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같은 날 그가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에 들어간다는 뉴스가 있었다.
때마침 일정이 바쁜 하루여서 중간에 뉴스를 들여다 볼 틈이 없었던 내게 지인이 전해준 내용은 전형적인 유튜브 가짜 뉴스쯤으로 들렸다. 얼른 전화기를 꺼내 들고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아, 정말이구나’ 실감을 했었던 게 사실이다.
하기야 어찌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끊임없이 접촉을 하고, 그의 주변 인사들도 대인접촉이 극도로 많은 사람들이며, 게다가 마스크 착용을 어지간히도 싫어해 온 그인지라, ‘코로나 방역’이 아닌 ‘코로나 감염’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니 말이다.
안 그래도 불확실성이 극도로 팽창해 있는 현 시국에 그의 확진 뉴스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효과를 나타냈다. 우선 증시가 먼저 출렁였다. 뉴욕증시와 나스닥 뿐 아니라 거의 전세계 모든 증시가 즉각 동반하락 하며 역시 미국대통령은 그저 한 나라의 국가의 원수 이상의 존재감이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 하는 기회였다.
문제는 여러 다른 입장을 가진 국가나 집단 혹은 개인들에게 지금의 상황이 박수 칠 일인지 한숨 쉴 일인지 판단하기가 묘하다는 것이다.
우선 대선경쟁의 상대자인 미국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표면적으로는 호재이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의지가 박약했던 트럼프가 확진 됨으로써 ‘그는 틀렸고 우리는 맞았다’는 논리를 펼 수 있는 입지가 확고해 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언제나 이기고 있는 사람은 큰 뉴스를 원하지 않는 법, 어차피 앞서가던 민주당은 이대로 그대로 큰 변수 없이 대선까지 가기를 바랬을 수도 있다. 오히려 아주 빠른 시간 내에 트럼프가 급 호전 되거나 완치가 될 경우 그의 존재감에 오히려 날개를 다는 형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괜한 걱정이라고 하기엔 충분히 합리적이다.
4년전 Shy Trump (숨어있는 트럼프 지지자들)를 끌어내 막판 뒤집기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트럼프 측에서 갑자기 코로나 확진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실제로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4일 저녁을 기준으로 이르면 입원한지 3일만인 10월 5일에 퇴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월터 리드 병원 측의 입장이다. 보통사람이 일반감기에 걸려도 낫는데 거의 일주일 걸리는 게 상식인데 70대 중반에 고도비만인 그의 극적으로 빠른 퇴원 소식은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고도 남는 의아한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입장이 묘한 또 한 존재는 중국이다. ‘중국 바이러스’ 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서슴지 않던 트럼프는 중국에게는 말 그대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그의 코로나 확진 소식에 통쾌해 하며 비아냥을 쏟아내던 중국 언론들이 3일째 되는 날부터 수상하리 만치 조심스런 톤으로 몸을 낮추고 애써 객관적인 논조로 바뀌었다.
안 그래도 중국 때리기, 중국 탓하기에 열성이었던 트럼프가 실제로 코로나에 걸림으로써 그간의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중국에게 있다고 말하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실제 그 피해자라는 논리를 펼 수도 있는 마당에 굳이 트럼프 측을 자극해봐야 얻는 것 없이 잃을 것만 많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
대선이 코 앞이지만 결과는 더욱 오리무중을 빠져들고 있다.
과연 이번 사건이 코로나를 과소평가하고 센척하던 트럼프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는 검은 구름이 되고 말지, 아니면 위기의식을 느낀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으로 작용하여 또 한번 막판 뒤집기를 해낼 태풍의 눈이 될지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일이다.
김상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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