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2020년 세 번의 도전 끝에 제 46대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감과 소통 능력을 가진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한 정치 이력과 풍부한 국정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바이든은 부친의 재산을 물려받은 ‘금수저’ 트럼프와도 대비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찰로 불리우며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의 수장이 바뀌는 만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끌어 나갈 국가 정책 패턴이 트럼프와 어떻게 대비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사회에 모범을 보여 존경을 받으며 세계를 지도하는 나라가 되도록 할 것이다. 힘을 사용해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범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세계를 주도하겠다”고 말해 전 세계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준 미국 제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하나된 미국, 통합을 강조하는 그도 정책적인 면에서는 ‘트럼프 지우기’를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그는 집권 즉시 첫 열흘동안 4대 최우선 과제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4대 과제인 코로나 대응 정책, 경기침체 극복 정책, 기후변화 정책, 인종불평등 극복 정책을 간단히 요약하여 살펴본다.
- 코로나 대응 정책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 않았다.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본 것이다. 코로나 방역 정책, 사회적 거리두기, 학교나 식당 등의 봉쇄와 같은 조치는 각 주정부에 맡겼다. 미국의 코로나 대응이 다른 국가들에게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주마다 제각각 다른 대응을 해 방역의 벽이 쉽게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먼저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착수했고,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수많은 미국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써달라”고 미국인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책 수립에 있어서는 ‘과학’을 따를 것이라고 밝혀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경고과 권고를 무시한 채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 물의를 빚어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취임 이후 100일 내 1억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히겠다고도 공언했다.
또한 바이든은 복지정책 공약으로 건강 보험 대상자 확대, 국가 주도의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약가 통제를 앞세워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질환 등으로 건강보험 가입이 거절당하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고 건강 보험료를 낮추고 합리적이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 경기침체 극복 정책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노선의 핵심은 ‘자유무역주의’와 ‘친중주의’로 대표되었었다. 2000년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을 정상화하고,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의 143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바이든의 중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마치 ‘코로나 디바이드’를 연상시키듯 2020년 대선 기간 중에 급선회,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 러시아가 첫 번째이고 중국이 두 번째라고 답할만큼 중국에 대한 ‘경쟁의식’을 내비쳤다.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의 경제회복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재건과 관련해서는 ‘미국 구조 계획’으로 명명된 약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전염병 억제 및 경기부양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우선적으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완화하고 다자간 무역협정에는 호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산인 ‘미국 우선주의’에 종언을 고하는 행보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시한 유엔(UN), 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권위원회 등에 재가입 의사도 밝힌 상태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협상 및 재가입과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우선, 즉 미국 사업 부흥을 위한 미국산 원료 및 소재 사용과 국내 공급사슬 재구축 또한 그의 주요 현안이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을 비판해왔던 만큼, 국제통상 규범 및 질서를 옹호하며 경제 동맹국들과 연대의 힘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주요 동맹과의 소원해진 관계 회복 및 공조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 기후변화 정책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을 더 중시했던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을 더 우선적으로 중시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를 바라보는 시각, 태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하는 태도, 석탄 및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태도 등에서 두 지도자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인 존 케리 전 상원의원을 기후문제 특사로 임명한 것은 미국의 기후관련 리더십 복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다. 즉, 바이든의 환경 정책은 오바마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 당시에도 기후변화의 과학적 확실성을 믿지 않는다고 공언, 당선 후에도 개인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으며 2019년 기어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미국의 탈퇴를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즉시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기후변화 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국가안보의 최우선 핵심과제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며 기후안보적 관점이 투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친환경 산업 분야는 태양광, 풍력 등 발전 분야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화경 자동차 분야 2가지다. 그는 선거 공약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향후 5년 안에 신규 태양광 패널 5억 개, 태양광 지붕 800만 개, 풍력터빈 6만 개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재생 에너지 전용 저장 장치와 송전망 건설도 약속했다.
바이든은 궁극적으로 ‘친환경적인 미국’을 만들기 위해 2050년 이전까지 100 퍼센트 청정에너지 경제 달성 및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에 도달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의 강화를 통한 미국 전체의 기후회복력 증대를 기대하고 기후변화 문제를 미국의 대외정책 및 국가안보전략, 무역 문제에 통합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색인종 및 저소득 지역사회에 피해를 입히는 화석연료 회사 및 오염원들의 오염 행위, 정보 은닉 등 권한 남용도 엄정하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한다.
- 인종불평등 극복 정책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앞으로 수백만명의 불법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제공을 위한 8년짜리 이민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법안은 2021년 1월 1일 이후로 현재 법적 신분 없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범죄 전력 검사 통과, 세금 납부 등 기본 요건 이행을 조건으로 5년 후 임시 합법 지위인 영주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어 3년이 더 경과하면 시민권 취득 요청자에게 귀화를 허용한다.
또한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색인종이 많은 내각을 꾸린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내각에는 카밀라 해리슨 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 장관급 인사의 유색인종 비율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이는 트럼프 내각의 유색인종 비율인 16 퍼센트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며 최고 기록이었던 오바마 내각의 42 퍼센트도 넘어섰다. 지난 몇 년동안 미국 사회가 극도로 분열된 가운데 다양한 인종으로 내각을 구성, 국가 통합에 나서는 메세지로 해석된다. 또한 그는 반이민 정책 철회, 경찰 개혁,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 유색인종 사회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고도 약속했다.
- 국가 정책에 있어 다방면적인 ‘트럼프 지우기’ 가속화 예상
바이든은 인사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남김없이 뒤집을 예정이다. 지난 16일 백악관 과학담당 보좌관 팀을 발표하며 “미국은 코로나19 대확산, 기후변화 위기를 비롯한 수많은 도전과 싸움에 ‘과학과 진실’을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담당 보좌관의 지위를 장관급 수준으로 격상시키며 백악관 선임 보좌관으로 에릭 렌더를 과학기술정책 담당국장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또한 과학적인 접근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통령이 과학자인 척하면 안된다. 의사와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의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국무부 부장관에 이란 핵 합의 주역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공식 지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시대’가 저물고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이제 세계는 다시 예측 가능한 초강대국의 지도자를 만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둘도 없는 우방국이자 든든한 동맹국’으로서 앞으로도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와 함께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양국 국민의 단단한 유대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자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한미 관계를 ‘가치 동맹’이라고 일컬으며 특히 ‘코로나 극복과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세계적인 현안에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포스트 트럼프 시대의 시작. 2021년 세계가 또다시 초강대국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국면과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