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여행한국 여행 평창, 백덕산(白德山)

[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47편] 평창, 백덕산(白德山)

spot_img

백덕산(白德山)은 강원도 영월군과 평창군 사이에 위치한 1,350m의 산이다. 차령산맥 줄기의 이름난 산으로 능선 곳곳에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있고, 800m에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재해있으며 멧돼지와 꿩이 많아 사냥터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정상은 사위(四圍)가 막힘이 없어 내려다보는 전망이 멋지다. 겨울산으로 유명하다.

산행코스: 문재-925봉-헬기장-당재-1280봉-정상-1280봉-헬기장-비네소골-운교리-마을회관(6시간 30분)

필자는 백덕산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했다. 최근 계방산을 비롯하여 몇몇 산을 같이 갔던 악우들과 함께. 악우가 4시간을 운전하여 해발 800m인 문재에 도착했다. 조그만 쉼터, 화단, 등산 안내판이 서있는 등산 기점에서 백덕산으로 진입했다.

며칠 전 말복이 지났다고 하지만, 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씨이다. 매미들의 울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전나무, 소나무, 굴피나무 숲 터널을 지나고 돌계단길을 걸어 올랐다. 곧 임도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등산로에 들어섰다.

머귀나무, 층층나무, 떡갈나무가 있는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능선에 이르렀다. 높이 솟은 초록빛 졸참나무 잎 사이로 푸른 하늘이 올려다보인다. 이제 더위는 가시고 선선하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온도가 100m올라갈 때마다 평균 0.7도씩 내려가고, 숲속의 산소, 피톤치드, 음이온의 영향때문이리라. 925봉을 지나 헬기장을 지나 전망이 좋은 곳에 이르렀다. 영월군의 구대봉산과 법흥사가 있는 남서쪽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내리막 길을 걸어 당재쪽으로 향했다.

산을 오르는 악우가 말을 건낸다.
“지금까지 다녀본 산 중에서 백덕산이 제일 좋은 것 같애.”
“왜 그렇게 생각해?”
“걷기 편하고 힘든 구간이 없어서.”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해.”
사실 산마다 산세가 다르고, 산의 정기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본다. 산에서 느끼는 감정이 주관적이라서 무엇을 느꼈던지 간에 느낀 사람의 몫일 것이다.

정상부근 능선의 서울대 나무 (사진 조성연)

당재에 도착했다. 능선이 큰 바위와 만나 길이 생긴 안부이다. 또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능선길을 걷다가 특이한 졸참나무를 만났다. 일명 서울대 나무라고도 불리는 나무이다. 옆으로 비스듬히 자란 나뭇가지가 아래로 휘어졌다 다시 올라가면서 서울대 로고 형상을 하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악우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한참 가다가 수풀 사이에서 가녀린 꽃대를 세워 작은 초롱꽃을 층층이 매달고 있는 모시대를 만났다. 산들바람에 몸을 흔들며 지나가는 나에게 손짓을 한다. 작년 두타산 산행에서 봤던 튼실한 꽃대와 큰 초롱꽃을 가진 모시대와는 대조적으로 여리고 약한 모습으로.

백덕산 정상에 선 필자(사진 김종아)

억세고 드센 수풀 사이에서 꽃으로 살아가기 만만치 않겠지만, 그래도 꽃대를 세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후손을 남겨 생을 이어가는 생명의 신비에 머리가 수그러진다.
한참을 걸어 앞으로 나아가니 왼쪽으로 큰 바위들이 나타난다. 계곡도 없고 특별한 특징이 없던 트레일에서 만난 인상적인 존재감이 느껴지는 광경이다.

백덕산 삼거리, 1,280봉에 도착해서 오른쪽으로 향했다. 돌과 바위가 많은 길을 걸어가니 밧줄을 매어놓은 바위가 나온다. 밧줄을 붙들고 용을 써서 오르니 곧 정상이다. 두 개의 바위로 된, 그리 넓지 않은 터 위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동·서·남·북 사위(四圍)가 막힘이 없다. 산들이 몇 개의 병풍을 겹겹이 둘러쳐 놓은 것처럼 펼쳐져 이어지고 있다. 산들의 물결이라고나 할까.
푸르른 산의 정기가 온 세상에 충만하다. 겨울에 와서 이곳에서 눈 덮인 산들을 내려다 본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상상하기 쉽지 않다.

산의 맛이 계절마다 다르고, 코스마다 다르니 백덕산을 이 코스로 한 번 올랐다고 해서 백덕산을 다 보았다고 논하기는 힘들 것이다.
산 정상에 문재에서 본 등산 안내판과 전혀 다른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잠시 혼란스러웠다.
영월군에서 서·남쪽 방면 등산코스를 안내한 것이다. 안내판은 “이쪽 코스가 계곡도 있고 멋진 곳이 많은데, 왜 너희들은 계곡도 없고 밋밋하다고 평을 듣는 북쪽 코스만 고집하느냐?”고 항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교통의 편리성과 매스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기야 나도 그랬으니까.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더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하고, 더 관찰해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하고, 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고…… 반성이 많이 되는 산행이었다.
다시 백덕산 삼거리(1,280봉)으로 되돌아와 당골쪽으로 향했다. 헬기장에서 비네소골 쪽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도했다.

백덕산 정상에서 본 남쪽전경 (사진 조성연)

참나무가 우거진 미끄러운 길을 걸어 비네소골로 내려와서 운교리에 도착했다.
밭에서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고추와 밭에서 자라고 있는 고구마, 깨, 케일, 상추등이 정겨운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뇌의 변연계에 저장되어 정보와 똑같은 것을 경험하면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등산을 하면, 오늘처럼 고향같은 정경을 마주하면 행복해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산행을 했다고 자부한다.
마을회관에서 택시를 불러서 타고 문재까지 돌아와 산행을 마무리했다.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이시형

                                             백덕산의 모시대*
                                                                                                                     조성연

백덕산 정상 가는 길
드높은 신갈나무 그늘아래
우거진 수풀 사이로

가녀린 꽃대를 높게 세우고
초롱꽃을 층층이 매달고
초롱초롱 흔들리며
손짓하는 너

네가 모시대로 구나.
“너도 밀처럼 많은 뿌리를 내리니?”*
“희미한 햇볕만으로
어떻게 꽃을 피우니?”
“억세고 사나운 수풀 속에서
어떻게 꽃으로 살아가니?”

백덕산 호젓한 산길에
소우주, 모시대가
소우주, 산객을 만나

새 역사가 시작되었네.
새 우주가 활짝 열렸네.

*모시대-초롱꽃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 8-9월에 보라색 종모양의 꽃이 원줄기에 차례로 매 달려 아래 로 향해 핌.
*미국 아이오 대학 연구진이 한 그루의 밀 뿌리가 11,200km(모세근 포함)에 이른다는 사실을 증명하였음.

spot_img
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중요한 최신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콜로라도 타임즈 신문보기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