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桂芳山)은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 사이에 위치한 높이 1,577m의 산으로 남한에서 5번째로 높은 산이다. 주변에 오대산을 비롯하여 백적산, 태기산, 방대산등이 솟아있다. 주목, 물푸레나무, 철쭉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릴 정도로 겨울 명산 중의 하나이며, ‘계수나무 향기가 나는 산’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산행코스: 운두령-1166봉-1472봉-정상-안부-이승복 집터-노동리(5시간)
필자는 계방산(桂芳山)을 가기 위해 친구들과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했다. 지난번 방태산을 같이 갔던 3명으로 된 팀이다. 악우가 4시간을 넘게 차를 운전하여 운두령(1,089m)에 도착했다. 등산로 입구에 서있는 커다란 운두령 표지석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그 뒤로 계방산 능선으로 향하는 계단 길이 보인다. 별다른 노력 없이 곧바로 계방산 능선에 올라서니 주변의 공기가 아래쪽 공기와는 달리 서늘하게 느껴진다. 참나무, 물개암나무, 검노린재 나무같은 활엽수가 우거진 숲길을 걸어 앞으로 나아갔다. 장마철이라 구름이 끼어있어 숲은 우중충하지만, 산들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게 느껴진다.


물푸레나무 군락지를 통과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에서 높은 기상이 느껴진다. 물푸레나무 껍질은 옅은 갈색 바탕에 진한 회색의 큰 얼룩무늬가 여기저기 섞여 있는 모습이다. 껍질을 우려내면 물이 파란색을 띠어 ‘물푸레나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목재가 단단하고 탄성이 좋아 수렵을 위한 도구, 농기구 자루에 이용되었다. 또 물푸레나무는 통풍에 특효가 있고 백내장, 녹내장, 결막염등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조금 내리막이 시작되고 가드레일, 밧줄이 이어지는 주위에 이 산의 이름을 유래케한 계수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푸른 하늘 은하수/하얀 쪽배엔/계수나무 한 나무/토끼 한마리…… 반달 동요에도 나오는 계수나무를 여기서 만나다니!
가파르고 미끄러운 돌길이 이어지고 나무 계단을 올라 앞으로 나아갔다. 조릿대 군락지를 지나 헬기장에 이르렀다. 헬기장 주변의 빈터는 참조팝나무를 비롯한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전망대에 이르렀는데 전망은 없고 안개만 가득하다. 설악산, 비로봉, 호령봉이 보인다는 안내판이 무심하기만 하다.
는개가 내리기 시작한다. 안개보다는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는개가 두 뺨을 간지럽히고, 두 팔에 와 닿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또 헬기장을 지나 드디어 계방산 정상(1,577m)에 도착했다. 정상은 비교적 넓은 터에 정상 표지석과 아담한 돌탑이 세워져 있다. 정상은 운무가 끼어 시계가 전무하다. 꿀벌들이 돌탑 안에 집을 지었는지 많은 꿀벌들이 돌탑 주변을 어지럽게 윙윙대며 날아다니고 있다. 인간들에게 꿀을 약탈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생동물들도 인간에게 길들여져 가축화되지 않았다면, 비록 먹이를 구하고 거처를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더 동물다운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제도에 길들여진 우리 인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전망이 없으니 생각이 자꾸 다른 데로 흘러간다. 에릭 와이헨마이어(Erik Weihenmayer)*,강영우같은 시각장애인들도 높은 산에 올라 글을 쓴 것을 보면, 산을 육안으로도 보지만 마음의 눈으로 더 보고 느끼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상 바로 아래에 설비된 평상에서 악우가 준비해온 유기농 상추와 부추를 밥에 더하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벼먹으니 세상의 진수성찬이 안부럽다.

산을 오른 모든 사람들이 예외없이 짧고 쉬운 길로 다시 내려갔지만, 나와 악우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미련스럽게 자동차 야영장 주차장(제1코스)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미끄럽고 험한 길이라는 안내판을 지나 숲길로 접어들었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희미한 숲길이 이어진다. 머지않아 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풀과 나무는 가다가 건드리면, 옷이 축축하게 젖어온다.
주목 군락지에 이르렀다. 최근 화악산, 가리왕산에서 만났던, 고산에만 사는 기품있는 나무라서 반가웠다. 보호 장치인 밧줄과 보호대 너머로 붉은 몸통과 푸른 가지가 조화를 이룬 주목나무들이 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귀공자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나무라고나 할까.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돌이 많은 데다가 경사가 심해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길이 좁고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왔다. 오가는 등산객 하나도 없지만, 길가에 피어있는 노루오줌, 산꿩의다리같은 야생화들이 반겨주는 길이다. 한참 내려가니 아래쪽에서 반가운 물소리가 들려온다.
노동 계곡의 물소리가 숲속으로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지저귀는 새소리가 산을 청아하게 울리고 있다.
물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뇌의 알파파 생성에 도움을 주어 마음의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기여하고, 계곡 주변의 음이온과 나무가 내뿜는 산소와 피톤치드는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 등산이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고 조그만 다리들을 건너기도 하며 계속 내려가다 큰 도로를 만났다. 도로 주변 밭에 깨, 콩같은 농작물도 보인다.
일기예보대로 날이 밝아지고 있다. 뒤를 돌아보니 산에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웅장한 산이 서서히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마음 같아선 계방산을 다시 오르고 싶다. 또 계방산에 올 기회가 있을까? 또다시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겨울에 와서 겨울 계방산을 체험해 보리라.
계곡을 더 내려가니 자동차 주차장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 이승복 생가가 나왔다. 조금 더 노동리 쪽으로 걸어 내려가다가 이미 불러놓은 택시를 타고 운두령으로 복귀했다.
계방산 산행-비교적 높은 산이지만 운두령(1,089m)에서 올라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올랐고, 택시를 이용하여 운두령으로 되돌아와 필자가 추구해온 하이킹에 위배되는 산행이었다.
*에릭 와이헨마이어(Erik Weihenmayer)-맥킨리, 킬리만자로, 아콩카과,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최초의 시각장애인. 마음의 눈으로 오르는 나만의 정상 1, 2를 저술함.
는개
-조성연-
안개도 아닌 것이
이슬비도 아닌 것이
는개가 되어
새악씨 부끄럼으로
하늘에서 내리네
숲속은 깊고
숲길은 미끄러운데
는개가
두 뺨을 어루만지고
두 팔을 붙드네.
해가 뜨면 헤어질
는개와의 인연
우리 인생도
안개*와 같다는데…..
계방산에게
인생을 물었네
계방산은
말없이 운무에 싸여있고
능선의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노동 계곡의 물은
제 갈 길 서두르네
*야고보서(성서)4:14-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 도다.너희 생명 이 무엇이냐?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