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7월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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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42편] 춘천, 용화산(龍華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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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산(龍華山)은 강원도 화천군과 춘천시 경계에 위치한 높이 875m의 산이다. 여러 가지 모양의 암릉과 우뚝 솟은 바위와 쭉쭉 벋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내는 산이다.
용화산(龍華山)이라는 이름은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자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산행코스:사여교-용화산 암벽훈련장-세남바위,장수바위-능선-용화산 정상-고탄령-사이령-용화산 휴양림-사여교(7시간)

필자는 벼르고 벼렸던 용화산을 오늘에야 오게 되었다. 필자와 친분이 두터운 최원영목사님이 시무하시는 본 푸른 교회*의 기도원이 용화산 아래에 있어, 필자가 한번 방문하여 기도원도 살펴보고 용화산을 올라 글을 쓰고 싶다고 말씀을 드린 지 오랜 시일이 지났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날짜를 잡고 금요 철야 기도회가 끝나고, 목사님의 차를 타고 밤늦게 기도원에 도착했다. 기도원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으로 나왔다.

온갖 새들의 노래 소리가 고요하고 어둑어둑한 세상을 일으켜 깨우고 있었다. 기도원에서 조금 떨어진 사여교에서 도로를 따라 용화산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오른쪽 계곡에서 청아한 물소리가 들려오고 뻐꾸기, 산비둘기, 까마귀의 울음소리도 연달아 들려 온다. 다락 논에는 어린 벼들이 심어져 있고, 왜가리 한 마리가 한가롭게 무논을 거닐고 있다. 큰 길가 밭에는 옥수수, 무, 감자, 고추 모종이 자라고 있고, 소를 키우는 축사도 보인다. 뻐꾸기 소리와 이 모든 산촌 풍경들이 필자의 어린 시절을 소환하고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킨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용화산 줄기가 구름에 휩싸여 있고,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내 구름과 비가 몰려가고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맑아지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임도가 끝나고 산속 길로 접어들었다. 소나무, 단풍나무, 쪽동백나무가 우거진 싱그러운 숲 사이를 지나가다 잎사귀를 건드리면, 잎사귀에 머물러있던 물방울들이 피부에 와 닿는다. 차갑게 느껴지지만 그리 싫지 않은 느낌이다.

만장봉 근처의 바위(사진 조성연)

돌계단이 쌓인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길을 걷고, 조그만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 트레일을 진행했다. 한참 오르니 왼쪽으로 돌올(突兀)하게 솟아있는 웅대한 바위가 나타났다. 세남바위이다. 높이 솟아있는 바위틈 사이에서 참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다. 검회색 돌과 푸른빛 나뭇잎, 그 위로 비치는 푸른색 하늘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세남바위 바로 오른쪽 옆에 장수바위가 쌍벽을 이루며 또 높게 솟아있다. 락 크라이머들이 바위에 매달려 있고, 햇빛이 바위 상단에 부딪쳐 무지개빛으로 산란하며 폭포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풍경에 취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산을 오르려 하니, 더 이상 산을 오르는 길이 끊기고 없다. 트레일에서 벗어나 바위에 이르는 길에 들어섰던 것이다.

정상에 선 필자(사진 최봉락)

한참을 내려가 트레일을 찾다가 포기하고 두 바위 밑을 지나 능선을 향하여 오르기로 했다.낙엽이 쌓이고 경사가 급하고 다소 미끄러운 길 아닌 길을 걸어 능선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두 바위의 상단, 만장봉(875m)에 도착했다. 쇠 난간과 밧줄 너머 멀리 동남쪽으로 하늘벽이 보인다. 칼처럼 솟아있는 바위와 왼쪽에 위치한 일단의 바위들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장관이다.
정상을 항해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의 시계(視界)는 제한적이지만, 춘천시를 둘러싼 대룡산, 금병산, 삼악산이 보이고 파로호,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도 보인다.

정상에서 내려와 입석대로 향했다. 돌기둥으로 우뚝우뚝 솟아있는 바위들과 또 다른 바위군(群)으로 이루어진 암릉과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모여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고탄령으로 향했다.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인데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된비알들도 지나고, 난간과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험한 암릉도 지났다. 멀리 푸른 산 기운이 어려있는 가운데 다섯 봉우리가 뚜렷한 오봉산도 보인다.
병풍처럼 산봉우리들이 이어지고, 꽃봉우리처럼 겹겹이 싸여있는 산봉우리들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능선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데 수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트레일을 막고 있다. 가리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강풍이 불었나 보다. 큰 나무들이 넘어져 있고, 수많은 참나무들이 통째로 꺾여 하얀 몸통을 드러내놓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탄령을 지나 사이령으로 향했다. 이제 바위도 사라지고 산의 경사도 완만한 숲길을 걷는 길이라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사이령에서 용화산 자연 휴양림쪽으로 하산했다. 키가 큰 소나무와 낙엽송이 우거진 길을 지나 임도가 나왔다. 또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오른쪽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려 온다.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노자의 ‘도덕경’을 떠올려 보았다.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이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지만, 만물과 더불어 다투지 않는다. 물은 제일 낮은 비천한 곳에 머물기에 도(道)에 제일 근접해 있다.’

용화산 계곡의 물이 노자의 말씀을 읊조리며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는 듯하다.
용화산 산행-우뚝 솟은 바위들, 여러 바위 모양으로 이루어진 암릉들이, 쭉쭉 벋은 소나무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고, 뻐꾸기 소리와 정겨운 논, 밭의 전경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산행이었다.

*본 푸른 교회-경기도 구리시 벌말로 80번길 100. 전화번호:031 564 1086
(담임 목사:최원영 목사님-서울 신학대학교 신학박사, 본 헤럴드 기독교 모바일 신문 창간)

                          향수(鄕愁)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돌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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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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