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뉴스 밴드도 없던 첫 퍼레이드, 미국 노동절이 되기까지

[미국 역사] 밴드도 없던 첫 퍼레이드, 미국 노동절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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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뉴욕 노동자 1만 명 거리로…콜로라도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노동절 채택

1882년 9월 5일 아침, 뉴욕 시청 인근에는 새로운 행사를 구경하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노동자들이 직접 준비한 미국 최초의 노동절 퍼레이드였다. 그러나 정작 행진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참가자는 많지 않았고 음악을 연주할 밴드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행사가 소요 사태로 번질 것을 걱정했고, 주최 측은 퍼레이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빠졌다. 그때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보석세공 노동자 약 200명이 악대와 함께 도착했다. 음악이 울리자 기다리던 노동자들이 하나둘 행렬에 합류했다. 작은 대열은 곧 거대한 행진으로 변했다.

의회도서관은 이날 약 1만 명의 노동자가 뉴욕 시청에서 유니언스퀘어까지 행진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에는 피크닉과 연설,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시가와 맥주도 등장했다. 오늘날 미국인들이 노동절에 가족·친구들과 야외 모임을 갖는 풍경은 첫 행사 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흥미롭게도 같은 1882년 조선 역시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5월에는 미국과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고, 여름에는 구식 군인들의 임오군란이 일어났다. 조선이 일본과 제물포조약을 체결한 8월 30일은 뉴욕에서 최초의 노동절 퍼레이드가 열린 9월 5일보다 불과 엿새 전이었다. 뉴욕에서는 노동자들이 권리와 휴식을 요구하며 행진했고, 조선에서는 개항과 외세의 세력 경쟁 속에서 근대사의 격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노동절 창시자는 누구인가

노동절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목수 노조 지도자 피터 J. 맥과이어(Peter J. McGuire)가 노동자를 위한 공휴일을 제안했다는 기록이 있는 반면, 뉴욕 중앙노동조합 서기였던 기계공 매슈 맥과이어(Matthew Maguire)가 실제 제안자였다는 주장도 있다.

두 사람은 성의 철자와 직업은 달랐지만 모두 1882년 첫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최근 연구는 행사를 직접 준비한 중앙노동조합 서기 매슈 맥과이어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흔했다. 주 6일은 물론 일주일 내내 일하는 사업장도 있었고, 산업재해와 아동 노동도 심각했다. 유급휴가나 안전 규정, 건강보험 같은 제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노동절은 단순히 하루를 쉬자는 행사가 아니라 노동자의 존재와 권리를 사회에 알리기 위한 공개 선언이었다.

콜로라도, 미국에서 두 번째로 노동절 채택

노동절을 처음 법제화한 주는 오리건이었다. 오리건은 1887년 2월 21일 노동절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했다. 콜로라도주는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3월 15일 법을 통과시키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노동절을 채택했다.

콜로라도 최초의 공식 노동절 행사는 1887년 9월 6일 덴버 아르고 파크에서 열렸다. 당시 《로키마운틴뉴스》에 따르면 노동단체 회원과 가족 등 약 2,000명이 참가했다. 밴드 연주와 주지사·시장의 연설이 있었고, 참가자들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즐겼다.

풀먼 파업이 노동절을 만들었나

노동절이 1894년 시카고 풀먼 파업의 유혈 진압 이후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연표는 조금 다르다.

노동절 법안은 풀먼 파업이 일어나기 전인 1893년 8월 이미 의회에 제출돼 있었다. 풀먼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은 1894년 5월 시작됐고, 전국 철도 노동자들의 보이콧은 6월 26일 본격화됐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이틀 뒤인 6월 28일 노동절 법안에 서명했다. 연방군 투입과 대규모 유혈 충돌은 그 뒤 7월에 벌어졌다.

따라서 노동절은 풀먼 파업 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휴일이 아니다. 1882년부터 이어진 노동자들의 행진과 여러 주의 법제화가 연방 공휴일로 발전한 것이다. 다만 풀먼 사태가 확대되던 긴박한 상황이 의회의 법안 처리를 재촉하고 노동계를 달래려는 정치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노동절은 왜 5월이 아니라 9월일까

세계 여러 나라는 노동절을 5월 1일 메이데이로 기념한다. 그러나 미국 최초의 9월 노동절은 1882년에 열렸고, 메이데이의 상징이 된 시카고 헤이마켓 사건은 그보다 4년 뒤인 1886년에 발생했다.

미국이 5월 노동절을 9월로 옮긴 것은 아니다. 이미 노동자들 사이에 자리 잡은 9월 행사를 연방 공휴일로 채택한 것이다. 이후 미국의 9월 노동절은 사회주의·급진 노동운동과 연결된 5월 1일 메이데이와 구분되는 정치적 의미도 갖게 됐다.

2026년 미국 노동절은 9월 7일 월요일이다. 오늘날 노동절은 여름의 마지막 연휴이자 바비큐와 여행, 대형 할인행사의 날로 더 익숙하다. 그러나 연방 공휴일이라고 해서 모든 민간 노동자에게 유급휴일이나 휴일수당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144년 전 뉴욕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이 원한 것은 거창한 특권이 아니었다. 사람답게 일하고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하루였다. 노동절의 진짜 의미는 휴일 자체보다 그 하루를 얻기까지 이어진 노동자들의 긴 행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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