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재미있는 명화 ④] 김홍도의 「씨름」, 씨름꾼보다 구경꾼이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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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한판에 웃음과 긴장, 조선 사람들의 일상이 모두 들어 있다

두 사내가 샅바를 잡고 온 힘을 다해 상대를 넘어뜨리려 한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둥글게 앉아 승부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보았을 그림,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씨름」이다.

「씨름」은 김홍도의 대표적인 풍속화 모음인 《단원풍속도첩》에 들어 있는 작품이다. 이 화첩에는 서당, 논갈이, 대장간, 주막, 빨래터, 장터길 등 조선시대 사람들의 노동과 놀이, 일상생활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현재 화첩은 25점의 풍속화로 구성돼 있으며 보물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가운데 씨름꾼만 보면 절반만 본 것이다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의 두 씨름꾼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이 그림의 진짜 재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김홍도는 구경꾼들을 화면 위와 아래에 둥글게 배치한 뒤 가운데 공간에 씨름꾼 두 명을 넣었다. 덕분에 보는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승부가 벌어지는 중앙으로 향한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이러한 원형 구도를 「씨름」의 중요한 특징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왼쪽에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인물이 한 명 있다. 엿을 파는 아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씨름판을 향하고 있는데, 이 아이는 씨름꾼에게 등을 돌린 채 여유롭게 장사를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6년 김홍도 전시에서 팽팽한 씨름 승부와 엿을 파는 아이의 여유로운 모습이 대비되면서 당시 씨름판의 생생한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바닥의 신발도 그냥 그린 것이 아니다

그림 아래쪽에는 사람들이 벗어놓은 신발이 보인다. 얼핏 별 의미 없이 놓인 물건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화면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이 신발들은 오른쪽으로 열려 있는 빈 공간을 좁혀주면서 그림 전체의 균형을 잡아준다. 왼쪽의 엿장수 역시 구경꾼들의 원형 구도를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작은 인물과 물건까지 계산해 배치한 것이다.

구경꾼들의 모습도 자세히 보자. 편안하게 앉은 사람, 몸을 앞으로 기울인 사람, 승부를 놓칠세라 씨름꾼을 바라보는 사람 등 자세와 표정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

김홍도는 복잡한 배경을 거의 그리지 않고 인물의 동작과 표정만으로 씨름판의 열기를 만들어냈다. 투박한 붓질로 무명옷의 질감을 표현하고, 둥글넓적한 얼굴과 동그란 눈매로 서민들의 모습을 친근하게 그려낸 것도 그의 풍속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평범한 하루를 명화로 만든 김홍도

「씨름」에는 왕도 장군도 등장하지 않는다. 웅장한 궁궐이나 특별한 역사적 사건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씨름을 하고, 구경하고, 엿을 파는 평범한 하루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김홍도 그림의 매력이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함성과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김홍도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순간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다음에 「씨름」을 보게 된다면 가운데 두 씨름꾼만 보지 말자. 구경꾼들의 눈빛, 혼자 등을 돌린 엿장수, 바닥에 벗어놓은 신발까지 찾아보면 18세기 조선의 씨름판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림에서 이것만은 찾아보세요]

① 힘을 겨루는 두 씨름꾼
② 둥글게 둘러앉은 구경꾼
③ 씨름판에 등을 돌린 엿장수
④ 바닥에 벗어놓은 신발

작품 정보:
김홍도(金弘道), 「씨름(相撲)」, 《단원풍속도첩》, 조선 18세기 후반, 종이에 먹과 엷은 색, 26.9×22.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