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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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43편]정선, 가리왕산(加里王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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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加里王山)은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위치한 높이 1,561m의 산이다. 태백산맥 중앙부를 이루며 상봉 외에 중봉(1,433m), 하봉(1,380m), 청옥산(1,256m), 중왕산(1,371m)등 높은 봉우리가 있다. 전형적인 육산이며, 고산식물인 주목, 단풍나무, 갈참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등 수목이 울창하고 산약초가 많다.

산행코스:장구목이-이끼 계곡-장구목이 임도-정상 삼거리-정상-정상 삼거리-중봉-오장동 임도-가리왕산 케이블카 승강장(6시간)

가리왕산 하봉, 케이블카 승강장(사진 조성연)
정상에 선 필자와 동창생들(사진 김종아)

필자가 미국 Colorado, Denver에서 시작한 하이킹 칼럼이 한국 귀국 후까지 이어져 어언 3년째 이르고 있다. 필자가 쓴 하이킹 칼럼이 미국에서 37편, 한국에서 43편 총 80편에 이르고 있다. 칼럼 덕택에 사람들과 더 교류하게 되고, 산을 더 찾게 되고,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어 삶이 더 윤택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는 중학교 동창 2명과 함께 가리왕산을 가기로 했다. 보통 필자가 산을 정해 가자고 했지만, 이 산은 악우 김종아씨와 정정애씨가 먼저 가자고 한다. 필자와 함께 산을 자주 가다 보니 악우들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건강해졌고, 자신감이 생겼으리라.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악우가 4시간을 운전한 끝에 가리왕산, 장구목이 입구에 도착했다. 이정표를 따라 장구목이 트레일에 접어드니 왼쪽 계곡에서 힘찬 물소리가 들려오고 낙엽송, 단풍나무, 쪽동백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빽빽한 숲과 마주하게 된다. 여느 산에서 볼 수 없었던 울울창창한 원시림이다. 숲이 터널을 이루어 그늘을 이룬 가운데, 숲 주변에 관중, 고사리류 같은 식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계곡을 건너 참나무, 활엽수가 우거진 숲길을 걸어 오르다, 오른쪽으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이끼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곡에 있는 바위, 돌들이 온통 초록색으로 빛나는 두꺼운 이끼들로 된 옷을 입고 있는 신기한 광경이다. 이끼 계곡의 물은 바위에 부딪쳐 3갈래로 갈라지며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고 있다. 맑은 물이 초록빛 이끼 사이를 여울져 재잘거리며 잘도 흘러내리고 있다. 속인(俗人)들의 근심,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서. 이 폭포를 제1이끼 폭포로 이름 붙여 놓았다.
이끼는 계곡뿐만 아니라 계곡 주변의 바위, 나무 밑동, 쓰러진 나무 심지어 등산객이 버리고간 모자 위에도 내려앉아 있다. 바야흐로 이끼 세상, 이끼의 바다이다.

날씨는 한없이 무더운 여름 날씨로 숨이 턱턱 막히는데, 계곡 안은 차가운 냉기가 흘러 시원하기 그지없다. 천연 에어컨 바람이라고나 할까.
산길을 걷다가 또 계곡 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또 초록 계곡 속의 초록 폭포가 여울지며 흘러내리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이 폭포가 제4폭이라고 한다. 한참 후에 마지막 폭포인 제 9폭을 만났다. 폭포를 다 헤아리지 못하고 벌써 여기까지 이르렀다니!

트레일로 복귀하여 오르다가 왼쪽에서 보호수, 큰 주목 한 그루를 발견했다. 이름표에 숫자가 적혀있다. 트레일 주변에 조그만 돌탑들이 쌓여있고, 돌로 된 계단 길을 계속 오르고 제법 경사가 심한 너덜 길도 걸어 올랐다. 이제 계속 들렸던 물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진다. 가드레일과 밧줄이 있는 트레일을 걸어 올라 장구목이 임도에 이르렀다. 여기서 악우들과 준비해 온 점심을 먹고, 시원한 얼음물을 들이키고 나서, 마음을 다잡고 갈 길을 서둘렀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주목 군락지를 지나고 너덜 길을 걸어 올랐다. 커다랗고 수령이 오래된 잣나무, 굴피나무, 피나무, 갈참나무 숲이 우거진 육산(肉山) 길을 걸어 올랐다. 주목들과 산목련이 반겨주는 길이지만, 산이 높아 땀이 나고 숨이 차다.

능선, 정상 삼거리에 도착했다. 오른쪽 너머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이 보인다. 호젓한 능선길을 걸어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데, 왼쪽으로 죽어서도 살아가는 회색빛 주목 몇 그루가 서 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고산에서 자주 마주치는 주목들의 고사목은 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된다. 사람도 죽어서도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역사 속에서, 사람 속에서…… 육신은 소멸하지만, 영혼은 살아서 불멸하는 세상……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가리왕산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돌탑이 쌓여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들은 문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사위(四圍)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산뿐이다. 산의 물결, 산의 바다라고나 할까. 중봉으로 향했다. 동쪽 멀리 하봉에 케이블카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이 보인다. 중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수풀이 우거져 있고 고적하고 조용한 길이었다. 큰 돌탑 2개가 쌓인 중봉에 도착했다. 숙암분교를 가리키는 이정표 쪽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올라온 길과는 달리 낙엽이 많이 쌓여있고, 돌과 바위가 없는 길이다. 주목, 굴피나무, 참나무 숲을 지나 오장동 임도에 이르렀다. 이정표를 따라 숙암분교 방향으로 내려왔다. 낙엽이 많이 쌓여있는 내리막 숲길에는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이 트레일을 막고 있지만, 치우려고 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봉의 돌무더기(사진 조성연)

한적하고 적막한 길을 걸어 임도에 도착했다. 이정표가 훼손되어 숙암분교 방향이 불분명했지만,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기로 했다. 거의 다 내려온 줄 알았는데 또 바윗길과 밧줄이 걸려있는 길이 나왔다.
한참을 내려오니 건물들이 보이고 큰 돌들이 흘러내려 너덜겅을 이룬 진귀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숙암분교로 내려오려고 했는데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가리왕산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내려오게 되어 산행을 마무리했다.

필자는 ‘산을 오른 길로는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에서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는 대원칙을 따라 산행을 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고생도 많이 하게 되고, 이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도전적인 산행을 즐기는 필자에게 맞는 산행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40년 동안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하산길의 너덜겅(사진 조성연)
                                  가리왕산, 이끼 계곡*
                                                                                                                              조성연

인적이 끊긴 가리왕산 원시림 사이를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장구목이의 이끼 계곡

이끼들이 돌, 바위, 나무 위에 터를 잡고
폭발하는 초록빛, 초록빛으로 빛나며
초록의 삶을 살고 있네.

영겁의 세월을 살아
계곡을 초록빛으로 점령하여
마침내 이룩한 초록빛 세상!

갈래지고 여울지며
9폭을 이루어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속세의 때를 씻어내고
번뇌와 집착을 흘려보내고 있네.

어느 무더운 한 여름날,
가리왕산 이끼 계곡의 맑은 물에
내 마음을 비춰보았네.

물과 함께 무연하게 흘러가 보았네.

*가리왕산, 이끼계곡-가리왕산 등산로 제3코스 장구목이에서 트레일을 따라 오르면 만나게 되는 이끼가 많은 계곡, 여울지며 흘러내리는 9개의 이끼 폭포가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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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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