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종말론 경계한 빌 게이츠, 토륨·원자력 재조명한 빅테크 거물들
인공지능(AI) 의 활약과 맞물려 데이터 센터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에 빌 게이츠가 지난 10월 기후변화에 대한 본인의 변화된 입장을 공개했다.
빌 게이츠는 게이츠노트(Gatesnotes)를 통해 “기후에 대한 3가지 냉혹한 진실 (Three tough truths about climate)” 칼럼에서 “기후 변화가 문명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종말론적 관점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직접 밝혔다.
그는 “향후 몇 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에 지구 대부분 지역에서 살고 번영할 수 있을 것” 이라며, “지구 온난화 대응에 있어 이제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배출량과 기온 변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표, 즉 삶의 질 향상에 다시 집중해야 할 때” 라고 기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인류 멸망 메시지는 빌 게이츠에 따르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테크 업계의 화두 역시 더 이상 알고리즘이나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핵심 질문은 보다 근본적인 곳으로 옮겨갔다. “AI를 감당할 전기를 어디서 구할까?” 글로벌 테크 업계와 사회 곳곳의 인사들도 에너지 현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샘 알트먼(Open AI), 마크 주커버그(메타),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 리더들은 AI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을 기존 전력망과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인 전력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AI 성장 자체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AI 전용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자체 발전 설비와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24시간 전력 공급이 어려운 한계가 노출됐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때문이다. AI 서버는 연중무휴로 최대 부하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에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 재조명받는 원자력 기술들
한동안 주변부로 밀려났던 원자력 발전소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한편, 토륨(Thorium)이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원으로 조용히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은 주로 3 가지 방향으로 논의된다.
첫째는 기존의 경수로 기반 원자력 발전소다. 기술적으로 가장 성숙했고,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건설 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며, 멜트다운 등 원전 사고 안전성과 핵 폐기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여전히 크다. 정치적 리스크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둘째는 ‘꿈의 에너지’ 로 불려온 핵융합이다. 태양과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천만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통제 설비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제를 동반한다. 현재의 핵융합 실험로들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배보다 배꼽이 큰’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성 측면에서 상용화까지는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셋째는 ‘콜드 퓨전’ 으로 불리는 저온 핵융합이다. 상온에 가까운 조건에서 핵반응이 가능하며, 방사성 폐기물과 폭발 위험이 거의 없고 소형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은 1989년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이후 재현성 부족과 과학적 검증에 실패해 왔다. 최근에는 ‘LENR (저에너지 핵반응)’ 이라는 이름으로 NASA 등 일부 기관에서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상업적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AI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언급이 늘었을 뿐, 현실적 대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토륨: 피터 틸의 관심사
이 때 새롭게 관심받기 시작한 에너지원은 토륨이다. 토륨은 우라늄보다 매장량이 풍부하고, 이론적으로는 멜트다운이 불가능해 사고 위험과 핵폐기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액체 연료 방식의 용융염 원자로와 결합할 경우, 안전성과 효율성에서 기존 원자로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25년 바다 없는 고비 사막에 건설한 토륨 용융염 원자로에서 세계 최초로 토륨을 우라늄 핵연료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토륨에 대한 관심은 실리콘밸리에서도 감지된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등 일부 테크 투자자들이 토륨을 차세대 에너지 자산으로 주목하며 관련 분야에 개인 투자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주류로 여겨졌던 토륨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규제적 산이 많지만,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장기적 옵션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 확산이 에너지 정책의 방향 자체를 바꿀 가능성을 주목한다. 재생에너지는 기존 에너지원에 비해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자력의 조합을 현실적으로 재설계하지 않으면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전기 먹는 괴물’ AI의 전력 문제는 더 이상 기술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망, 에너지 안보, 기후 정책이 동시에 얽힌 범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테크 거물들이 원자력을 다시 입에 올리는 이유는 단순한 투자 트렌드가 아니라, 새 시대가 요구하는 냉정한 물리적 에너지 현실이 반영된 신호일지 모른다.
<이수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