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연구진 “생물학적 나이가 가장 낮은 수면 시간은 6.4~7.8시간”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보약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매일 네댓 시간만 자는 사람은 물론, 주말마다 밀린 잠을 보충한다며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수면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길면 몸속 여러 기관의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안정적인 수면 시간은 대체로 하루 6시간 30분에서 8시간 사이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몇 시간을 자야 피곤하지 않은가”를 조사한 것이 아니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중·장년층 자료를 바탕으로 뇌와 신체 기관이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빠르게 또는 느리게 늙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달력에 적힌 나이는 누구에게나 1년에 한 살씩 늘어난다. 그러나 몸의 나이는 다르다. 같은 60세라도 어떤 사람의 심장과 뇌는 비교적 젊게 유지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장기 기능과 신진대사가 더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이를 ‘생물학적 나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 혈액 속 단백질, 대사물질 자료 등을 이용해 23개의 생물학적 노화 지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면 시간과 신체 노화 사이에는 알파벳 ‘U’자 모양의 관계가 나타났다. 잠이 너무 부족해도 생물학적 나이가 올라갔고, 반대로 너무 오래 자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 대상자는 37세부터 84세까지의 성인이었다. 분석 결과 신체 기관과 성별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생물학적 나이가 가장 낮게 나타난 수면 시간은 하루 6.4시간에서 7.8시간 사이였다.
연구진은 하루 6시간에서 8시간을 일반적인 수면 시간으로 분류했다.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과 8시간을 넘는 사람은 우울증, 당뇨병 등 여러 질환과 전체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수면 부족의 영향이 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수면 습관은 뇌뿐 아니라 몸 전체의 노화 과정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오래 자면 무조건 건강에 나쁠까
주의할 점도 있다. 이번 연구가 “8시간 이상 잠을 자면 건강이 나빠진다”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 질병이나 만성 피로 때문에 잠을 오래 자는 사람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몸속에 질환이 진행되고 있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긴 수면이 건강 악화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이미 시작된 건강 문제의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도 이러한 ‘역인과관계’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수면 시간과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수면 시간을 처방하는 임상 지침은 아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보다 ‘잘 자는 습관’이 중요
수면은 저축과 비슷하다. 평일 내내 부족하게 자다가 주말에 한꺼번에 몰아서 잔다고 완전히 보충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오래 누워 있다고 반드시 좋은 잠을 자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이다. 아침 햇볕을 쬐고 낮 동안 적절히 움직이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늦은 밤 카페인과 과도한 음주,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7시간 안팎의 수면을 취하고도 낮에 지나치게 졸리거나 피로가 계속된다면 단순한 수면 부족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갑상선 질환 등 다른 건강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은 하루의 남는 시간을 보내는 휴식이 아니다. 몸이 손상된 부분을 정비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식사와 운동만큼이나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