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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푸르나 Circuit Trek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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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다시 떠난 히말라야, 부부가 함께했던 히말라야 트레킹의 기록과 감동

시간이 멈춘 네팔, 굽이굽이 오르내린 길에서 마주한 ‘삶의 속도’

전 세계 등산가들이 일평생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어 하는 히말라야 트레킹. 우리 부부에게는 이번이 두 번째로 네팔을 찾은 여정이었다. 지난 2019년 은퇴후 16일간 오랜 바람이었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함께 콩마 라(Kongma La). 초 라(Cho La), 렌조 라(Renzo La) 등 3대 고개를 모두 넘는 트레킹을 완주했기에 이번 안나 푸르나로의 여정은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수도 카트만두에 늦게 도착한 우리는 잠시 눈을 붙인 후, 다음 날 아침 포카라로 향할 준비를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곳 네팔은 시간 개념이 느슨하여, 한 두 시간의 지연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8,000m가 넘는 14좌 고봉 중 8개가 밀집한 산악국가 네팔에서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항상 즐거운 대화의 장이 펼쳐지는 곳이다.

‘히말라야(Himalaya)’는 ‘눈’을 뜻하는 ‘히마(Hima)’와 ‘거처’를 의미하는 ‘알라야(Allaya)’가 합쳐진 말로, 설산 사이에 수많은 신들이 존재한다는 신비로운 땅이다. 이곳에서의 여정은 시작부터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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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한 3월의 포카라는 한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였다. 이번 트레킹의 시작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였지만, 그 이야기는 후편에 따로 소개하기로 하고, 먼저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을 회상해 본다. 안나푸르나 서킷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베시사하르(Besisahar)로 향하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약 8-9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포카라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탔다. 베시사하르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Guide 비비(BiBi), 포터 키시나(Kishina), 그리고 우리 부부 네 사람이 함께 지프를 대절하여 비포장도로와 절벽길을 지나 챠매(Chame)를 거쳐 마낭(Manang)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를 찾았지만, 사전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아 화장실 딸린 방은 구하지 못했다. 그 탓에 밤중에 불편함을 겪으며 화장실 들락날락하느라 분주한 밤을 보냈다. 게다가 베시사하르에서 점심을 먹은 후 배탈이 나서 심한 배앓이에 나흘간 고통속에 시달리며 걸어야 했다. 몸은 고단하나 눈과 영혼은 밝은 채로 고산에서 걷다 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니 산을 오르게 된다.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은 안나푸르나 연봉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장거리 코스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산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매 구간이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트레킹 루터는 다음과 같다. 마낭(Manang) – 군상(Gunsang) -슈리카르카(Shreekarka) -틸리초 베이스 캠프(Tilicho Base Camp) –틸리초 호수(Tilicho Lake, 해발 4,919m) -야카르카(Yakkarka)- 렛다르(Letdar) -토롱페디(Thorong Phedi) -하이캠프(High Camp) -토롱 라 페스(Thorong La Pass, 해발 5,416m, 17,769ft)로 이어진다. 이 코스는 각 구간마다 공식 퍼밋(Permit)이 있어야 통과가 가능하며, 이를 갖추지 않으면 출입 자체가 제한된다.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육체적 고단함 속에서도 삶의 본질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산의 속도에 맞춰 걸으며, 우리 부부는 서로의 삶을 다시 마주하고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은퇴 후 떠난 두 번째 히말라야는, 다시 한번 우리를 젊게 만들고, 마음을 단단히 다져주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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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icho Lake(4,919m) 네팔 틸리초 호수 가는 길에서(2025년 4월)

가파른 언덕 위로
거센 바람 불어와
몸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틸리초 호수로 가는 길
그 길 끝에서
꽁공 언 호수가
말없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날, 손 수첩에
적어두었던 마음을
이제 조용히 꺼내어 본다
운명이라면
우린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해야지
춥고 고된 그 여정에 초대받았으니
기어이 너를 만나고 가야지

가슴을 졸이며
어젯밤 스쳐간 황량한 바람 속에서도
나는 너를 떠올렸어
그러니 꿋꿋이 또 걸아갈 거야
날 다시는 기다리지 마
나는 저 하늘 구름처럼
스쳐 지나가는 객이었어
하지만 네 창백한, 하얀 얼굴
그 고요한 아름다움은
내 마음에 영원히 남을 거야
틸리초,
Tili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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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ong La Pass (5,416m/17,769ft) 네팔 토롱 라 페스에서(2025년 4월 26일)

한얀 눈발이 흩날리고
주위는 눈부신 침묵 속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이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쩐지 두려움이 스며든다
한참을 더 걸어 나아가야겠지…

하지만 이 길을 택한 이들,
가슴속 열정을 안고
눈 속을 묵묵히 걸어간다
산을 에는 추위가 온몸을 누르지만
굴하지 않고 서로에게 따뜻함을 건넨다
잘 해내자고, 이 순간을 소중히 붙잡자고
말없이도 마음을 나눈다

꿈꿔온 그 행복한 찰나
지금 이곳에 와 있다
내일은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고 싶다
묵티나트(Muktinsth)에서
굽었던 허리를 곧게 펴고
다시 한번 산을 마주하니
쳐다보는 눈가에 촉촉하게 감동이 인다.

<박현숙/ 독자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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