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판데믹 가고 업계 강타한 ‘구인 판데믹’
콜로라도 내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고, 백신 접종을 마친 콜로라도인들이 늘어나고, 다가오는 5월을 준비하듯 날씨까지 따뜻해지면서 식당들과 술집들이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바로 직원을 구하는 일이다. 이 문제는 현재 콜로라도뿐만 아니라 로스엔젤레스, 달라스, 뉴욕, 포틀랜드, 시애틀 등 미 전역의 요식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새로운 ‘구인 판데믹’이다.
따라서 본지는 최근 주정부가 줄어드는 코로나19 환자수를 고려, 방역 지침을 완화한 뒤 각 카운티들에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함에 따라 달라진 요식업계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고, 규제가 완화된 덴버 카운티와 아예 모든 규제가 철회된 더글라스 카운티에서 현재 성업중인 몇몇의 식당 주인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과 문제점들을 들어보았다.
현재 덴버 다운타운 인근에서 브런치 식당을 운영중인 중국계 미국인 로즈 장(Rose Zhang)은 “코로나 판데믹이 찾아온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이력서들을 받았고 그만큼 일에 필사적인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정부의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직원을 고용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할 준비가 되었을 때, 아무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녀는 “이제 드디어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직원을 고용할 준비가 되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코로나 판데믹 전 요식업계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작년에 갑자기 해고통보를 받은 후 다른 분야로 아예 이직하거나, 일부는 코로나19로 직격타를 입은 요식업계와 관련된 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도 말했다.
또한 더글라스 카운티의 파크메도우 쇼핑지구 주변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중인 애런 리(Aron Li)는 더글라스 카운티가 코로나19 규제와 관련된 모든 제한을 철회하자마자 밀려드는 예약과 손님들에 적지않게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직원 부족이 식당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물론 모든 예약에 감사하지만, 다시 식당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가족 소유의 식당이기에 우리 가족은 현재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우리도 홀로 나가 오랜만에 다시 식당을 찾아준 손님들과 근황을 주고받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키친에서 설거지를 하는 것도 너무 바빠 벅차다”고 말했다. “주방 스태프를 모두 다시 고용해야 했기 때문에 예전에 일하던 직원들에게 다시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대부분 다른 직종으로 이직했거나 더 이상 요식업계에서의 일을 찾고있지 않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일랜즈 지역 인근의 식당 및 술집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 조그마한 바를 운영중인 패트릭 마이어스(Patrick Myers)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지역 신문에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딱히 내지 않아도 지원자가 많았는데, 이제는 발 벗고 나서서 광고를 해야할 판(Now we need to advertise enthusiastically in order to find them)”이라며 “많은 콜로라도 주민들이 백신을 맞고 점차 경제가 회복되면서 외식을 하고자 하는 손님들을 위해 식당들은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현재 일할 직원이 없다”고 말했다.
패트릭은 “심지어 구직자를 찾는 것도 어렵다. 지난 주에는 20개의 취업 면접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정해진 면접시간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고용을 하고자 하더라도 터무니없는 임금을 요구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콜로라도 레스토랑협회(CRA, Colorado Restaurant Association)는 코로나19 방역 제한 완화와 백신 접종이 급속도로 활성화됨에 따라 모든 식당들과 술집이 ‘동시에’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 전반적으로 모두가 겪고 있는 판데믹이라고 설명했다. 협회측이 발표한 지난 3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콜로라도 내 요식업계 직원 수는 33퍼센트 정도 감소했으며 이는 약 7만 8천명의 콜로라도 요식업계 종사자들이 여전히 실직 상태이거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