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1월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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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산행기(2)] 로키산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최고봉 Longs Peak(14,259 ft/4,346m)을 가다

필자는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기간(7월 4일-6일)동안 아내, 교회 지인 부부와 함께 Rocky Mountain, Morain Park Campground 에서 캠핑을 했다. 캠핑 둘째날, 나홀로 벼르고 벼렸던 Longs Peak를 오르기로 마음먹고 새벽 2:00에 기상하여 트레일 헤드에 도착하니 2시 55분 이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칠흑같은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가니, 왼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무섭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을 trail에서 동행자를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Virginia 에서 온 Peter와 Ellis였는데 Chasm Lake를 간다고 했다. Virginia는 높은 산이 없어 콜로라도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전경 (사진=Cody Scott)

한참 올라 Alpine Tundra지대에 들어섰다. 키작은 관목, 돌, 잔설이 나타나고 하늘이 열렸다. 총총한 별빛들이 쏟아지고, 동쪽 하늘에는 그믐달이 걸려있고, Estes Park의 불빛은 불야성(不夜城)이다. 멀리 헤드랜턴 불빛들이 줄이어 산 속에서 깜박거리며 나아간다. 한참 오르니 새벽을 재촉하는 새 소리가 들리고 어둠이 조금씩 물러가기 시작한다. 5시30분 경에 일출이 시작되었다.

(사진=Hakan Yalcin)

해가 떠오르자 땅에 양탄자같이 착 달라붙은 풀들과 큰 돌들이 드러나 보이고 Boulder Field와 Key Hole이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 크기만한 바위 투성이로 된 길도 아닌 길을 걸어 올라가니 Key Hole 직전에 2,3개의 텐트가 눈에 띈다. 바람을 막기 위해 tent site 주변은 돌담을 높이 쌓아 놓았다.

(사진=Hakan Yalcin)

큰 두 개의 바위 사이를 지나니 서쪽편 눈덮인 회색산 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에 표시된 황소눈(bull’s eyes) 모양의 표식을 따라 Longs Peak 옆을 돌아 한참 걸으니 가파른 눈사면이 나타난다. 아이젠을 차고 얼음도끼를 이용하여 오르다가 너무 미끄럽고 힘이 들어 아이젠을 벗고 왼쪽 바위에 붙어 두손, 두발로 기어오르니 더 수월하였다. 위에 올라 바위 사이를 통과하니 Longs Peak허리를 감싸고 도는 협곡(couloir)이 나왔다. 오른쪽 아래는 수백미터 낭떠러지고, 위쪽은 무너져내릴듯한 거대한 바위 성채이다. 바위쪽에 바짝 붙어 조심스럽게 나아가니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눈사면, The Narrows가 또 나왔다. 다시 오른쪽 바위에 붙어 두손과 두발을 이용하여 지친 몸을 겨우 끌어 올리고 있는데, 정상에서 Hakan Yasin이 힘을 내라고 소리쳐 격려한다. 그는 Key Hole눈 사면에서 나를 추월하여 이미 산정상에 올라 있었다. 드디어 정상에 섰다. 10시 15분이었다.

정상에 있는 팻말. 해발 14,255피트라고 씌어져 있다.(사진=Hakan Yacin)

내려다 보이는 산들은 곳곳에 잔설이 남아있는 회색빛이었다. 장엄하고 숨막히는 광경 -글로 형용하기 어렵다.’ 백문이 불여일견( ’ 百聞이 不如一見)’ 이라는 말이 딱 이 상황에 맞는 것 아닐까? 셀폰이 방전되어 Buster Jesik에게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 부탁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바위가 미끄럽기도 하지만 번개가 위험하다. 12시 경에 Key Hole 눈사면 끝에서 storm을 만났다. 비가 오니 추워지고, 번개와 천둥소리에 조급해진 마음으로 서두르다 길을 잘못들고 말았다. 다시 되돌아가 Bull’s eyes 마크를 확인하고 올라가다 미끄러지고 넘어져 바위에 얼굴을 부딪히고 말았다. 왼쪽 이마와 광대뼈에 영광의 생채기가 생겼다.

The narrows 경사면에 서있는 핫칸과 필자 (사진=Hakan Yacin)

지름길이라고 생각되어 Boulder field에서 정상적인 루트를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바위길이라 길이 없으니까. 한참 내려가 예상지점에 도달했지만 집도, 사람도 없었다. 또 비가 오기 시작한다. 길 아닌 길을 계속 내려가니 빗속 멀리 텐트, 집, 차등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다 바위뿐이었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 신기루를 보고있는 것 아닐까? 보고 싶은 것들이 눈에 보이는.

우거진 숲속을 통과하여 계속 내려가니 오른쪽에서 개울물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길도 집도 사람도 만날 수 없다. 또 다시 한참 더 내려가니 호젓한 trail 이 나왔다. 그 길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이정표가 나왔다. Trailhead 까지 3.9miles, 벌써 13시간째 걷고 있는데, 2시간은 더 가야 하다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발을 내밀어 무거운 몸을 견인하여 걷고 또 걸었다. 또 장대비가 내린다. 다행히 Trailhead 근처에서 인도인 부부에게 셀폰을 빌려 아내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 Glacier Gorge Trailhead 까지 흘러온 것일까? 15 시간 10 동안 약 20마일 이상을 걸었다. 하이킹 40년 역사상 가장 힘든 Trail이었지만, 정상에 올랐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Longs Peak트레일 끝에서 본 돌무더기 (Cairn)

Longs peak 가는 길

– 조성연 –

작은 불빛 하나가 칠흑같은 어두움 뚫고
캄캄한 숲속을 향한다.
개울물 건너고, 힘찬 폭포 소리 들으며
앞으로 앞으로…

Alpine Tundra 지대에 이르러
하늘이 열리고
총총한 별빛, 동쪽 하늘에 걸린 그믐달 아래
불야성을 이룬 Estes Park을 바라보며
작은 불빛들이 어둠을 가르며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드디어 어둠이 물러가기 시작한다.
새울음 소리가 새벽을 재촉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풀들이, 돌들이, 잔설이, 사람들이

동쪽 멀리 산위를 솟아오른 큰 불덩이
마침내 Longs Peak 산에도 걸리고
*Boulder Field, *Key Hole을 밝힌다.
바위에 새겨진 *Bull’s eyes를 쫓아
Longs peak옆구리를 앞으로 앞으로…
앞을 가로막는 눈사면을 오르고 또 오른다.

눈사면위에 올라, Longs Peak허리에 걸치는
협곡(couloir)을 따라 *The through 를 밀고 나아간다.
오른쪽은 낭떠러지, 위쪽은 거대한 바위 성채

마지막 가파른 눈사면, *The narrows에 들어서
아이젠,얼음도끼를 포기하고,오른쪽 바위에 붙어
두팔,두발이 지친 몸을 끌어올려 드디어 정상!

작은 몸뚱아리 하나가 큰 산 꼭대기에 올라
더 많은 산을 바라본다.
더 높은 산을 흠모한다.

*Boulder Field : 자동차 크기만한 바위로 된 돌밭

*Key Hole : Longs Peak아래를 가로지르는 바위길과 눈사면
*Bull’s eyes : 길이 없는 바위길을 안내하기 위해 바위에 그려놓은 황소 눈 모양의 표시
*The through : Longs Peak허리를 길게 가로지르는 협곡
*The narrows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눈사면

<조성연 하이킹 칼럼은 콜로라도타임즈 홈페이지 (www.coloradotimesnews.com)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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