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철 작곡가 신작 세계 초연, 국악과 서양합창이 어우러진 감동의 무대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단장 손순희)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준비한 기념 음악회 ‘아메리랑(Amerirang)’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공연은 지난 11월 2일 오후 4시, 체리힐스빌리지의 베다니 루터란 교회에서 열렸다. 여느공연보다도 더욱 많은 관객들이 모였던 이날은 400여 명이 훌쩍 넘는 관객이 자리를 가득 메우며, 합창단의 20년 여정을 함께 축하했다.
[자긍심과 정체성을 노래한 20년의 여정]
이번 공연은 지난 세월 동안 합창단을 사랑해 준 교포 사회와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콜로라도 교민사회와 함께 쌓아온 음악의 결실을 선보이며 함께 즐기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공연의 서막은 장엄한 합창곡 ‘페스티발 상투스’로 열렸다. 웅장한 화성과 단원들의 단단한 하모니가 어우러지며 20년 역사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어진 ‘글로리아 B단조 미사곡’에서는 신앙과 감사의 메시지가 울려 퍼졌고 사랑의 계절과 주께서 말씀하시다에서는 따뜻한 인류애와 위로의 정서가 담겼다.
특히 ‘세노야’와 ‘언약의 기도’는 한국인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곡으로 이민의 삶 속에서도 잃지 않은 신앙과 공동체의 연대를 노래했다. 단원들의 절제된 감정과 깊은 호흡이 더해지며 객석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이 이어졌다.
후반부에는 분위기를 전환해 현대적 리듬으로 유명한 BTS의 ‘다이나마이트’와 서정적인 ‘라구요’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어떤 무덤도 내 몸을 묶을 수 없어’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곡 ‘앤가나’는 정확한 박자감과 반복 리듬으로 몰입도가 최상에 이르자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를 화답했다.
클래식과 팝 그리고 한국 가요의 선율이 한 무대에서 교차한 이번 공연은 미주 한인들의 삶과 정체성을 아우르는 음악의 역사서와도 같았다.
[협연과 국악의 조화, 새로운 시도 돋보여]
이번 무대에는 CKC Scholastic Orchestra가 특별히 참여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1명의 학생 오케스트라는 합창단과 함께 청소년의 순수한 열정과 희망을 더했다. 젊은 연주자들의 맑은 음색은 합창단의 깊고 성숙한 하모니와 조화를 이루며 세대가 어우러지는 감동을 만들어냈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시카고 한국전통예술원의 국악 앙상블이었다. 시카고 한국전통예술원은 미 중서부 지역에서 한국 음악과 무용을 알리는 대표적인 단체로, 전통의 아름다움을 세계무대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이들은 특별히 태평소와 대금 연주를 준비해 국악의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대금이 만들어내는 깊고 유려한 선율은 산새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듯한 평온함을 안겨주었다. 그 위로 태평소의 날카롭고 힘찬 소리가 더해지자 마치 전쟁터에서의 북소리처럼 가슴을 울리는 긴장감과 생명력이 느껴졌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울림이 교회 천정에 메아리치는 순간을 지켜보며, 이국의 땅에서 다시 듣는 조국의 소리에 마음 깊이 울컥했다.
[감동의 무대, 열창으로 이어지다]
이번 공연에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성악가들의 공연이 있었다. 테너 진철민은 ‘그리운 금강산’과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열창해 향수를 자아냈다. 뉴욕 링컨센터 및 카네기 홀을 비롯한 연주홀에서 솔리스트로 활동중인 그는 현 메릴랜드 토슨대학교의 성악과 교수이기도 하다. 또 유럽에서 다수의 수상협연으로 섬세한 기량을 호평받은 소프라노 이지민은 ‘너무나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을 불러 깊은 울림을 전했다. 두 성악가는 마지막에 합창단과 함께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피날레, 오용철 작곡 ‘아메리랑’ 세계 초연]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작곡가 오용철이 위촉한 신작 ‘아메리랑(Amerirang)’의 세계 초연이었다. ‘아메리랑’은 한국의 전통 민요 ‘아리랑’을 모티프로 하여, 이민자의 삶과 정체성을 현대적 음악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한국적 선율과 서양 화성이 교차하는 이 곡은 “미국 속의 한국인”이라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표현해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문화적 유산을 이어가는 울림]
이번 공연은 단순한 합창 무대를 넘어, 미주 한인 사회의 문화적 뿌리와 예술적 정체성을 이어가는 역사적 장이 됐다. CKC는 이번 무대를 계기로 교민 사회의 세대 간 소통과 음악을 통한 문화교류의 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손단장은 “20년간의 음악 여정은 교민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한인사회의 문화적 자긍심을 세계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