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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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37편] 철원, 명성산(鳴聲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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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鳴聲山)은 강원도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시의 경계에 위치한 높이 923m의 산이다.
전설에 의하면 궁예가 건국 11년 만에 왕건에게 쫒기어 이 곳에 피신하였다가 1년만에 피살된 곳이라고 한다. 궁예의 망국의 슬픔을 산도 따라 울었다하여 명성산(鳴聲山)이라 일컬어지고, 일명 울음산이라고도 불린다는 설이 있다.
남서쪽에 국민 관광지 산정호수가 있고, ‘산정호수·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유명하다.

등산 코스:상동 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명성산 억새 바람길-삼각봉-정상-궁예봉앞-송암자연공원-산안고개-상동 주차장(5시간)

필자는 명성산(鳴聲山)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목동집을 나섰다. 전철을 이용하여 도봉산역에서 하차, 1386번 버스로 갈아타고 한참을 지나 산정호수 상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오른쪽으로 여러 음식점 사이로 난 등산로에 접어들어 조금 걸어 본격적인 트레일에 진입하게 되었다. 오른쪽으로 제법 큰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비선폭포가 나왔다. 비록 낙차는 크지 않은 폭포이지만, 폭포 주변에 발달한 널따란 바위를 타고 미끄러져 내리는 물의 흐름이 경쾌한 폭포이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계속 걸어 올라 등룡폭포를 만났다. 비선폭포보다 낙차가 크고 규모가 웅대한 폭포이다. 폭포 위 왼쪽으로 설비된 다리 위에서 폭포를 내려다보았다. 위에서 바위를 흘러내린 폭포가 움푹한 바위에 소(沼)를 이루어 잠시 숨을 고른 다음, 거대한 바위를 타고 또다시 힘차게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2단 폭포이다.

등산 초입의 비선 폭포(사진 조성연)

군부대 경계 철책을 따라 더 오르니 왼쪽으로 마른 억새들의 군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돌길을 걸어 올라 명성산 억새 바람길이라고 쓰인 구조물 사이를 지나게 되었다. 광활한 억새군락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널따란 억새밭 사이사이를 몇 갈래로 이리저리 연결해 놓은 데크계단이 인상적이다. 계단 곳곳에 쉼터도 있고, 포토 죤도 있어 가족이나 연인들이 함께 소풍을 오기에 적합한 장소로 여겨졌다. 비록 하얀 억새꽃은 없지만, 마른 억새 풀이 산의 오르막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고개 숙이며 흔들리고 있다. 억새들이 일제히 손짓하며 나를 격하게 반기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억새밭을 지나는 긴 데크 계단을 걸어 오르니 억새밭 끝, 산 능선에 정자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이 세상에 음풍농월(吟風弄月)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장소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올라오면서 보는 억새밭 정경도 아름답지만, 능선 위에서 내려다보는 억새밭 정경이 더 환상적이었다.

드디어 계단이 끝나는 능선에 올라섰다. 정상 쪽으로 산등성이가 길게 펼쳐져 있다. 능선 위의 아기자기하게 솟은 바위들, 아직까지 짙은 갈색 잎사귀를 달고 있는 키 작은 참나무들, 잿빛 관목들, 키 작은 초록빛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능선 위로 몇 개의 봉우리를 우뚝우뚝 솟아나 있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는 능선 길의 북쪽 사면은 아직 잔설이 남아있어 질퍽거린다. 밧줄이 설치된 급경사 바위 구간을 통과하여 능선을 걸어 삼각봉(906m)에 도착했다. 날씨가 맑은 편이지만, 운무가 흐르게 끼어있어 전망이 그리 썩 좋지 못하다.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이고 산 아래 촌락들도 눈에 들어온다. 잔설이 남아있는 내리막길을 걸어 정상 쪽으로 향했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산정호수(사진 조성연)

드디어 명성산 정상이다. 대성산, 복계산, 복주산이 보인다고 했지만, 오늘은 운무가 옅게 끼어있어 잘 분간하게 힘들었다. 궁예봉, 궁예능선 쪽으로 하산을 시도했다.
능선을 따라 나아가 분기점을 지나쳐 궁예봉(830m) 바로 앞까지 이르렀다. 보통의 하이커들은 궁예봉 한참 앞 분기점에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궁예봉을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궁예봉을 오르는 능선길은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고, 능선 바위가 오르기에 위험해 보여 왼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지도에 나와 있지 않는 길이다. 뒤로 돌아가 이정표가 있는 분기점에서 내려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만용을 부려보기로 했다. 낙엽이 수북하고, 바위와 돌이 많고, 잡목들이 뒤엉켜 있는 산속에서 길 아닌 길을 만들며 내려왔다. 낙엽에 미끄러져 낙엽 속에 잠기기도 하고, 잡목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면서.

명성산 능선길(사진 조성연)

힘들게 내려오니 조그만 계곡이 나왔다. 물이 조금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계속 내려오니 물이 조금씩 더 많아지고 멀리 도로가 보인다. 길도 없는 산속을 헤매다가 도로를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도로에 올라서니 송암 자연공원이라는 돌 표지석이 보인다. 사유지로 내려온 것이다. 계곡을 건너 비포장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한참 걸어 올라가서 산안 고개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작전 중인 군인들이 길을 가르쳐주고, 차를 태워주어 산동 주차장으로 회귀할 수 있었다.

명성산은 궁예약수, 궁예산성, 궁예봉, 궁예능선등 궁예와 관련된 유적지가 많다. 필자는 산행을 하며 운악산과 삼악산에서도 궁예와 관련된 유적지들을 찾을 볼 수 있었다.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궁예가 포악한 정치를 하지 않고 선정을 베풀었다면 역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등산 초입의 다리(사진 조성연)

명성산을 거닐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역할이 국가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 현대 민주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올바른 국가지도자들을 선출하는 국민들의 혜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별히 국가지도자들의 리더십이 미흡하여 국가가 표류하고 있고, 국가가 이념적으로 분열되어 정쟁(政爭)이 격화되고, 국가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치러지는 4·10 총선을 맞이하여.
산정호수, 궁예유적지, 억새군락을 품고 있는 명성산-궁예도 가고 억새꽃도 사라졌지만, 산정호수의 모습은 30여년 전에 보았던 것처럼 여전히 넓고 푸르기만 하다. 얼핏 보면 산정호수의 모습도 옛날 모습 그대로 같지만, 사실은 새로운 모습일 것이다.
생성의 때가 있으면, 반드시 소멸의 때가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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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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