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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73편] 보은, 구병산(九屛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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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산(九屛山)은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에 걸쳐있는 높이 876m의 산이다.
속리산 남쪽에 위치하며, 주 능선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며 9개의 봉우리가 병풍을 두른 듯 펼쳐져 있어 구병산, 구봉산으로 불린다. 구병산은 구병산에서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충북 알프스’구간(43.9km)으로 지정되어 최근에 많이 알려지고 있다.

산행 코스:적암리-절터–비선대-853봉-백운대-구병산 정상-쌀난바위-위성지국-적암리(4시간 30분)

853봉 근처에서 바라본 구봉산 능선

나는 구병산을 가기 위해 중학교 동창생들과 함께 아침 일찍 잠실역을 출발했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로 적암리 마을회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구병산을 바라보니 병풍을 두른 듯한 몇 개의 바위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 길을 따라 산 쪽으로 걷다가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계곡 다리를 건너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길은 요즘 내린 비로 미끄럽기 그지없지만, 산길 주변의 나무, 야생화, 풀들은 싱그러워 보인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숲속은 고요한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식물예찬’을 쓴 노르웨이 작가 예른 비움달은 햇빛을 받으며 푸른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이 강화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혈당량을 조절해 준다고 말하고 있다. 또 기분을 좋게 하고, 우울증을 줄여준다고 하니 인류 조상들의 D.N.A.에 숲이 주는 혜택이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계곡에서 울려 퍼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르다 보니 발밑에 산밤들과 도토리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적어도 이곳에 사는 다람쥐들은 올겨울 동면을 준비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853봉에서 바라본 동쪽전경 (사진 조성연)

6.25때 폐사되었다는 토골사 절터에 도착했다. 주인 잃은 약수만이 끊임없이 을씨년스럽게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 가파르고 미끄러운 계단 길과 돌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밧줄과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한참을 올라 능선에 이르렀다. 신선대가 0.7km이다. 오른쪽 능선을 걸어 신선대 쪽으로 향했다. 길가에 보라색의 참산부추 꽃들이 수줍은 모습으로 옹기종기 피어있다.

“참산부추꽃이 정말 예
쁘네”
“맞아. 산에 피는 야생화들은 나름대로 예쁘고 향기가 있어”
“그래. 여기도 또 꽃이 있네”
“우리들의 모습도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예쁘고 향기롭지 않을까?”
“하하하”
“호호호 “

나는 신선대 가는 길목에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있어 뒤쪽으로 우회하여 올라야 했다. 북쪽으로 구병산 너머 속리산이 보인다.
구병산 신선대에서 이어지는 속리산 형제봉과 천황봉 능선이 ‘충북 알프스’구간이라고 하니 언제 다시 와서 구병산과 속리산을 거닐어보고 싶다.

신선대를 내려와 왔던 길을 되돌아가 안부에 도착했다.
853봉이 0.7km, 구병산이 2.0km이다. 능선 길을 우회하여 853 봉우리에 도착했다. 나 혼자 왔었다면 예외 없이 능선길로 갔겠지만 친구의 안전을 고려하여 우회 길을 선택했다. 853봉우리는 작은 돌탑에 853 표지판이 서 있고 나무에는 학봉이라는 표지가 매달려있다. 이곳에서 815봉과 그 너머 구병산이 내려다 보인다.
내려가는 길은 능선길을 택했다. 바위가 많고 가파른 능선길은 밧줄과 바위에 박힌 쇠 발판 구간이 연이어 나왔다. 815봉을 우회하여 걷다가 백운대에 들렀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나온 햇빛이 산과 마을, 너른 벌판을 비추고 있다. 벌판은 익어가는 벼들로 노르스름하게 물들고 있었다.

백운대를 내려와 안부에 도착했다. 구병리와 적암리에 이르는 삼거리이다. 구병산이 0.5km이다. 구병산 정상을 우회하여 뒤쪽에서 오르는 길에는 나무 계단이 놓여있다. 나무 계단을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능선위의 필자와 동창생들

동쪽으로 구병산의 봉우리들이 보이고, 그 너머 속리산 천황봉도 보인다. 남쪽으로 산과 산들 사이에 발달한 마을들과 펼쳐진 보은 평야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이 아름답게 보인다.
정상아래 안부로 내려와 위성지국이 있는 적암리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왔다. 주변의 나무들이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숭고한 사명을 마친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안토시안이 드러나면 빨강, 카로티노이드가 노랑, 크산토필이 주황, 타닌이 드러나서 갈색 단풍으로 발현된다니 조물주의 창조 솜씨에 머리가 숙연해진다.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 외에도 죽어 넘어진 나무가 곤충의 먹이가 되고,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어 가는 모습에서 생태계의 성자(聖子)의 모습을 본다.

참산부추 꽃 (사진 조성연)

한참 내려오니 두 개의 커다란 암벽이 이룬 협곡 사이로 조그마한 폭포가 흐르고 철제 계단이 걸려있다. 계단을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바위 구멍에서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서린 쌀난바위가 나왔다.
계속 내려와 위성지국을 지나 적암리 주차장으로 귀환했다.
속리산에 가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다가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다는 구병산! 나태주 시인은 작은 꽃도, 평범한 사람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했다. 구병산도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구병산 산행을 마무리했다.

구병산

송찬호

구병산은 보은의 동쪽에 있는 산
아홉 폭의 병풍을 펼쳐놓은 듯
산마루의 기암절벽들이 우뚝한 산
구병산은 남쪽에 있는 임곡리쯤에서 바라보기 좋은 산
그래서 그 옛날 임곡리 사슴들도 산을 바라보며
청운의 뜻을 품고 뛰어놀았다 하지
요즘 구병산에는 산마루 맑은 구름 한 평
분양받으러 산을 오르는 사람들 많지
구병산 숨구멍인 풍혈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도 한 번 맡아보고
지금은 흔적만 남은 절터의 문고리만 흔들고 돌아가지
구병산을 오르다 보면 큰 복이 나온다는
구병산 배꼽을 묻는 사람들이 있지
그러면 구병산 바위들은 앞에 피어있는
도라지꽃이나 바라보며 빙그레 웃기만 하지
해마다 가을이면 구병산 너머에는
하얀 메밀꽃이 피어나지
구병산은 하늘도 가까워
별들은 밤마다 하얗게 놀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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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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