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월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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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산행 Essay (8)] 나의 영원한 스승, 장영희 선생님을 기리며

필자의 영원한 스승, 장영희 선생님을 필자는 직접 뵌 적은 없다. 다만, 책을 통해서 만났을 뿐인데, 그 어느 선생님 못지않게 큰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필자가 2002년 미국에 오기전, 한국 서점에서 장영희 문학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라는 책을 샀었다. 누가 쓴 책인지,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 산 책이었다. 한때 필자도 영문학의 주변을 서성거렸던 사람중의 하나로서. 책은 책장에서 한참동안 휴면 상태에 있다 2019년 7월에야 읽혀 질 수 있었다.

영문학 교수이신 장영희 선생님이 해박한 영문학 지식 – 특히 시, 소설을 인용하여 대학 교단에서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끼거나 생각한 것, 일상 생활에서 체험한 것을 소재로 단상(斷想)을 쓴 에세이인데 필자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책이었다. 그리하여 장영희 선생님이 쓴 모든 책들 – <내 생에 단 한번>, <그러나 사랑은 남는것>, <이 아침 축복처럼 꽃 비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생일 그리고 축복>, <다시 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책들을 다 읽게 되었다. 필자가 이 책을 대하고 있었을 때, 장영희 선생님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셨다. 세번의 암투병 끝에 2009년 5월 9일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에세이 중에 연구실 창문을 통해 봄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초록색 나무를 보며 선생님이 몇번이나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나무를 대할 수 있을까 하는 대목이 나온다. 생에 대한 선생님의 애착, 연민이 느껴졌고 필자도 저절로 이 대목에서 감정이입이 되었다.
내가 ‘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면 이미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텐데…’
에밀리 E 디킨슨 시 ‘만약 내가…(If I can…)’시를 인용하며 ‘누군가가 나로인해 고통하나를 가라 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나 헛되이 사는것 아니리’ 라는 글도 가슴에 오랫동안 남았다.

              만약 내가…(If I can…)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 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지구상의 65억 인구중에 내가 태어났다는 것은 아주 보잘것 없는 아주 작은 덤일뿐이다. 그러나 이왕 덤인 김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덤이 아니라, 없어도 좋으나 있으니 더 좋은 덤이 되고 싶다’는선생님의 글도 심금을 울렸다.
선생님은 퍼시 B 셸리 시 ‘서풍부에 부치는 노래 (Ode to the West Wind)’ 를 인용하며 ‘반항정신’을 높이 샀다. ‘운명으로 치부하고 주저앉기 보다 일어나 반항하는 투쟁이야 말로 삶을 더욱 값지게 합니다’ 라고 하셨다. 누구보다도 당신의 삶을 이런 정신으로 사셨다는 생각이 든다.

서풍부에 부치는 노래 (Ode to the West Wind)
-퍼시 B 셸리-

(…) 오, 나를 일으키려마, 물결처럼, 잎새처럼, 구름처럼!
(…) 우주 사이에 휘날리어 새 생명을 주어라!
그리하여 부르는 이 노래의 소리로,
영원의 풀무에서 재와 불꽃이 날리듯이,
나의 말을 인류속에 넣어 흩어라!
내 입술을 빌려 이 잠자는 지구위에
예언의 나팔소리를 외쳐라! 오, 바람아,
겨울이 만일 온다면 봄은 어찌 멀었으리오?
(함석언역. 부분)

함석언 옹도 “슬프면서도 녹아드는 혼의 기도”이자 “나를 몇번이나 엎어진 데서 일으켜 준 시” 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가 하이킹 칼럼니스트가 된 것은 상당부분 장영희 선생님께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COVID-19으로 인해 일에서 해방되어 산에 가서 명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은퇴하여 시간이 많아지면 시도 쓰고 글도 써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음속에서 ‘지금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산행과 시와의 만남’을 거창하게 구상하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오직, 장영희 선생님의 ‘반항 정신’으로 무장하고…

문득 운명에 끌려가면 포로가 되고, 운명을 끌고 가면 프로가 된다는 말도 생각났다.
한국에 돌아가면 장영희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빨간 장미 한 다발을 그 분의 묘소 앞에 바치고 싶다.

장영희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첫 돌이 지나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목발을 짚어야 했으나, 신체적 한계에 굴하지않고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주립 뉴욕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1995년부터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저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인기로 ‘문학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내 생에 단 한번>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다시, 봄>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등의 에세이를 냈다. <슬픈 카페의 노래>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종이시계> 등 2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고 2002년 한국문학 번역상을, 수필집 <내 생에 단 한 번>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2004년, <조선일보>의 칼럼 ‘영미 시 산책’을 연재하던 중 암이 발병했지만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담은 시들을 독자에게 전했다. 2006년, 99편의 칼럼을 추려 화가 김점선의 그림과 함께 엮은 시집 <생일>과 <축복>을 출간해 출간 당시는 물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09년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깊은 우정을 나눈 김점선 화백을 먼저 떠나보냈으며 두 달 뒤인 5월,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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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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