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뉴스문화·예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실제 풍경일까 상상의 밤일까?

[알고 보면 재미있는 명화 ②]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실제 풍경일까 상상의 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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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창밖에서 시작된 풍경…소용돌이치는 하늘에 현실과 기억, 상상을 함께 담다

짙푸른 밤하늘을 거대한 소용돌이가 가로지르고, 노란 별과 달은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빛난다. 아래에는 작은 마을이 조용히 잠들어 있고, 왼쪽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는 땅에서 하늘까지 불꽃처럼 치솟는다. 미술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이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대표작〈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이다.

고흐는 이 작품을 1889년 6월, 프랑스 남부 생레미드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의 생폴드모솔(Saint-Paul-de-Mausole) 요양원에 머물던 시기에 그렸다. 오늘날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하고 있으며, 크기는 약 73.7×92.1cm다.

이 그림은 고흐가 요양원에서 바라본 풍경에서 출발했지만, 눈앞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풍경화는 아니다. 실제 산과 새벽 하늘을 바탕으로 자신이 기억하는 마을과 교회, 감정을 더해 하나의 새로운 밤을 만들어냈다.

특히 그림 아래에 자리한 마을은 고흐의 방에서 그대로 보이던 모습이 아니었다. 뾰족한 교회 첨탑 역시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기보다 고흐가 어린 시절을 보낸 네덜란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의 풍경 위에 기억과 상상이 겹쳐진 셈이다.

가장 밝은 별은 실제 ‘금성’

그림 속 모든 것이 상상인 것은 아니다. 화면 왼쪽 중앙, 사이프러스 오른쪽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은 당시 새벽 하늘에서 볼 수 있었던 금성(Venus)으로 알려져 있다.

고흐는 1889년 6월 무렵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해뜨기 전 창밖을 바라보며 유난히 크게 보이는 ‘아침별’을 봤다고 적었다. 실제 당시 천체 위치와 비교해도 금성이 이 설명과 들어맞는다.

그림에서 가장 강렬한 부분은 역시 하늘이다. 별과 달 주변에는 둥근 빛이 번지고, 짙은 파란색과 밝은 흰색의 굵은 붓질이 거대한 파도처럼 이어진다. 실제 밤하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고흐가 느꼈던 움직임과 감정을 색과 선으로 표현한 모습에 가깝다.

반대로 아래쪽 마을은 놀랄 만큼 조용하다. 요동치는 하늘과 잠든 마을의 대비가 작품 전체에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하늘로 솟아오른 사이프러스

왼쪽의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두운 나무가 화면 앞쪽에서 하늘까지 길게 뻗어 올라가면서 땅과 밤하늘을 하나로 연결한다.

고흐는 생레미에 머물면서 사이프러스에 큰 관심을 보였고 여러 작품에서 반복해 그렸다.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나무를 실제보다 훨씬 크게 배치해 그림 전체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게 했다.

오늘날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를 대표하는 작품이지만, 정작 고흐 자신이 이 그림에 언제나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일부 작품에서 표현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스스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대에는 바로 그 과장된 선과 색, 현실을 넘어선 표현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평가받았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것은 이 그림을 완성한 이듬해인 1890년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과 같은 명성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130여 년이 지난 지금 〈별이 빛나는 밤〉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 그림을 다시 볼 때는 단순히 아름다운 밤 풍경으로만 보지 않아도 좋다. 실제 새벽 하늘에서 본 금성, 프랑스 남부의 산,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마을과 교회, 그리고 고흐만의 감정이 한 화면 안에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밤하늘은 실제 풍경보다 더 강렬하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작품 정보|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년 6월, 캔버스에 유채, 73.7×92.1cm, 뉴욕 현대미술관(MoMA)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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