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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89편] 순천, 조계산(曹溪山)도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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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曹溪山)은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높이 888m의 산이다. 계곡에 물이 풍부하고, 활엽수가 울창하여 트레킹하기 좋은 산이다.
한국 불교의 두 큰 축인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월출산, 천관산과 더불어 전남의 3대 명산이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행코스 : 선암사 주차장- 승선교-선암사- 장군봉- 작은 굴목재- 연산봉사거리- 연산봉- 굴목재-송광사(5시간 30분)

조계산을 가기위해 담양 친구의 집을 출발했다. 친구가 1시간가량 차를 운전하여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왼쪽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걸어올라 선암사 승선교(昇仙橋,보물 400호)에 이르렀다. 계곡에 걸린 무지개 모양의 다리(홍예)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리 바로 위에는 강선루(降仙樓)가 세워져 있다. 신선이 강선루에서 내려와 승선교에서 하늘로 올라간다는 상상을 하며 계곡을 둘러보니 흐르는 물과 바위들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가래나무, 은목서, 팔손이나무 같은 잎이 큰 활엽수들이 눈에 띈다. 조금 걸어 선암사에 도착했다. 조계산의 깊은 자락에 자리 잡은 선암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이자,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이다. 선암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공동 등재되었다.

선암사 강선루 (사진 조성연)


선암사를 둘러보고 대각암을 지나 산속으로 진입했다. 조릿대가 산길 주변에 많고 단풍나무, 물푸레나무가 울창한 산길을 걸어 산을 올랐다. 돌이 많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너덜 길도 통과하니 향로암 터가 나왔다. 산길에 돌무더기들도 보이고 돌길과 가드레일이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장군봉(888m)정상이다. 정상에는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일단(一團)의 바위 위에 표지석이 보인다. 미역줄기, 싸리나무에 둘러 싸여있는 정상은 전망이 막혔지만, 바로 아래에 전망대가 있어 다행이었다. 북서쪽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월출산, 천관산도 보인다. 남쪽으로 치솟은 산 사이로 주암댐의 물길들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목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작은 목재가 0.8km이다. 배 바위를 지나 연산봉 삼거리로 향했다. 갑자기 계곡에서 물소리가 나고 조그만 폭포도 보인다. 장군봉 계곡을 만난 것이다. 조계산은 여느 산보다 계곡에 물이 많고 숲이 울창하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 조금 오르막길을 오르니 연산봉(851m)이다.

연산봉에서 바라본 북족 전경 (사진 조성연)


송광사 일대의 산세와 주암호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이다. 연산봉을 내려와 굴목재에 이르렀다. 굴목재는 예로부터 걸어서 선암사와 송광사를 왕래하는 지름길이다. 송광사가 2.8km이다. 홍골을 따라 내려오는 계곡길에 들어섰다. 계곡물 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산길은 계곡에 걸린 다리들을 차례로 지나며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고 있다.
계곡에 물이 풍부하니 나무들도 울창하기 마련이다. 조계산에서 물푸레나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 활엽수이다. 물푸레나무 이름은 껍질을 물에 우리면 푸른빛 물이 나온다는 데서 유래했다. 나무껍질은 한방의 약제로 쓰이고, 목질이 단단하여 농기구, 가구재 등으로 이용된다. 물푸레나무는 여느 나무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일반적인 이로움 외에도 약의 효능까지 있으니 나무 중의 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홍골을 따라 내려오면서 조계산에서 산을 오를 때, 산 속을 걸을 때, 산을 내려올 때 계곡을 만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중턱에서 올랐던 영월, 백덕산은 내가 오른 산길에서 계곡다운 계곡을 만나보지 못했다. 문경, 황장산에서 만났던 큰 계곡은 말라붙어 물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제천, 금수산의 계곡은 물이 현저히 줄어 폭포가 가늘어졌고, 폭포 주변에 물이 흘렀던 자국이 붉게 변해 있었다.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 산에 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계산은 예외인 것 같아 반가웠다.


조계산을 오르내리며 듣는 물소리는 물에 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상기시켜 주었다.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말했다. 물은 모든 생명을 살리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거나 다투지 않고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도(道)에 가깝다고 했다.
물은 겸손과 포용, 자연스러운 삶의 태도를 가르쳐준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물은 끊임없이 흐르기에 모든 것은 변화하며, 변화 자체가 본질임을 일깨워준다.
홍골의 물은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때로는 바위를 깎아 길을 내면서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다. 나도 그 물길을 따라 내려와 송광사까지 내려왔다.
송광사는 중학교 때 수학여행을 온 추억이 서려있는 절이다. 50년 세월이 무색하게도 송광사는 옛 모습 그대로인 듯하다. 순천, 송광사(승보 사찰)는 양산, 통도사(불보 사찰),합천, 해인사(법보 사찰)와 더불어 한국 삼보사찰로 불리고 있다. 송광사 버스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했다.

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

– 이상국 –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잎 뒤에 숨은 꽃은 오월에 피고
가지들은 올해도 바람에 흔들린다
같은 별의 물을 마시며
같은 햇빛 아래 사는데
네 몸은 푸르고
상처를 내고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꽃이다
오월이 오고 또 오면
언젠가 우리가 서로
몸도 바꿀 날이 있겠지
그게 즐거워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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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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