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오피니언나뭇잎 사이로이젠, 소망의 눈이 나리네요

이젠, 소망의 눈이 나리네요

spot_img

어제에 이어 오늘 오전에도 눈이 나립니다. 집 앞 나무들은 하얀 옷을 갈아입느라 분주한데, 저는 굼뜹니다. 저의 눈에는 어두운 회색 하늘이 더 가득해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옷을 단정히 하고 너싱홈 교회인 Our Church에 가져갈 물건들을 나이든 오디세이에 조심스레 챙겨 넣습니다. 차가운 날씨에 밤새 바깥에 서 있다 온 몸에 달라 붙은 눈을 털어주고는 겨울을 이겨내게 하는 장치들을 모두 작동시켜 봅니다. 고맙게도 사이드 미러에 있는 얼음까지 다 녹여주고 추위로 느려진 제 몸을 엉덩이부터 따스하게 덥혀 주니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지난 날, 살이 에이는 시카고의 겨울이 무책임하게 길에 던져 놓은 블랙 아이스 위도 덤덤히 온 식구들을 태우고 달렸던 충성스럽고 믿음직스런 동역자 입니다.

최장로님 댁에 도착해 스피커, 키보드와 간식을 싣는데, 언뜻 Our Church 성도님들이 좋아하시는 초코파이가 든 쇼핑백을 보니, 롯데 초코파이가 들어 앉아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그 자리는 오리온 초코파이 자리입니다. 잘 부서지지 않고 뭔지 모르는 다른 부드러움이 있는 오리온이어야 씹고 삼키는데에 어려움이 있으신 성도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위로할 수 있으니까요. 맑은 미소로 인사하고 조수석에 앉으시는 장로님의 몸도 오디세이가 친절히 덥혀 드리면서 맥도날드로 향합니다. 먼저 온 92세의 Lorna 와 우리의 Preacher, Tim 형제님이 반가이 우리를 맞습니다. 시니어 커피를 네 잔 시키니 3달러도 안되는 것에 모두 놀라는 모습을 보며 저는 으쓱대며 자리에 앉습니다. 이제 곧 직원이 번호표 16을 보고 구수한 커피를 정성스레 쟁반에 담아 가져다 줄 것을 기다리며 통 창에 부딪히는 눈을 바라보며 서로의 삶을 나누어 가집니다.

오늘 나눌 말씀은 마가복음 9장 22-24 절 입니다. 세 명의 제자들 앞에서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하신 후 산에서 내려 왔는데, 나머지 제자들이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귀신에게 사로 잡혀 삶이 망가진 아들을 한 아버지가 다른 제자들에게 데리고 왔는데 고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똑똑하고 훈련 잘 받은 전문 종교인들인 율법학자들과 어설픈 논쟁에 휘말렸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보시고는 너무나 안타까워 하시면서, ‘믿음이 없는 세대’ 라고 탄식하십니다. 거기에 더해 아픈 아들을 둔 아버지는 예수님께 ‘하실 수 있으면 도와달라’ 는 흐리멍덩한 부탁을 합니다. 아마 그는 이미 아홉 명의 제자들에게 실망한 터라, 예수님께도 별 소망을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할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막 9:23. 새번역). 그제서야 그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고 말합니다. “내가 믿습니다. 믿음 없는 나를 도와주십시오!”

이 말씀을 읽고 서로 느낀 것을 이야기 하는데 마음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이 아침에 느꼈던 그 어두운 마음은, 한국에 계신 어머님을 병원에 놔두고 돌아와야만 하는 죄송함, 작년 이맘 때 있었던 앞이 보이지 않던 목회 현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떠나 보냈던 기억등이 엉켜 만든 것이었는데, 이제 서서히 거두어져 갑니다.

11시에 Ridgeview 너싱홈에 도착하니, 엄마와 초등학생 딸 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Denver Philharmonic Orchestra 의 Flute 수석 연주자인 Whitney 와 Hannah, Brooke 인데 홈 스쿨링을 하고 있어 평일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갈보리교회의 성도들입니다. 그들이 두 대의 플룻과 바이올린이 어우러져 찬송가와 귀에 익은 클래식 곡을 연주하며 복음을 전하니 오늘은 더욱 풍성하고 복된 날입니다. 치매 어르신들이 있는 Our Church 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식당에서도 찬양과 악기를 연주합니다. 그 예배 중간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음악이, 그리고 가만히 귀기울이며 들으시는 영혼들의 눈빛이 오케스트라의 연주 되어 저를 속으로 울게 합니다.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잃어버린 영혼들, 상한 마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삶으로 전달하는 그들이 고귀합니다.

섬긴 후 로비에 서서 오늘 무엇을 먹고 싶냐 물으니, 10살짜리 Hannah 한껏 웃으며, “그 말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라고 해 모두를 웃게 합니다. 국물이 있는 Pho, Chick-fil-A, 근처 멕시칸 맛집 식당중 아이들은 오늘도 Chick-fil-A 를 어김없이 고르며 소리를 지르며 신나 합니다. 일곱명이 식사하니 저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가 되겠지만, 주님께서 하늘의 상급을 주지 않는다 하셔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식구들도 찾아오지 않는 외롭고 고독한 노년의 삶에 찾아온 어린 소녀들과 어머니의 친절하고 순결한 미소가 오늘의 말씀과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어 Our Church 성도님들, 그리고 의식은 맑으나 웃음을 잃어 버린 분들에게 다가갔을까 생각하며 식당 밖에 나리는 눈을 바라봅니다. 이제 그 눈은 더 이상 회색 하늘이 만들어낸 슬픔과 어두움의 눈이 아니라, 소망의 눈으로 제 마음에 나립니다.
추워하는 꼬맹이들을 다독여 함께 사진을 남깁니다. 키 작은 막내는 이마만 찍혀 미안하지만 나중에 우리가 예수님 앞에 꺼내 보여드리며 오늘처럼 함께 웃으려 합니다. 소망의 눈을 내려 주신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소망의 눈 위를 걸으며
이성한 목사 올림
woori.us

spot_img
coloradotimes
coloradotimeshttps://coloradotimesnews.com/
밝고 행복한 미래를 보는 눈, 소중한 당신과 함께 만듭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중요한 최신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콜로라도 타임즈 신문보기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