은 관목 싸리나무, 생강나무, 귀다래 등이다.


햇빛이 최 상위 숲을 통과하며 아래로 비추어 음수는 물론 땅위의 풀까지 키우는 모습이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어 키가 큰 나무들이 흔들리면 음수와 풀들은 햇빛을 더 받게 된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반대 방향으로 나무의 뿌리가 발달한다. 바람은 소나무, 참나무 같은 나무들의 수정을 도와준다. 바람은 또 나뭇잎 기공 주변의 수분을 증발시켜 나무의 탄소동화 작용을 촉진한다. 바람은 여러모로 나무에게 고마운 존재이다.
정자가 나오고 나서 바로 향로봉(930m)에 도착했다. 동쪽으로 산들이 조금 보일 뿐 전망이 없어 아쉬웠다. 서둘러 시명리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참나무 잎사귀가 많은 급경사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왔다.



한 참을 내려오다 조그만 계곡을 만났다. 계곡에서 땀으로 얼룩진 팔과 얼굴을 씻고 조금 걸으니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왔다. 계곡을 건너 보경사로 향했다. 보경사가 6.2km이다. 포항역에서 18:00 기차표를 예매해 놓았는데 갈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마음이 급해 빨리 걷고 싶지만, 돌이 많은 산길이라 좀처럼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 한참을 걸으니 시명 폭포 이정표가 나왔다. 내연산 12개의 폭포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폭포이다. 조금 걸어 올라야 폭포를 볼 수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다. 아래 쪽 청하 계곡을 따라 산허리를 걷는 산길이 길게 이어진다. 데크 계단도 지나도 너덜구간도 지난다. 데크 계단을 내려오는데 실 폭포가 가까이에 있지만 또 그냥 지나치고 있다. 계속해서 묵호2폭포, 묵호1폭포를 차례로 지나게 되었다. 다리를 지나 은폭을 멀리서 조망하고 소금강 전망대로 향했다.
소금강 전망대 아래 계곡에 관음 폭포, 연산 폭포가 내려다보이고 맞은 편 산에 선일대, 비하대라고 일컫는 기암절벽이 바라다 보인다. 선일대 암봉 위에 조그만 정자가 그림처럼 걸려있다. 조선 후기 진경 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이 곳을 화폭에 담은 곳이라고 하며 ‘한국의 장가계’라는 별칭을 지닌 곳이다. 연산교를 건너 연산폭포를 내려다보고, 관음폭포, 무풍폭포, 삼보폭포, 보현폭포, 상생폭포를 차례로 지나 청하골을 내려왔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많은 폭포는 물론 수많은 소와 담과 기암괴석을 지닌 청하계곡을 더 천천히 감상하며 내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는 말이 내가 오늘 청하계곡에서 한 산행에 맞는 말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산 속에서 홀로 6시간 이상을 걸었다. 마지막 구간은 돌길을 뛰어내려오다 시피 했다. 천천히 걸어야 경치도 감상하고, 사유도 할 수 있는데 서두르다보니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듯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면을 관찰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고요한 시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면을 단단하게 하여 자긍심이 높아진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어느 한 산을 다녀오면 좋은 책 한권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퇴계 이황 선생님의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이라는 시를 읽으며 나는 무릎을 쳤다. 퇴계 이황 선생님 같은 깨달음은 아니지만, 나도 산을 통해 무언가를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산을 오르다 보니 산에 대한 칼럼도 쓰고, 책도 더 읽게 되고, 삶이 더 풍요롭게 되었으니 등산이 나에게는 1석 3조인 셈이다.
시간이 빠듯하게 보경사에 도착했다. 버스로는 포항역 열차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택시를 타야만 했다. 비록 시간에 쫓겨 청하골을 충분히 감상하진 못했지만, 내연산에서 나 자신과 만나고, 작은 깨달음을 얻은 시간들이 값지게 느껴지는 산행이었다.

讀書如遊山(독서여유산)
-퇴계 이황-
사람들 말하길 글 읽기가 산 유람과 같다지만
讀書人說遊山似(독서인설유산사)
이제 보니 산을 유람함이 글 읽기와 같구나
今見遊山似讀書(금견유산사독서)
공력을 다 했을 땐 스스로 내려오고
工力盡時元自下(공력진시원자하)
얕고 깊음 아는 것 모두 저로부터 말미암네
淺深得處摠由渠(천심득처유람거)
앉아서 피어오르는 구름보며 묘미를 알게 되고
座看雲起因知妙(좌간운기인지묘)
발길이 근원에 이르러 비로소 처음을 깨닫네
行到源頭始覺初(행도원두시각초)
높이 절정을 찾아감 그대들에게 기대하며
絶頂高尋免公等(절정고심면공동)
노쇠하여 중도에 그친 나를 깊이 부끄러워하네
老衰中輟愧深余(노쇠중철괴심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