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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84편] 해남, 두륜산(頭輪山) 도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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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頭輪山)은 전남, 해남에 위치한 높이 703m의 산이다.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향로봉, 연화봉 등 8개의 봉우리가 둥글게 솟아있으며, 산 위에서 남해바다와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두륜산은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고 있으며, 동백나무를 비롯한 난대성 상록수림이 뛰어나 1979년 두륜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행코스:대흥사-북미름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진불암-대흥사(5시간 30분)

대흥사 일주문(조성연)
북미륵암 3층석탑(노종선)

두륜산을 가기 위해 담양에 사는 산행 친구의 집에서 1박을 했다. 다음 날 친구의 차를 타고 해남, 두륜산으로 향했다. 두륜산 주차장에 내려 주위를 살펴보니 어제 새벽까지 세차게 내렸던 비의 여파로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고, 구름들이 아직 산 주위를 두텁게 감싸고 있다. 개울 옆 동백나무와 편백나무를 비롯한 상록수들이 우거진 길을 따라 산 쪽을 향하여 걸어 대흥사에 도착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대흥사는 전국 각지에 소재하는 산사들과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대흥사 경내를 지나 산 속으로 진입했다. 북미륵암이 1km, 가련봉이 2.6km이다.


동백나무 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사스레 피나무, 중가시 나무 같은 난대성 상록수들도 눈에 띈다. 상록수와 나목들이 혼재한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상록수의 푸른 잎들이 싱그럽게 보이고, 나목으로 서있던 활엽수들이 연초록 새 싹을 내밀고 시작했다. 붉은 동백꽃의 목이 꺾여 숲길 가에 나뒹굴고 있다. 아직 핏빛이 선연한 동백꽃들이 처연하게 보인다. 북미륵암에 도착했다.


용화전이 지어져 마애여래 좌상을 빙 둘러 감싸고 있다. 잠겨있어 문틈사이로 마애불을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컸다. 용화전 바로 옆에는 삼층석탑(보물 301호)있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세운 모습으로 고려시대의 석탑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륵암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오심재에 이르렀다. 오심재는 고개봉과 노송봉 사이의 고개로 전망이 좋다고 하지만, 오늘은 구름이 끼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평상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고계봉을 감싸고 있던 구름들이 밀려가는 것이 보이고, 갑자기 봉우리 오른쪽 바위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한다.


구름을 뚫고 햇빛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두웠던 산이 별안간 밝은 빛으로 빛나니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주변에는 진달래가 만발해 있고, 귀에 익숙한 꾀꼬리 울음소리도 들린다.
휘르르 꾀꼴 휘르르 꾀꼴∽. 꾀꼬리 울음소리는 나를 즉시 어린 시절 고향 마을로 데려다 주었다. 금빛 꾀꼬리가 집 앞에 서있는 커다란 상수리나무에서 울어대고, 나는 들과 산을 누비고 놀았던, 시름없고 한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시골 마을, 상촌 으로.


오심재를 지나 노승봉으로 향했다. 땅속에서 보랏빛 얼레지 꽃한 송이가 막 피어나고 있다. 이런 야생화들은 산에 햇빛이 들기 시작하는 3월에 빨리 싹을 내어 광합성을 시작하고, 4월에 꽃을 피우고, 5월에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 5월 초가 되면 참나무같이 키가 큰 활엽수들이 잎을 내어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얼레지 꽃은 오랜 세월을 통해 나무와의 경쟁을 피해 자연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리라.


데크 계단을 지나고 쇠줄이 있는 암릉을 오르니 날이 개기 시작한다. 노승봉(685m)에 오르니 눈앞에 절경이 펼쳐진다. 남쪽으로 너른 벌판이 펼쳐지고, 그 너머 바다 건너 산들이 이어진다, 멀리 가련봉을 비롯하여 우뚝 솟은 몇 개의 암봉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있다. 노승봉을 지나 내리막길을 조금 걷고 낙석지대를 통과하여 두륜산의 최고봉,가련봉(703m)에 도착했다.북동쪽으로 지나온 노승봉이 보이고, 그 너머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는 고계봉도 보인다. 남서쪽으로 두륜봉이, 그 뒤쪽으로 높은 송신탑이 세워진 도솔봉이, 남동쪽으로 투구봉이 보인다.

두륜봉 아래 구름다리(노종선)


서쪽으로 두륜산 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는 대흥사도 내려다보인다. 동쪽으로는 강진 앞바다가 옆으로 길게 전개되고 있다.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식혀주고 어디론가 지나가고 있다. 이 바람은 나뭇잎의 기공 주변의 수증기를 날려 보내 나무들의 증산 작용을 촉진하는 바람이다. 나무는 증산 작용, 모세관 현상, 삼투압 현상을 통하여 물을 가지 끝까지 끌어 올려 탄소 동화작용을 하여 당분과 산소를 만든다고 하니 자연의 신비가 놀라울 따름이다.
또 바람은 빽빽한 숲의 가지들을 뒤흔들어 키 큰 나무에 가려 햇빛이 충분하지 않은 나무들에게 햇빛을 비추게 하여 탄소동화 작용을 돕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억새와 산죽이 우거진 안부, 만일재를 지나 두륜봉으로 향했다. 두륜봉 바로 직전에 구름다리가 있다. 구름다리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돌다리로 구름다리 구멍 바로 앞에 투구봉이, 그 너머로 다도해가 내려다보인다. 하얀 구름이 바위틈 사이로 넘나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두륜봉(630m)에 이르렀다. 주변에 노란 꽃을 달고 있는 생강나무가 눈에 띈다. 생강나무는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와 함께 봄을 먼저 알리는 꽃이다.


얼핏 보면 꽃이 노란 산수유와 비슷하지만 생강나무는 꽃에서 생강 냄새가 나고 꽃이 둥글게 뭉쳐서 핀다. 한편 산수유 꽃은 냄새가 없고 우산처럼 성글게 핀다.
물론 잎이나 열매를 통해서도 두 나무를 구별할 수 있다. 생강나무 잎은 넓고 둥글며 세 갈래 느낌이 들지만, 산수유 잎은 길고 타원형이며 매끈하다. 생강나무 열매는 까맣고, 산수유 열매는 빨가며 약재로 쓰인다.
가련봉을 내려와 하산을 시작했다. 진불암까지 내려왔다. 숲길 주변에 동백나무, 사스레 피나무 같은 난대성 상록수들이 빽빽하게 우겨있다. 진불암을 지나 큰 도로를 따라 쭉 내려와 대흥사에 도착했다. 대흥사 주차장까지 내려와 두륜산 산행을 마무리했다.

봄날에(춘일(春日))

– 목만중*

꽃들이 바다처럼 뒤덮이지 않는다면
불유화여해(不有花如海)
어떻게 사람들을 취해 뇌쇄시키랴?
나능취살인(那能醉殺人)
한기가 흰 겹옷을 파고들어도
한유기백겁(寒猶欺白袷)
천치마냥 푸른 봄을 잡아두려네
치욕주청춘(痴欲住靑春)
앉은 자리는 눈이 온 듯 화사했건만
좌처명사설(坐處明似雪)
아침 비에 촉촉이 젖어 흙이 되었네
조래우읍진(朝來雨浥塵)
한 해 한 해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년년매도차(年年每到此)
저 풍경은 볼 때마다 처음 본 듯해
당경첩여신(當景輒如新)

*여와(餘窩) 목만중(䀲萬中)-영·정조 시대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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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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