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된 노엠, 트럼프의 ‘아메리카 방패’ 특사로 재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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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국토안보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크리스티 노엠이 라틴아메리카 정상들이 모인 정상회의에서 새 직책인 ‘아메리카 방패(Shield of the Americas) 특사’ 자격으로 첫 공식 데뷔를 했다.

노엠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매 조직을 겨냥해 출범시킨 새로운 안보 연합체 ‘아메리카 방패’의 특사이자, 동맹국들과의 연락 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연합체는 미국의 서반구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엘살바도르·파나마 등 이념 성향이 비슷한 중남미 국가들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자신의 도럴 골프 리조트에서 초청 정상들만 참석한 비공개 정상회의를 열고 ‘아메리카 방패’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엘살바도르의 나입 부켈레 대통령을 비롯해 참여국 정상들이 하루 종일 회의에 참석했으며, 회의 진행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주도했다.

쿠바계 플로리다 상원의원 출신인 루비오는 스페인어에 능통한 점과 중남미 문제에 대한 강경 노선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현재 그는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직하며, 노엠 등 초기 참모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서반구 전략의 핵심 설계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비오 아래에 놓인 특사직

아메리카 방패 특사는 격으로 보면 대사급에 준하는 자리지만, 위상 면에서는 루비오 장관 아래에 놓이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럴 정상회의에서 “이 중요한 일을 조직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리더십에 감사한다. 그는 환상적이다”라며 루비오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노엠 특사는 이날 행사장에서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 하워드 루트닉 재무장관 사이 앞줄에 앉아 있었지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특사 역할의 구체적인 권한과 임기, 향후 일정 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루비오는 오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득이하게 회의 후반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 이니셔티브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며 노엠을 옆에 세웠고, “여러분은 앞으로 노엠 특사를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실무 접촉에서 노엠의 비중을 강조했다.

멀린으로 교체된 DHS, ‘소프트 랜딩’ 받은 노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크웨인 멀린 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을 새로운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한다고 발표하며 노엠을 사실상 경질했다. 노엠은 원래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지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토안보부 수장으로 합류했지만, 재임 중 막대한 홍보비 지출과 연방 요원과 시위대의 충돌로 인한 사망 사건 처리 등을 둘러싸고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이민자 자진 출국을 독려하는 광고 캠페인에 2억 2천만 달러를 쏟아부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야를 막론한 공세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노엠은 좋은 사람이고 일을 잘했다”고 두둔하면서도 “그 광고에 그 정도 돈이 들어간 줄은 몰랐다. 내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데 쓴 돈보다 많다. 그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거리두기를 했다.

이번 특사 임명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노엠에게 체면을 살려주는 ‘소프트 랜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관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새로 만든 안보 이니셔티브의 얼굴이자 중남미 정상들과의 외교 창구 역할을 맡김으로써 완전한 퇴진 대신 측면 배치로 봉합했다는 분석이다.

멕시코·콜롬비아 겨냥한 강경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마약 카르텔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카르텔 폭력의 진앙지는 멕시코”라며, 멕시코 카르텔이 사실상 국가를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멕시코 정부는 악명 높은 마약 조직 두목 ‘엘 멘초’를 사살하는 군사 작전을 감행했고, 그 여파로 한동안 국내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번 도럴 회의에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가이아나, 온두라스, 파나마, 파라과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1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반면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콜롬비아를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으로 지목하며, 마약 문제를 이유로 군사 행동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개회 발언만 마치고, 이란과의 교전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봉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플로리다를 떠났다. 이후 회의 진행과 정상 오찬 등은 루비오 장관이 주도했다. 루비오는 “이 이니셔티브는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노엠 특사가 각국 정상들과 직접 소통하며 긴밀히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