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 간의 자산 격차가 역대 가장 컸다는 내용의 정부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7일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 상위 20%(자산 5분위) 가구의 자산은 평균 16억5천457만원이다. 이는 하위 20%(자산 1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 2천584만원과 비교하면 64배에 이른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 격차다. 종전 최대 격차는 2012년 62.4배였다. 5분위의 경우 자산이 1년 전보다 1억3천769만원(9.1%) 늘어난 데 반해 1분위는 자산이 13만원(0.5%) 줄었다. 상·하위 가구 간 자산 격차는 부동산 자산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가구 비중은 5분위가 98.6%였으나 1분위는 10.1%에 그쳤다. 상·하위 계층 간 자산 불평등의 정도가 점점 더 심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양극화 위기 상황과 직결될 수 있어 우려의 시선을 지울 수 없다.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에 근거해도 불평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가 0.606으로 나타났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0.61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상·하위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통계치도 최근 공개됐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6배가량 더 벌었다.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이 전년 대비 4.5% 증가하는 과정에 5분위의 소득은 6.5% 늘어났다. 계층 간 분배의 악화를 반영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다소간 안정적 추세를 보이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줄어든 점이 분배 지표를 악화시킨 주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소득이나 자산 불평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관측은 유효해 보인다.
상·하위 계층별 소득과 분배, 자산 현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시대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등 양상이 지속될수록 취약 계층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다. 당정은 지난 6일 취약계층의 금융부담 완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를 열었다. 당정 협의회에선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은행권 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이 금융부담을 일시 완화해주는 수준에서 그칠 일은 아닐 것이다. 복지나 지원 대책을 강화하는 방안이 절실해진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인 악재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은 여전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재차 촘촘하게 정비해 나가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