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 소식을 접하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안도감보다 ‘찜찜함’에 가깝다. 총성은 멈췄으되, 그 과정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이나 외교적 중재가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힘의 과시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화의 결실이 아니라, 강자에 의해 강요된 ‘침묵’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에서 목격된 것은 ‘외교의 실종’이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굴복하지 않으면 파멸시키겠다”는 식의 벼랑 끝 전술이 승리했다. 미국은 중재자라기보다 심판이자 집행자를 자처했고, 이스라엘은 그 뒤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인했다. 이런 방식의 ‘힘의 논리’가 국제 질서의 표준이 된다면, 앞으로 힘없는 국가들에게 평화란 강대국의 자비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는 매력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치명적인 유통기한을 갖는다. 공포로 억눌린 증오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숨어들 뿐이다. 억압받는 쪽이 다시 힘을 기르거나, 압박하는 쪽의 균열이 드러나는 순간, 오늘 억눌린 불씨는 더 큰 폭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공존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결국 이번 휴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진 지도자들에게는 ‘위대한 승리’일지 모르나, 국제법과 외교적 원칙을 믿었던 세계 시민들에게는 ‘우려스러운 전례’로 남는다. 약소국과 민간인의 희생을 담보로 세워진 힘의 평화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규범과 질서에 균열을 남긴다. 유엔을 비롯한 다자기구의 역할이 사실상 배제된 채,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협상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은 향후 분쟁 해결 방식에 중대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국제법이 아닌 ‘힘의 크기’가 기준이 되는 순간, 세계는 더 이상 규칙이 아닌 힘의 서열로 움직이는 구조로 회귀하게 된다.
또한 이번 휴전은 단기적 안정과 장기적 불안이라는 모순을 동시에 안고 있다. 당장은 충돌이 멈추며 시장과 국제 정세가 안정을 찾는 듯 보이지만, 근본적인 갈등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억눌린 긴장은 더 깊어졌고, 다음 충돌은 더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안보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분쟁의 종식이 아니라, 강대국 중심의 독단적 질서가 강화되는 현장이다. 총성은 멈췄을지 몰라도, 정의와 상식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번 휴전이 ‘숨 고르기’를 넘어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려면, 이제라도 힘의 논리를 거두고 무너진 외교의 자리를 복원해야 한다. 공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