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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념비보다 더 오래 남을 사람들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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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제너럴스공원에 한국전쟁 참전용사기념비가 세워졌다. 11년에 걸친 긴 여정 끝에 완성된 기념비 앞에서 많은 사람은 웅장한 조형물과 역사적 의미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기념비보다 그것을 세우기 위해 묵묵히 뛰어온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이번 기념비 건립 사업에 본의 아니게 참여하면서 준비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를 움직이는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60대부터 80대까지의 어르신들은 수년 동안 꾸준히 회의를 이어갔다. 완공식이 가까워질수록 거의 매주 모여 행사를 준비하고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이제 아흔을 넘겼고, 함께 발로 뛴 자녀 세대도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 될 나이에 이들은 오히려 더 바쁘게 움직였다.

기금 마련을 위해 한국의 관계 기관과 영사관, 지역사회를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공사 현장을 챙겼고, 인쇄물을 만들고 손님을 맞을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역사를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이들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고 공사비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치솟았다. 모금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완공 시기도 계속 늦어졌다.

완공식이 끝난 뒤 한 이사회 관계자가 들려준 말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공사비는 계속 오르는데 후원금은 부족하고, 내가 죽기 전에 이 사업을 끝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후원해 주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돼 식당에도 마음 편히 가지 못했는데, 이제야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말에는 수년간 짊어졌던 책임감과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업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는 완공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도 있고, 타주로 이주하거나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이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땀과 시간은 기념비와 함께 남게 됐다.

기념비에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22개국의 이름과 참전용사들의 이야기가 새겨졌다. 96세의 한 참전용사는 자신이 살아남은 것은 행운이었다며,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대신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언은 한국전쟁이 교과서 속의 오래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가슴에 살아 있는 역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념비는 돌과 청동으로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세운 것은 결국 사람이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희생과 자유의 가치를 잊지 않도록 시간과 노력을 내놓은 사람들이 있었다.

기념비는 완성됐지만 진정한 과제는 지금부터다. 자녀와 손주들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아 22개국의 젊은이들이 왜 낯선 나라에서 싸웠는지,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이 어떤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들려줘야 한다.

기념비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역사를 담은 장소라면, 그것을 세운 사람들의 헌신은 우리 한인사회가 대대로 전해야 할 또 하나의 기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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