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가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다. 코로나 19를 소재로 오프라인(신문) 매체에 글을 올리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매시간 속보에 오르는 사망자와 확진자의 통계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인 등 외국인들의 입국에 대해 불안해 하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역(逆)으로 여러 나라의 기피 대상이 된 첫 사건이 있었다. 한국 국적기에 탑승한 한국민 130여 명은 이스라엘 공항 문도 넘지 못한 채 두 시간 대기하다가 열 시간 비행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이스라엘이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 했기 때문이다. 바레인도 한국 발 외국인 여행객 입국을 금지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한국·일본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고, 대만·베트남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한국인 입국자를 격리하거나 검역을 강화하는 등 입국 차별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한국민이 전 세계의 ‘보이콧’ 대상이 돼버린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 발 바이러스 유입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절반에 ‘금족령’을 내리며 자국민의 국내 이동을 꽁꽁 묶어놨다. 다른 지역으로 나갈 수 없도록 봉쇄된 도시가 수두룩하다. 도시 안에서도 당국 허락을 받아야 가족 중 한 명만 2~3일에 한 번 생필품을 사러 외출할 수 있다. 허가증 없이 돌아다니면 ‘방역 홍위병’이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다고 한다.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이동 통제만큼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 놓고 한국에는 자유롭게 가라고 하고, 한국 정부는 이들을 다 받아주고 있다. 중국 안의 다른 도시보다 한국 오는 게 더 쉬운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반 중국인은 맘대로 들어와서 돌아다니게 놔두면서 중국인 유학생은 기숙사 등에 격리하라고 한다. 일반 중국인과 유학생이 뭐가 다른가? 중국 공산당의 어떤 선전 매체는 “한국 전염병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썼다. 중국 눈치 보느라 방역 문을 열어놨는데 중국이 훈계까지 한다. 중국인은 자유롭게 한국에 오는데 우리 국민은 외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는 처지가 됐다. 기가 막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중국에서 들어온 관광객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감염원 차단의 문제인데 중국인보다 우리 국민이 더 문제라는 식이다. 귀를 의심케 한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의 특정한 사람들만 입국을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 우리 내국인까지도 다 차단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 사실”이라고도 했다. 이 횡설수설이 무슨 뜻인지는 누군가 써준 글을 읽고 있던 박 장관 자신도 모를 것이다. 아무리 중국 눈치를 본다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모기 잡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엔 “지금 겨울이라 모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농담할 상황인가. 박 장관의 이 발언은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왜 차단하지 않느냐는 국민적 의문에 정부가 처음 내놓은 답변이다. 감염원 유입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를 왜 하지 않는지 대통령, 총리, 장관 등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 내놓는 답이 ‘중국인보다 한국 국민이 더 문제’라고 한다. 박 장관 스스로도 중국에서 감염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사실 인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왜 이것부터 차단하지 않나. 그래 놓고 어떻게 방역을 하나. 방역이 아니라 방역 시늉을 하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출입국 관리를 맡은 추미애 법무장관은 “중국이 (입국 제한을 하지 않은) 우리에게 각별히 감사해 한다”고 자랑한다.
불과 수 일전, 한국정부와 언론은 중국의 부족한 준비와 어설픈 대응을 앞 다투어 손가락질 했으나 이제는 병상부족을 호소하고 지역감염에 우왕좌왕 하고 있는 슬픈 자화상을 가진 세계 제 2의 코로나 확진자 보유국이 되었다.
지난 며칠 동안, 고국방문 일정을 무기한 보류했다는 교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이미 한국에 가 있는 가족이 있는 가정들은 혹시 미국으로 돌아오다 출입국 과정에서 격리되는 등의 상황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에 이어 한국인의 미국 귀국이 금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미국 언론의 기사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어설픈 정치가 사람을 잡는다. 방역은 방역, 외교는 외교이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는 섞어 짜파구리를 만들지만 국민보건과 외교는 한데 섞어 비빌 수 없다는 것을 정말 몰라서 작금의 사태를 빚어 냈는지 묻고 싶다.
김상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