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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4월 19, 2021

회심곡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남매들은 각자의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물건을 유품으로 챙겼는데 나는 엄마가 항상 머리맡에 놓고 라디오도 듣고 테이프도 들었던 작은 카세트 플레이어를 집어 들었다. 무엇을 들으셨나 싶어 열어보니 언젠가 엄마가 듣고 싶다고 하셔서 사다 드린 국악인 김영임의 회심곡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그 테이프를 틀어놓으면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라서 즉시로 눈물이 흘렀다. 십 수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듣는 회심곡은 느낌의 깊이가 많이 다르다. 넓고 깊게 패인 명인의 목청으로 읊어대는 삶의 애환이 닮긴 소소한 가사들이 마음을 가라앉혀주면서 가슴속 깊은 어딘가에서 애통함과 절통함이 스멀스멀 배어 올라오나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몇해 전, 김태욱 아나운서(김자옥씨 동생)가 진행하는 라디오 코너에 온라인으로 사연을 올리고 회심곡을 신청했더니 그분의 멋진 목소리로 내 글을 낭독한 후 이 길고 긴 회심곡을 틀어주셔서 만리타국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내던 중이었던지라 큰 선물을 받은 듯이 행복했었다. 헌데 며칠 전 육십 하나라는 아직도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해 안타까워 회심곡 전문을 올려본다.

‘일심정념은 극락세계라 나무아미타불 천지지시 분한후에 삼남화성 일어나서 세상천지 만물중에 사람에서 또있는가 이보시오 시주님네 이내말씀 들어보오 이세상 나온사람 뉘덕으로 나왔었나 불보살님 은덕으로 아버님전 뼈를타고 어머님전 살을타고 칠성님께 명을빌어 제석님께 복을타고 석가여래 제도하사 인생일신 탄생하니 한두살에 철을몰라 아올소냐 이삼십을 당하여는 애윽하고 고생살이 부모은공 갚을소냐 절통하고 애달플사 부모은덕 못다갚아 무정세월 약유파라 원수백발 달려드니 인간칠십 고래희라 없던망녕 절로난다 망녕들어 변할소냐 이팔청춘 소년들아 늙은이망녕 웃지마라 눈어둡고 귀먹으니 망녕이라 흉을보고 구석구석 웃는모양 절통하고 애달픈들 할일없고 할일없다 홍두백발 늙었으니 다시젊듯 못하리라 인간백년 다살아도 병든날과 잠든날과 걱정근심 다제하면 단사십을 못사나니 어제오늘 성턴몸이 저녁낮에 병이들어 섬섬하고 약한몸에 태산같은 병이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인삼녹용 약을쓴들 약덕이나 입을소냐 판수들여 경읽은들 경덕이나 입을소냐 제미서되 쓸고쓸어 명산대찰 찾아가니 상탕에 마지하고 중탕에 목욕하고 하탕에 수족씻고 황촉한쌍 벌여세고 향로향분 불갖추고 소지삼장 드린후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칠성님께 발원하여 부처님께 공양한들 어느곳 부처님이 감동을 하실소냐 제일전에 진광대왕 제이전에 초강대왕 제삼전에 송제대왕 제사전에 오관대왕 제오전에 염라대왕 제육전에 번성대왕 제칠전에 태산대왕 제팔전에 평등대왕 제구전에 도시대왕 제십전에 전륜대왕 열시왕전 부린사자 십왕전에 명을받아 일직사지 월직사자 한손에 