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답답한 마음, 정신수양과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기도, 법문, 명상, 스님과의 대화, 신행상담 해드립니다.”
지난 23일 금요일과 24일 토요일, 오로라시 쌍둥이 빌딩 지하 1층 컨퍼런스 룸에서는 ‘스님과의 하루’라는 이벤트명 하에 뜻깊은 만남의 자리가 열렸다. 로스엔젤레스 한인타운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LA 무염사의 해안 스님과 아리조나주의 대표적인 한국 사찰 감로사의 주지스님인 종화 스님이 콜로라도를 방문해 불자들을 만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자리였다.



우리말에 ‘죽다’가 있는데, ‘죽다’는 숨이 멎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한 생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생으로 여러 생이 반복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윤회하다’라고 하는 것이며 한 생에서 또 다른 생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돌아가시다’라는 말이 바로 불교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우리말에 ‘절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신라시대 수도 서라벌에는 절이 반, 민가가 반이었기 때문에 ‘절반’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종교의 자유는 모두가 갖는 권리이지만 콜로라도에는 안타깝게도 사찰이 없어 이토록 우리말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 부처의 가르침과 불법을 공부하고 알아갈 기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금요일, 드디어 콜로라도 내 불자들과 해안 스님, 그리고 종화 스님과의 만남이 이영희 보살의 애틋하고 간절한 노력 끝에 이뤄졌다. 그녀는 콜로라도에 사찰이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한인 커뮤니티 내에도 불교를 믿지만 스님을 만나거나 상담을 받을 기회가 없어 답답한 불자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이 자리를 준비해왔다.
당일 금요일 행사 시작 시간이었던 오후 다섯시를 조금 넘겨 한 명씩 천천히 사람들이 컨퍼런스 룸을 채우기 시작했고, 무염사의 해안 스님과 감로사의 종화 스님은 방문객들과 불자들과의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해안 스님은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콜로라도 한인들과 불자들을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무염(無染)의 뜻을 지닌 LA 무염사에서 왔습니다. 불교는 무지개와 같습니다. 밖에서는 다양한 색깔을 뽐내지만 정작 우리가 직접 무지개 속에 들어가면 ‘물들 것이 없을 정도’로 색이 없죠. 불교를 배울 때 처음에는 혼돈(카오스)이 오지만 열심히 정진하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서 입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스님과의 하루 질문지’가 배부되었는데, 불자들은 각자 평소 불교와 불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써내려가며 스님들과 활발한 대화와 배움의 장을 이어나갔다. 종화 스님은 “뜻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는 곳에 일이 생깁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자각을 절대 멈추면 안되며 자기 자신을 직시, 즉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고 불자들에게 전했다. 또한 스님들은 “많은 분들이 불교를 자꾸 어렵게 생각하시지만, 불교를 지식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경험을 통해, 내 몸의 변화를 통해 체험하는 것을 권유”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날 행사는 스님들과 참석자들간의 적극적인 상호작용과 대화를 넘나들며 두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 되었다. 강연 도중 스님들의 말씀과 부처의 가르침을 노트에 필기하는 참석자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영희 보살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콜로라도에는 현재 사찰이 없지만 이렇게 훌륭한 스님들께서 우리 주를 방문해주시고 불자들과 함께 종교를 넘어 삶의 지혜를 논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고 말하며 “절이 없다고 해서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스님들을 모시고 이렇게 종종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불자들이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일 행사를 방문한 참석자들도 “콜로라도에 산 지 꽤 오래되었는데, 이러한 자리가 마련되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고 말하며 스님들과 이영희 보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감로사의 종화 스님은 불심이 강한 부모님 하에서 자라 한국의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 석사과정을 수료, 해인사 율원에서 2년을 살았다. 이후 대구 도림사에서 포교국장 소임을 맡았던 바 있으며 이후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작년 3월 아리조나의 감로사를 방문했다가 현재 감로사의 주지스님으로 소임을 맡고 있다.
2019년 개원한 LA 무염사의 해안 스님은 2015년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을 수료 후 미국으로 와 대한불교조계종 제 17교구 LA 무염사를 창건, 현재 주지 스님으로 소임을 맡고 있다.
한편 이영희 보살은 앞으로도 두 스님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콜로라도를 방문하실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하며 콜로라도 내 불자들이 용기내어 합심하면 앞으로도 활발한 불교의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향후 콜로라도에서 또 개최될 ‘스님과의 하루’에 관심이 있거나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 독자 및 불자들은 이영희 보살((720) 519-6696)에게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