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단결해 대통령 야심작 밀어붙여, 민주당은 강력 반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초기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대규모 세금 감면 법안(big, beautiful bill)이 7월 1일 미 상원을 통과했다. 6월 30일 월요일 밤부터 시작된 24시간 넘는 마라톤 표결 끝에 나온 결과다.
이 법안은 미국 의회 양원제 시스템상 상원 통과 후 하원 표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주 금요일(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법안을 완전히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통령 캐스팅보트로 극적 통과
표결 결과 공화당 상원의원 47명이 찬성, 민주당 47명이 반대하며 동점을 이뤘다. 다만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랜드 폴(켄터키), 수잔 콜린스(메인) 등 공화당 의원 3명이 당론을 어기고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는 한 명도 찬성하지 않았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상원에서 동점이 나올 경우 부통령이 결정표를 행사할 수 있다. JD 밴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법안이 48대 47로 간신히 통과됐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 토요일에도 치열한 표결을 예상하고 의사당에 대기했었다.
공화당 지도부는 표결을 앞두고 당내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벌였다. 수잔 콜린스 의원이 요구한 농촌 병원 지원 예산을 500억 달러(약 70조원)로 두 배 늘리고, 알래스카 주가 요구한 식품 지원 프로그램 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수정안을 받아들였지만 이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하원 통과는 여전히 험난… 당내 갈등 심화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제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여기서도 쉽지 않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공화당 내 보수 강경파인 ‘자유 코커스(Freedom Caucus)’ 소속 의원들은 “정부 지출 삭감이 너무 미미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온건파는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을 우려하고 있다. 양쪽 모두 현재 법안에 반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금요일(7월 4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존슨 의장은 “상원이 가능한 한 법안을 적게 수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크웨인 멀린 오클라호마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리는 하원과 대화하고 있다”며 “그들이 우리가 여기서 겪은 것처럼 일부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철주야’ 표결전… 정치 드라마 연출
이번 상원 표결은 6월 30일 월요일 저녁부터 7월 1일 화요일까지 계속됐다. 미국 의회에서는 이를 ‘보트-어-라마(Vote-a-rama)’라고 부른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수백 개의 수정안을 제출해 시간을 끄는 전술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시간 끌기 전술을 구사하며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수시간에 걸친 일방적인 반대 연설을 이어갔다. 상원 방청석에서는 시민들의 항의 시위도 간헐적으로 벌어졌다.
민주당은 “표결 마라톤” 동안 여러 차례 법안 전체를 무효화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반면 공화당은 삭제된 조항들을 되살리려 했다. 특히 불법 체류자들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다시 넣으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세금감면·국방비 증액·복지 삭감 ‘묶음법안’
이번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부르는 종합 패키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세금 감면: 2017년 트럼프 1기 때 시행한 ‘감세 및 일자리법’을 영구 연장한다. 기존에는 2025년 말 만료 예정이었다.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혜택이 계속 이어진다.
▲ 국방비 증액: 국방부 예산을 대폭 늘려 군사력을 강화한다.
▲ 국경 보안 강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불법 이민 단속을 위한 예산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책정했다.
▲ 복지 예산 삭감: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예산을 약 1조 5천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로 삭감한다.
공화당은 이 법안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트럼프 1기 세금 감면 정책의 성과를 이어가는 동시에,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적자 3.3조 달러 증가” vs “경제성장 효과”
이 법안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미 의회 산하 초당파 기구인 의회예산처(CBO)는 지난 주말 두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정부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적자가 5,070억 달러(약 710조원) 증가한다. 하지만 현행 법률을 기준으로 하면 재정적자가 무려 3조 3천억 달러(약 4,620조원)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존 튠 상원 공화당 대표는 “민주당은 국가 안보 예산을 제외하고는 어떤 지출도 줄이려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더 많이 지출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법안으로 수백만 명이 메디케이드 혜택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대표는 “트럼프가 법안의 실제 효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슈머 “美 국민이 기억할 것”… 막판 정치적 공방
법안 최종 통과를 앞두고 양당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척 슈머 민주당 대표는 마지막 저항의 표시로 법안의 공식 명칭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법(The 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삭제하도록 했다.
슈머 대표는 “미국 국민은 공화당이 오늘 의회에서 벌인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 법안은 부유층에게는 세금 혜택을, 서민에게는 의료보험 혜택 박탈을 안겨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향후 일정
이 법안은 이제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으로 넘어간다. 하원에서도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 정식 법률이 된다. 공화당은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하원 내 공화당 분열로 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초기 최대 현안인 이 법안 통과를 통해 공약 이행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