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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80편] 담양, 추월산(秋月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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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秋月山)은 전남 담양군과 전북 순창군에 걸쳐있는 높이 731m의 산이다. 바위 봉우리가 달에 닿을 듯 높아 ‘추월(秋月)’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가을 단풍과 담양호의 경관이 아름답다. 험준한 절벽에 보리암이 자리잡고 있고, 전남 5대 명산중의 하나이다.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으로 지정되었다.

산행코스: 추월산 주차장-보리암-보리암 정상-추월산 정상-월계고개-월계리-추월산 주차장(4시간 30분)

담양, 추월산을 가기 위해 용산역(06:29)에서 K.T.X.를 타고 정읍역(08:29)에 도착했다. 필자와 함께 산행을 하곤 했던 친구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왔다. 그의 차를 타고 곧장 추월산으로 향했다. 추월산 주차장 입구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주말에 내린 눈이 상당히 많이 산에 쌓여있다. 기품 있는 소나무들과 나목 사이사이에 작은 원추형 돌탑들이 길가 여기저기에 서 있고, 흰 눈밭에서 산죽들이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다. 한참 산으로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강천산, 산성산이 내려다보이고, 그 산줄기 아래 담양호의 물줄기들이 불가사리처럼 여러 갈래로 발을 뻗고 있다.

등산 초입의 등산로 (사진 조성연)

바위길 위에 놓인 데크계단을 걸어 오르니, 서쪽으로 절벽에 매달린 듯한 보리암이 흰 눈을 흠뻑 뒤집어쓰고 있다. 산길에서 벗어나 보리암으로 향했다. 보리암 가는 길에 왜구에 쫓겨 이곳에서 몸을 던져 순절한 김덕령 장군과 그의 부인 흥양 이씨의 순절비가 세워져있다. 추월산은 인근 금성산성과 함께 임진왜란때 치열한 격전지였으며, 동학혁명때도 동학군이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곳이기도 하다.
백양사의 말사, 보리암에 도착했다. 수령이 700년, 높이 14m의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같은 뿌리에서 나온 연리목이라 사랑나무라고 한다. 보리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멀리 지리산 줄기들과 오른쪽으로 무등산도 아스라이 보인다.

산 중턱에 걸려있는 보리암 (사진 노종선)

보리암을 나와 등산로에 복귀했다. 추월산은 큰 산은 아니지만 제법 가파르고 뾰족 뾰족한 바위들이 발달해 있어 산을 오르는 데 심심치 않다. 보리암 정상(692m)에 도착했다. 조금 내리막이 시작되는 능선 길을 걸었다. 능선 주변에 나목들이 줄지어 산객을 반기고, 푸른 산죽들이 산객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길이다.
능선을 한참 걸어 추월산 정상(731m)에 도착했다. 월요일이라 등산객이 거의 없었는데, 일단의 등산객들이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었다. 정상에서 보니 아담한 담양 읍 건물들이 내려다보이고, 담양의 너른 벌판이 넉넉하게 펼쳐져있다. 벌판 중간 중간에 마을들이 들어서 있는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정경이다.

월계리의 호랑가시나무 (사진 조성연)
남쪽에서 바라본 추월산(사진 노종선)

정상부근의 참나무는 벌써 큰 잎눈을 지니고 있었다. 잎눈은 지난해의 햇빛과 바람, 빗소리를 간직하고 새봄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잎을 내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지금은 추운 겨울을 인내하며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있다. 참나무는 지혜로운 생태계의 성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왔던 길을 조금 내려와 월계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경사가 조금 가파르고 눈이 많이 쌓여있는 미끄러운 길이다. 월계고개(665m)에 도착했다. 까마귀 한 마리가 흰 눈이 쌓인 가지에 앉아 유난히 큰 소리로 울어대고 있다. 까마귀가 자기 영역에 들어선 산객들을 경계하는 울음소리일까? 아니면 적막하고 엄혹한 겨울 숲 속에서 까마귀가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것 일까? 까마귀의 울음소리의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겨울 설산에서 까마귀라는 존재가 싫지 않게 느껴졌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왔다. 지난 주말에 내린 눈이 상당히 많아 미끄럽기 그지없는 길이다. 편백나무 군락지를 통과하게 되었다. 편백나무의 테르펜류의 피톤치드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차가운 공기가 냄새의 확산을 늦춘다. 편백 향이 멀리 흩어지지 않고 숲 안에 머문다. 눈이 쌓인 날 유독 향이 뚜렷한 건 적게 움직이는 공기 덕이라고 한다. 편백나무는 향기를 널리 퍼뜨리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자기 자리를 지키며 느리지만 쉼 없이 광합성 작용을 하고 피톤치드를 발산하고 있을 따름이다.

보리암에서 바라본 남,동쪽 전경(사진 조성연)

더 내려오니 작은 계곡을 만나게 되었고 작은 물줄기가 졸졸졸 흘러내리고 있다. 추월산이 작으니 큰 계곡이 있을 수 없다. 계곡에는 얼음이 없고 작은 물줄기들이 앞을 다투어 흘러내리고 있다. 물은 같은 자리로 돌아오지 않지만, 같은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흘러가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변화는 지속을 위해 존재하고, 지속은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그래서 산의 시간은 직선의 시간이 아니라 곡선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제 벌써 입춘이 지났다. 소백산에서 맞은 대한의 추위가 아직 생생한데,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 벌써 봄의 문턱에 이르렀다. 머지않아 나목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일제히 기지개를 켤 것이고, 이름 모를 풀들, 산 속의 야생화들도 새로운 삶을 위한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어김이 없고, 순환의 섭리는 위대하기만 하다.

한참 걸어 내려와 월계리에 이르렀다. 길 주변에 호랑가시나무, 목서, 사철나무, 꽝꽝나무 같은 난대성 상록수들이 눈에 띈다. 큰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 추월산 주차장까지 걸어와 산행을 마무리했다.

산 까마귀 울음소리

                                       - 김현승 -

아무리 아름답게 지저귀어도
아무리 구슬프게 울어 예어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소리는 소리로만 끝나는데

겨울 까마귀 찬 하늘에
너만은 말하며 울고 간다!

목에서 맺다
살에서 터지다
뼈에서 우려낸 말, 중에서도
내가 남은 말소리로
울고 간다.

저녁 하늘이 다 타버려도
내 사랑 하나 남김없이
너에게 고하지 못한
내 뼛속의 언어로 너는 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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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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