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월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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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학교폭력)이 한 때 장난?”

‘평생 트라우마’남기는 학교폭력논란, ‘학폭미투’로 재점화

한 아이가 심리상담가 앞에 앉아 종이와 펜을 들고 머뭇거린다. 심리상담가가 “학교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을 그려보자”라고 하니 모든 급우들의 얼굴을 동그라미로 그리고 눈,코,입은 찾아볼 수 없다. 이유를 물으니 너무 무서워서 쳐다보지 못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고 한다. 뒤에서 지켜보던 부모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는다. 

누군가에게는 어린시절 ‘한 때의 장난’이었을지 몰라도 피해자에겐 풀 길 없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학교폭력.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쌍둥이 자매 학폭(학교폭력)사건’으로 프로배구계에서 시작된 학폭논란이 타 프로스포츠계와 연예계로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른바 “나도 당했었다”는 ‘학폭미투’가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유명 선수와 연예인들의 중고교 시절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연일 쏟아지고 있는 요즘, 실시간 검색창에는 ‘학폭’이라는 두 글자가 내려올 틈이 없다. 

사실 연예계에서의 학폭 피해 고발은 전부터 간간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가해를 폭로하거나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내용이 폭증하고 있다. 피해 지원 단체들에도 10년 전, 20년 전 피해에 대한 상담이 청소년들의 상담보다 더 많을 만큼 크게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생활 관찰 예능의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예인들의 친구, 동기, 지인 및 많은 일반인들도 카메라에 노출되며 “나는 저 사람(TV 속 일반인)한테 학폭을 당했다”고 고발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피해를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해 평생 상처로 간직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심지어 한국의 대형 기획사나 방송사는 신인 발굴 단계에서부터 학창 시절 평판을 조사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학폭 폭로는 날이 갈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해자가 잘 살고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의 고통과 상처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우울, 불안, 위축, 낮은 자아존중감, 자살충동 등을 겪는데 이 후유증을 오롯이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짊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와의 원만한 대화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고백하거나 울분을 푸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장시간 자기자신을 자책하며 지내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폭미투’를 계기로 피해자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좀 더 효과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학교폭력은 철없던 시절의 장난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평생 남을 고통을 안기는 무서운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잡았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훈육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아이들에게 ‘비폭력 감수성’을 가르치고 또래를 괴롭히거나 왕따시키는 행동, 휴대폰이나 SNS를 활용해 협박 및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 등 학폭의 심각성에 대해 일깨우며, 혹시 내 자녀가 피해자는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아이들의 생활패턴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음은 최근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재조명되고 있는 학교폭력 피해자로 알려진 배우 서신애의 ‘학폭’관련 에세이다.

[출처: 배우 서신애 인스타그램]


“그대들의 찬란한 봄은 나에게 시린 겨울이었고 혹독하게 긴 밤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대의 여름 끝에 나는 왜 여전히 겨울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에 쌓인 눈을 녹이고 사무치는 존재를 잊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겨울은 혼자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도 이겨내기 위해선 늘 혼자만의 조용한 싸움이 필요했다. 
지나간 계절의 떠올림은 쉽지 않겠지만 보냈던 계절의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날의 온도, 그 날의 냄새, 그 날의 행동… 아물지 못해 울컥 멱차오르는 기억들을 애써 묻으며 그대의 계절을 조용히 응원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이기적인지라 그럴 때마다 애써 녹인 눈은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어버렸다.


이토록 매서운 겨울은 아름답진 못해도 나의 매화는 추운 겨울의 기운 속에서 맑은 향기를 내었다. 이렇게 무너지기엔 내가 너무 가여웠다. 나의 계절에 햇살을 비춰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나는 더이상 겨울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빙판길을 깨부시자. 녹일 수 없다면 부셔버리자.
그제야 참으로 길고 긴 겨울밤의 끝에 그동안 알 수 없던 햇살이 옅게 느껴졌다. 주변을 살피니 아직은 날카로운 바람이 흩날려도 녹았던 눈으로 인해 질척이던 땅이 조금씩 굳기 시작한다. 이제 곧 어린 봄의 새싹이 돋아나겠지.


어디선가 여전히 아픈 겨울을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보잘 것 없는 나 역시 당신을 위해 자그만한 햇살을 비추고 있다는 걸 알아주길. 당신도 참으로 가슴 저리게 찬란한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기에.”

“학교폭력(학폭)”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불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정보 및 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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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기자
고려대학교 국제학 BA · 고려대학교 언론학 BA · 덴버대학교 국제안보학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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