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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다시 찾은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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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사라진 줄 알았던 삶의 어두운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어깨의 움직임을 차별 없이 우리의 추억 저장소에서 갑자기 끄집어 내어, 마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상 처럼 우리 앞에 멋있게, 때로는 슬프게 펼쳐 놓기를 좋아합니다. 날씨가 추워 오랜 동안 하얗게 남아 있던 눈이 사라지기 전, 코비드가 모두를 두려움과 의심으로 몰아 가고 있던 2019년 12월 28일 눈 나리는 토요일 오전, 저는 집 앞에 있습니다.

요즈음 감기 로 인해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는데, 저희 가족도 지난 한 주간 돌아가면서 아팠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막내 왕자 마저 감기가 걸렸는지, 어제는 밥을 잘 안 먹더니만 콧물을 흘리기 시작하다 마침내 간식으로 조금 먹었던 것들마저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해냈습니다. 힘들어 하는 왕자에게 꿀을 손가락에 찍어 먹였더니 좀 힘을 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덴버에 눈이 제법 왔습니다. 원래 이곳은 dry snow 가 오는 곳인데, 저희가 살았던 Chicago 지역의 눈처럼 wet snow 가 왔어요. 새벽기도회를 다녀와서 한결이와 눈을 치우다, 날씨가 추워 요 며칠 밖에 나오지 못한 왕자에게 나오라고 하니 하얀 눈이 내려 예쁜 앞마당에 여지없이 영역 표시를 하느라 바쁩니다.

10분 정도 더 눈을 치우고 나서 이젠 들어 가야겠다 싶어, “왕자야, 이제 들어가자~” 외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평소 이렇게 부르면 들어가기 싫어 눈치를 보느라 좀 머뭇하다 우리 보다 먼저 현관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곤 했는데 왕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몇 번 더 불러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 동네에서 눈 내리는 날 길을 잃은 강아지의 모습이 떠오르자, 한결이와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집 안에서 일하던 겸비까지 나와서 평소에 왕자가 잘 가던 옆 집에 가봅니다. 그곳에 덩치 큰 세 마리의 강아지들이 살고 있는데, 평상시 산책을 하러 나온 왕자가 지나갈 때면 집 안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죽어라 짖어대고, 조그만 남자 강아지 왕자는 발악을 하는 녀석들의 면전에 거만하게 다리를 들어 쉬를 하고는 서두름 없이 유유히 지 갈 길을 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왕자의 발자국은 거기에도 없습니다.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려 살펴보니 지금 막 생긴 동물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크기가 딱 왕자의 것입니다! 그 발자국은 옆집 현관에 갔다가 공원 철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결이가 대담한 가출을 시도한 막내를 발견하고는 옆구리에 잡아 눈길을 헤치며 오는데, 마치 목자가 길 잃어버린 양을 구출해 오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엄마이 잔소리가 시작되지만, 녀석도 압니다. 정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안타까움과 안도의 숨결이라는 것을요.

아침에 그 난리가 난 후, 오후가 되어 “왕자, 밥 먹을까?” 하니 혀를 내밀어 먹고 싶다고 표현을 합니다. 몸도 마음도 풀어진 것 같습니다. 미역국에 들어갔던 소고기와 당근, 현미 찹쌀, 흰밥을 잘 섞어 따듯하게 내어 주니, 좋아하며 먹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코알라 인형을 물고 와서는 놀자며 저를 보챕니다. 몇 번 달리기를 하다 제가 귀찮아 소파에 앉아 주일을 준비하는데, 엄마가 누워있는 다리에 기대어 잠을 잡니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일은 이미 잊고 평안히 잠을 자고 있는 왕자를 바라보는데,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 납니다. “너희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찾아 다니지 않겠느냐?” (눅15:4). 왕자가 사라졌을 때, 온 가족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때의 마음은 간절함 이었고, 안타까움 이었습니다. 눈도 추위도, 직장에 나가야 하는 일도 우리의 머리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지금도 그러하시다 성경은 우리에게 호소합니다. 이 땅에 죄 많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자신의 피조물에게 판단 받고 정죄 받아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죽으시는 무모한 사랑을 그래서 하셨다고 말입니다. 조금만 누가 뭐라 해도 자존심 상해 상처 받았다고 하는 우리들, 자신이 잘못된 판단과 생각을 해서 힘들어진 자신의 인생에 대해 그 책임이 하나님께 있는 것 처럼 불순종하는 인간들을 찾으시려고 이 세상에 오신 아름다운 주님의 착한 마음이 크리스마스가 방금 지난 12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에 새롭게 느껴집니다.

왕자가 조용히 자고 있습니다. 아침에 왕자가 무슨 일을 했건 그 왕자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다시 돌아와 제 곁에 안전히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습니다. 당신과 저를 보는 우리 주님, 그 큰 희생을 치러 찾아낸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눈길이 그러한 것 같아 어찌 할 수 없는 고마움으로 이 밤을 지냅니다.

다시 Merry Christmas.

우리교회 woori.us

이성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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