패자들고 또 한손에 창검들고 오라사슬 빗기차고 활등같이 굽은길로 살대같이 달려와서 닫은문 박차면서 천둥같이 호령하여 성명삼자 불러내어 어서나소 바삐 나소 뉘분부라 거스리며 뉘영이라 머물소냐 팔뚝같은 쇠사슬로 실낱같은 이내목을 한번잡아 끌어내니 혼비백산 나죽겠네 사자님아 내말듣소 시장한데 점심잡수 신발이나 고쳐신고 노자돈 가져가세 만단개유 애걸한들 사자가 들을소냐 애고답답 설운지고 이를어찌 하잔말고 불쌍하다 이내일신 인간하직 망극하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슬퍼마라 명년삼월 봄이되면 너는다시 피려니와 인생한번 돌아가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이세상을 하직하고 북망산에 가리로다 어찌갈고 심산험로 정수없는 길이로다 불쌍하고 가련하다 언제다시 돌아오리 처자의 손을잡고 만단설화 유언하고 정신차려 둘러보니 약탕관을 버려놓고 지성구호 극진한들 죽을병을 살릴소냐 옛노인의 말들으니 저승길이 머다더니 오늘내가 당하여는 대문밖이 저승이다 친구벗이 많다하니 어느친구 대신가며 일가친척 많다더니 어느친척 등장하랴 구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허배하고 대문밖을 썩나서니 적삼내어 얹어놓고 혼백불러 초혼하고 없던곡성 낭자하다 월직사자 등을밀고 일직사자 손을끌어 천방지방 몰아갈제 높은데는 낮아지고 낮은데는 높아지니 시장하고 숨이 다 애윽하고 고생하며 알뜰살뜰 모은전량 먹고가며 쓰고가나 세상일은 다허사다 사자님아 쉬어가세 들은체도 아니하며 쇠몽둥이 뚜드리며 어서빨리 가자하니 그렁저렁 열나흘에 저승원문 다다르니 우두나찰 나두귀졸 소리치며 달려들어 인정달라 하는소리 인정쓸낯 바이없다 담배줄여 모은재물 인전한푼 써나볼까 저승으로 날라오며 환전부쳐 가져올까 의복벗어 인정쓰며 열두대문 들어가니 무섭기도 그지없다 두렵기도 측량없네 대령하고 기다리니 옥사장이 분부하여 남녀죄인 등대할때 정신차려 둘러보니 십대왕이 좌기하고 최판관이 문서잡고 남녀죄인 잡아들여 다짐받고 봉초할제 귀면정제 나졸들이 전후좌우 벌려서서 정기검극 삼열한데 형벌기구 차려놓고 대상호령 기다리니 엄숙하기 측량없다 남자죄인 차례차례 호령하여 내입하여 형벌하고 묻는말이 이놈들아 들어보라 선심하마 발원하고 진세간에 나가더니 무슨선심 하였느냐 바른대로 아뢰어라 용봉비간 본을받아 한사극간 충성하여 증자왕상 효측하여 혼정신성 효도하며 늙은이를 공경하며 형우제공 우애하고 부화부순 화목하며 붕우유신 인도하여 선심공덕 하마더니 무슨공덕 하였느냐 배고픈이 밥을주어 기사구제 하였느냐 헐벗은이 옷을주어 구난선심 하였느냐 좋은터에 원을지어 행인구제 하였느냐 …중략…
여자죄인 잡아들여 엄형으로 묻는말씀 너의죄를 들어보라 시부모 친부모께 지성효도 하였느냐 동생우애 하였느냐 친척화목 하였느냐 요악하고 간특한년 부모말씀 대답하고 동생행렬 이산한년 형제불화 하게한년 남의재물 욕심낸년 세상간특 다부려서 열두시로 마음변코 못듣는데 욕한년과 조왕앞에 소피한년 군말하고 성낸년 남의 말을 좋아한년 집안대죄 범했으니 풍도성에 보내리라 죄목을 이르면서 온갖형벌 다하여 죄지경중 살펴가며 차례로 보낼적에 탈산지옥 구렁지옥 허방지옥 침침지옥 닫혀지옥 분배하고 대연을 배설하여 착한여자 불러들여 소원대로 점지할제 선녀되어 가려느냐 대신부인 되려느냐 부귀공명 하려느냐 네원대로 하여주마 금상옥액 맺은털로 선녀불러 대접하니 그아니 좋을소냐 선심하고 마음닦아 불의행사 하지말고 조심하여 수신하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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