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같은 기간 83마리에서 3배 이상 증가…“곰 살리려면 먹이지 말아야”
쓰레기·새 모이·차량 음식 관리가 사람과 곰 모두 지키는 첫걸음
콜로라도에서 먹이를 찾아 주택가와 도심으로 내려오는 흑곰이 급증하면서 결국 안락사되는 곰도 크게 늘고 있다. 콜로라도 공원야생동물국(Colorado Parks and Wildlife·CPW)에 따르면 올해 8월 31일까지 CPW가 안락사한 곰은 294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마리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곰 관련 목격과 충돌 신고 역시 8,000건을 넘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덴버 메트로를 비롯해 프런트레인지와 산악지역 곳곳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주택과 차량 주변을 배회하는 곰이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시작은 곰 자체가 아니라 올해 심각해진 자연 먹이 부족에 있다.
CPW는 2026년을 자연 먹이 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콜로라도 곰에게 가장 어려운 해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2025~2026년 겨울의 기록적인 적설 부족에 이어 늦봄 냉해와 건조한 여름, 산불과 우박이 겹치면서 도토리와 견과류, 초크체리와 각종 열매 등 곰이 의존하는 자연 먹이가 크게 줄었다.
특히 늦여름부터 가을은 곰에게 ‘과식기(hyperphagia)’로 불리는 시기다.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 가능한 한 많은 지방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다니며 하루에 체중을 3~4파운드씩 늘리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하루 약 2만 칼로리까지 섭취할 수 있다. CPW에 따르면 곰 관련 신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도 통상 8월부터 10월 사이다.
사람의 음식 맛을 알게 되는 순간 위험해진다
산속에 먹이가 부족하면 곰에게 주택가는 거대한 식량창고가 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와 새 모이통, 반려동물 사료, 야외 그릴에 남은 음식, 과일나무, 차량 안에 둔 식품 등이 모두 곰을 끌어들이는 원인이 된다.
곰이 한 번 쓰레기통이나 주택 주변에서 쉽게 먹이를 얻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곰은 뛰어난 후각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한 번 성공적으로 먹이를 얻은 장소를 좀처럼 잊지 않는다.
처음에는 사람을 피해 밤에 찾아오던 곰도 반복해서 먹이를 얻으면 점차 인간에 대한 경계심을 잃는다. 결국 낮에도 주택가를 돌아다니거나 차고와 차량, 심지어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CPW는 사람에게 익숙해지고 인간의 음식에 길들여진 곰은 사람과의 충돌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공공안전을 위해 안락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배가 고파 보이는 곰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곰을 돕는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곰에게 “사람이 있는 곳에 가면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셈이다.
CPW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의 제목도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굶주린 곰을 돕고 싶은가? 먹이를 주지 마라.”
쓰레기통 하나 제대로 잠그는 것이 곰을 살릴 수 있다
CPW가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철저한 쓰레기 관리다.
가능하면 곰이 열 수 없는 잠금식 쓰레기통을 사용하고, 쓰레기는 수거일 전날 밤이 아니라 당일 아침에 내놓는 것이 좋다. 곰 방지 쓰레기통도 뚜껑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고 지나치게 가득 채워 냄새가 밖으로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 모이통 역시 곰 활동기에는 치우는 것이 좋다. 새 모이는 곰에게 고열량 식품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사료도 야외에 두지 말고 바비큐 그릴과 야외 조리도구는 사용 후 음식물과 기름을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올해는 차량과 주택 관리도 특히 중요하다. CPW는 굶주린 곰들이 이전보다 과감하게 먹이를 찾고 있다며 집과 차고, 차량의 문과 창문을 반드시 잠그라고 당부하고 있다.
곰을 발견하면 사진보다 먼저 해야 할 일
주택가에서 곰을 발견했을 때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CPW와 베어와이즈(BearWise)는 안전거리가 확보된 상황이라면 큰 소리를 내 곰이 인간 거주지역을 편안한 장소로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휘슬을 불거나 큰 소리로 외치고 자동차 경적이나 알람을 울리거나 냄비를 두드리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곰에게 가까이 접근하거나 도망갈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새끼 곰과 함께 있는 어미 곰을 발견했을 때는 더욱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곰이 반복적으로 주택가를 돌아다니거나 집과 차량에 접근한다면 조기에 CPW에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보호
자연 먹이가 부족한 해에는 굶주린 곰에게 산속에서 따로 먹이를 공급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CPW는 보충 급식에 반대하고 있다.
흑곰은 하루 5~10마일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혼자 생활하는 영역동물이다. 한 곳에 대량의 먹이를 놓으면 여러 곰이 몰려 싸움과 질병 전파 위험이 커지고, 결국 인간이 먹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된다. CPW는 2013년부터 연구 목적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흑곰에 대한 보충 급식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안락사된 곰 294마리라는 숫자는 단순히 곰이 많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 먹이를 구하지 못한 곰과 인간이 제공한 음식물이 만나는 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경고다.
곰 한 마리가 쓰레기통에서 한 끼를 얻지 못하게 하는 작은 행동이 결국 그 곰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CPW가 강조하는 원칙은 간단하다.
“Keep Wild Bears Wild.” 야생 곰은 야생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곰을 불쌍히 여겨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아무런 먹이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람과 곰 모두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