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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92편] 통영, 미륵산(彌勒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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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彌勒山)은 경남 통영시 남쪽 미륵도 중앙에 위치한 높이 461m의 산이다. 산은 높지 않지만 울창한 수림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바위굴이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 다포해 풍경이 일품이다. 국내 최장길이(1975m)의 통영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정상부근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산행코스: 구산양 읍사무소-구망봉-현금산-미륵치-미륵산 정상-미륵산 봉수대-용화사-용화사 광장(4시간)

미륵산(彌勒山)을 가기 위해 동탄역(6:47)을 출발하여 대전역(07:28)에 도착했다.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통영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버스로, 통영 버스 터미널에서 구 산양읍 사무소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산양읍 양산길 10-3, 10-4 건물 사이에 구망봉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도로를 지나 산속으로 진입했다. 다니는 산객이 거의 없어 등산로가 희미해 산길을 따라 오르기 힘들 정도이다. 조금 산을 올라 주 등산로에 합류하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등산로 주변에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 광나무, 사스레피나무 같은 잎이 두껍고 푸른빛 윤기가 나는 난대림 상록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마삭줄과 키가 아주 작은 난대성 소관목 자금우도 푸른 잎으로 빛나고 있다. 산 길 주변에 재선충 피해로 베어진 소나무 그루터기들도 많이 보였다.

한참 산을 올라 구망봉(303m)에 도착했다. 구망봉 옆 바위에 올라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산 바로 아래에는 벼가 누릿누릿 익어가는 논과 학교 건물, 공공건물, 마을 주택들이 한 데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다. 그 너머 바다에는 점점이 흩어진 섬들이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백나무와 편백나무가 많은 숲길을 걸어 현금산(330m)을 지나쳐 미륵치에 도착했다. 미륵치 옆 바위에 오르니 통영항과 통영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통영항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를 만큼 아름다운 항구이고, 통영은 박경리*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자연 풍광이 수려한 통영에서 박경리, 유치환, 유치진, 김춘수 같은 문인들이, 윤이상 같은 음악가가, 전혁림 같은 화가 나왔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쇠사다리 계단을 지나고 능선에 설치된 데크 계단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다 산을 내려다보니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되어 붉게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흉물스럽게 보인다. 지금까지 베어진 소나무들보다 더 많은 소나무들이 베어져야 한다니! 산림청은 재선충 방제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하리라.

능선 계단을 이리 저리 지나 미륵산(461m)에 도착했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절경이다. 정지용 시인이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했는데 하물며 나는 어떠하겠는가. 글로 풍경을 형용하기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듯하다.

동쪽으로 한산도, 홍도가 보이고, 서쪽으로 남해 금산과 사량도가 멀리 보인다. 남쪽으로는 연대도, 만지도, 욕지도가 보이고, 북쪽으로 통영항, 통영시, 그 오른쪽으로 거제도가 보인다.

미륵산을 내려오니 바로 아래 봉수대가 있다. 통영 미륵산 봉수대는 조선시대 5곳의 주요 봉수로 중 동래 다대포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제2 봉수로에 위치해 있다.

바로 그 아래에는 이순신 장군께서 거북선으로 왜적을 크게 무찌른 당포와 일본 수군을 크게 무찌른 한산도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한 남해 바다가 임진왜란 때 전장이 되어 격랑에 휩싸였다는 역사적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케이블카 승강장 쪽으로 걷다가 용화산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잔돌이 많은 내리막길을 걸어 띠밭등 약수터까지 내려왔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동백나무 가로수가 즐비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왼쪽 계곡에서 반가운 물소리가 들려온다. 곧 이어 용화사에 도착했다. 용화사는 천년 고찰이자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산은 바다를 품고, 바다는 산을 비추는 통영의 자연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용화사 경내를 지나 조금 더 도로를 따라 내려와 용화사 광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2년 전 케이블카를 이용해 미륵산 정상에 올랐었는데, 오늘은 걸어서 미륵산을 올랐다. 케이블카로 올랐을 때보다 숲 속을 천천히 걸어서 오르니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속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에도 일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도 결과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산을 천천히 걸어 오르는 시간이 숲이 변해가는 시간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산행이었다.

*박경리- 통영 출신의 소설가. 토지, 김약국의 딸들, 불신시대 등의 작품을 남김.

바닷가에서

-유치환-

나의 귓전을 쉼없이 울림하고 스쳐가는 바람이여
창망히 하늘과 바다의 끝간 데 없음이여
하염없이 닥아치는 파도여
-그리움이여
옷자락처럼 네게로 네게로만 향하는 그리움이여

나는 눈을 감는다.
나는 없다.
아니다, 나만 있다.
천지간에 나만 있다
아슴한 하늘 끝 파도소리 바람 소리 되어 나만이 있다

구름 밖의 학의 울음 같다.
젓대 소리 가다.
천지도 비고
한 가닥 읊조림만 남아 있어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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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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