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종주는 북한산 우이역을 출발하여, 영봉을 시작으로 백운대를 지나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문수봉, 승가봉,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을 차례로 거쳐 불광 북한산 탐방 지원 센터에 이르는 약 17km의 코스다.
북한산을 가로질러 종주하는 ‘횡종주’는 북한산의 다양한 능선을 조망하고, 북한산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북한산 종주 코스:북한산 우이역-용덕사-영봉-하루재-백운대-문수봉-승가봉-비봉-향로봉-족 두리봉-불광 북한산 탐방지원센터(8시간 30분)
필자는 숲길 등산 지도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팀원 2명과 함께 북한산 횡 종주 도전에 나섰다. 한 분은 산악 사진 전문가이고, 다른 한 분은 숲 해설사이다. 두 분 다 백두대간을 종주하셨고, 국내 산들을 섭렵하셨다. 우리들은 북한산 우이역에서 만나 육모정 들머리를 지나고, 용덕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북한산 등산로에 진입했다.
누리장나무, 산초나무, 참나무, 소나무가 혼재하는 숲사이로 난 길을 걸어 올라 용덕사에 도착했다. 큰 바위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고, 그 우측으로 아담한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는 고즈넉한 사찰이다. 사찰을 지나 산길을 걸어 영봉(604m)에 도착했다. 남서쪽으로 인수봉이 보이고 남쪽으로 도봉산의 오봉, 만장봉이 보인다. 그 오른쪽으로 수락산, 불암산도 내려다보인다.

인수봉이 아침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다. 누구에게는 시련을, 누구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을 하얀 화강암 봉우리가 지금 내 앞에 장엄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신비스럽게 서 있다. 대자연 앞에 인간의 모습은 자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고 유약해 보인다.
영봉을 내려와 하루재에 이르렀다. 백운대로 향하는 초입에 인수암이 자리 잡고 있고 돌과 바위가 많은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을 걸어 북한산 대피소를 지났다. 나무 계단 길을 올라 백운 봉암문에 도착했다. 이제 백운대까지 바위에 쇠막대기를 박아 쇠줄을 연결해 놓은 경사가 심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쇠 가이드라인을 공유해, 우리들도 오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백운대(837m)정상을 오르는 마지막 구간은 인증사진을 찍느라 심한 정체를 빚고 있어, 백운대 바로 아래 바위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만경대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 인왕산, 북악산, 안산, 남산, 남한산, 청계산, 관악산도 보이고, 수도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태조 이성계의 왕사, 무학대사가 조선의 수도를 정하기 위해 이곳에 오른 연유를 알 듯하다.
백운대를 내려와 산성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성곽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을 지나가는 길이다. 길가에 예쁜 야생화들이 군데군데 피어있다.




“이 꽃이 현호색인가요?”
“아니요, 투구꽃입니다”
“이 꽃 이름들은 무엇인가요?”
“이 흰색 꽃은 구절초, 저 보라색 꽃은 미국 쑥부 쟁이입니다.”
“저 나비의 이름은 무엇이지요?”
“네발나비입니다.” “이 거미는 무당거미입니다.”
숲 해설사이신 오창훈 선생은 산을 오르는 동안, 꽃과 나무, 곤충에 관해 막힘이 없이 명쾌하게 설명해 주어 산행에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길 주변에 투구꽃, 구절초, 미국 쑥부쟁이가 피어 지나가는 산객들을 반기고 있다. 대남문 성곽루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망루 주변에 노란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꿀벌, 호박벌, 네발나비가 꿀을 따느라 여념이 없다. 꽃은 꿀을 깊숙이 숨기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고, 날벌레들은 꿀을 맛보기 위해 날개짓을 하며 꽃주위를 잉잉대며 맴돌고 있다. 꽃과 날벌레들에게 살아가는 것은 치열하지 않는 게 없어 보인다.*
대남문을 통과하여 문수봉으로 향했다. 오르는 길이 험하여 사고가 많아 난다는 경고판이 나왔다. 통천문을 지나 문수봉(727m)에 도착했다.



(사진 배상오)
“저기 보이는 도시는 어디인가요?”
“화성입니다. 그 아래쪽은 안산같고.”
“날씨가 좋아 서해 앞바다까지 보이네요.”
“저 아래쪽 도시는요?”
“강화도입니다”
“강화도 앞 바다도 보이네요.”


산악 사진 전문가이고 지리에 밝은 배상오 선생은 드론과 카메라로 산을 촬영하여 사진집까지 발간한 베테랑이시다.
날씨가 맑아 화성, 안산은 물론 그 너머 서해 바다가 보이고, 강화 앞바다까지 보인다.
문수봉을 내려와 승가봉으로 향했다. 바위에 박혀있는 쇠막대기를 잡고 경사가 급한 암릉길을 내려왔다. 쇠가이드 라인이 없다면 하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난이도가 높은 바위길이라 쇠막대기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와 승가봉(567m)에 도착했다.
북쪽으로 의상 능선이 오른쪽으로 병풍처럼 둘러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정치봉, 문수봉, 보현봉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능선과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북한산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비봉 가는 길목에서 사모(紗帽)바위를 만났다. 조선시대 관리가 관복을 입을 때 쓰는 모자를 닮았다는 바위로 1·21사태(1968년)때 무장공비들이 사모바위 아래 굴에 은신했다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드디어 비봉(碑峰,560m)에 도착했다. 진흥왕 순수비(巡狩碑) 모형이 세워져 있다.* 수도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유장하게 흘러가고 있는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이다.
고구려와 신라를 물리치고 한강 유역을 차지한 약 1,500년전의 신라인들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비봉을 지나 향로봉(535m)에 도착했다. 의상 능선, 백운대가 보이고 우리가 가야 할 족두리봉도 내려다보인다. 전망이 좋아 일군의 등산객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 머무르지 못하고 족두리봉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면 족두리 모양을 하고 있다는 족두리봉(370m)에서 북악터널, 서울의 도심의 건물들, 한강의 다리들이 손에 잡힐 듯하고, 멀리 인천 계양산까지 보인다.
족두리봉을 지나 불광 북한산 탐방 지원 센터로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했다.
북한산 종주 코스-산악인들과 함께 북한산의 주 봉우리들을 밟아보고, 주 능선을 조망해 보고 체력 테스트까지 겸한 1석2조의 산행이었다.
*진흥왕 순수비(국보 제3호) 원본은 보존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음.
*꽃에게 말을 걸다(백승훈)에서 인용함.
인수봉
-김안중-
아이나 노인이 아니라도
사람은 누구나
제 몸을 맡기고 싶은 대상이 있다
청춘은 청춘대로
장년은 장년대로
내가 몸을 맡기고 싶은 곳은
인수봉
꼭 진실이 아니라도
사람은 누구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분홍빛 봄의 철쭉 이야기
괭이꽃 피는 여름의 구름 이야기
가을의 양광에 잉잉대는 벌들의 이야기
세찬 겨울에는 겨울 이야기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바람을 이고 섰는
인수봉 이야기
꼭 길이 아니어도
가고 싶은 길이 있고
꼭 사랑이 아니어도
주고 싶은 사랑이 있다
길 아닌 길을 가
사랑 아닌 사랑을 주고픈
그런 바위가 있다
인수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