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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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주 미 전역에서 두번째로 ‘시신퇴비화’ 허용

두번째로 ‘시신퇴비화’ 허용
“요즘 이들은 정주하지 않고 움직이는 삶, 찾아올 곳 마련할 필요성 적어”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간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흙을 비옥하게 한다면 내게도 좋고, 계속 물을 주고 풀도 깎던 마당에서 영생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독교적 세계관 때문에 매장이 대세인 미국에서도 사람의 시신을 매장이나 화장하지 않고 ‘퇴비화’시키는 자연장의 일종인 퇴비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워싱턴주가 최초로 퇴비장을 허용한 이후 콜로라도주가 미국에서 두번째로 사람의 시신 퇴비화 장법(葬法)인 ‘시신퇴비화’를 합법화했다. 또한 오레건주도 내년 7월부터 시신의 퇴비화 장법을 허용할 예정이라 이미 다양한 주에서 활발한 토론이 오가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 시신퇴비화 사업장 운영을 준비중인 한 업주는 “워싱턴주에서 합법화되자마자 이미 경쟁이 치열했는데, 콜로라도에서 두번째로 시신퇴비화를 합법화해서 너무 자랑스럽다. 요즘 사람들은 예전처럼 정주하지 않고 고향에 메여있지 않는다.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에게는 자녀나 손자녀들이 돌아올 곳을 마련한다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요즘 사람들이 매장을 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하며 시신퇴비화가 화제가 되고 있는 배경을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최초로 시신 퇴비화의 자연장이 허용되었던 워싱턴주에서는 최소 85명이 자연장을 선택했다. 또한 합법화 직후 약 1,000명 가까운 이들이 자연장 서비스에 가입하는 등 기존의 매장이나 화장이 아닌 ‘자연으로 회귀하자’는 퇴비장 서비스가 미국인들의 인식 속에 새로이 자리잡는 모습이다. 물론 기존 화장이나 매장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 또한 있다.

‘리컴포스(Recompose)’라는 시신퇴비화 자연장의 창립자인 카트리나 스페이드 (사진 Elaine Thompson)

자연장 업체를 창업한 세스 비달 사는 시신 퇴비화가 환경친화적인 장례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자연적 유기 감소를 통해 시신을 처리하는 이러한 시신퇴비화가 보다 환경친화적인 장례 과학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퇴비장은 나무상자 안에 시신과 나무조각 및 짚을 넣고 상자 안 온도를 섭씨 55도로 유지하고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 살아 있는 미생물로 시신을 빠른 시간안에 부식시키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후 약 3개월이 지나면 살은 자연부패해 사라지고 뼈만 남는다. 보철물 등 불순물을 없애고 빠른 분쇄를 거치면 다시 3개월 후 시신의 퇴비화는 완성된다.

물론 허가받은 업체들만 퇴비화 작업이 가능하며 완성된 퇴비는 의뢰자 가족의 마당에 뿌려질 뿐 상업적 이용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워싱턴주에서 시신퇴비화 사업장을 허가받고 운영중인 한 업주는 “현재 미국에서 화장이 그런 것처럼 시신퇴비화(human composting)가 장례의 기본방식이 되길 바라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가 그런 식으로 땅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따져보면 자연장은 약 7,900달러(약 928만원)라 화장 비용인 약 2,200달러(약 258만원)에 비하면 비싸지만, 최소 10,000달러(약 1,175만원)가 드는 매장에 비하면 저렴하다. 화장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유독 가스를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키고, 매장은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잔디 유지를 위해 추가 자원을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이 있다.

한편 종교계 일부에서는 시신을 퇴비화 처리하는 자연장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퇴비가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장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망 후 시신 처리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아직까지는 화장과 매장이 여전히 더 선호되지만 지난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퍼센트에 그친 자연장 선택 응답이 최근 11퍼센트로 3배 가까이 올랐다. 환경친화적인 장례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전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대세인 점을 반영, 대한민국 장례업계도 퇴비장 도입을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조예원 기자
고려대학교 국제학 BA · 고려대학교 언론학 BA · 덴버대학교 국제안보학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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