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7월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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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36편] 홍천, 가리산(加里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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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산(加里山)은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에 위치한 높이 1,051m의 산이다.
능선은 완만한 편이나,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둔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소양호, 북쪽으로 설악산, 오대산등을 품은 산맥을 조망할 수 있는 명소이다. 가리산 이름은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라는 뜻의 가리에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 데서 유래했다.

등산코스:가리산 관리 사무소-합수곡 기점-가삽고개-제2,3봉-정상(제1봉)-무쇠말재-합수곡 기 점-가리산 관리 사무소(4시간)

필자는 가리산(加里山)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목동집을 나섰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홍천 버스 터미널에서 하차, 19번 군내 버스로 갈아타고 가리산 자연 휴양림으로 향하는 가리산길 입구에서 내렸다. 시간이 좀 이르긴 했지만, 근처의 *가리산 막국수집에서 이 고장의 명물인 막국수 한 그릇을 비운 다음 가리산길을 따라 가리산 휴양림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2봉에 이르는 연결계단 (사진 조성연)

아스팔트 길 주변에 산촌 가옥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파종 준비를 마친 밭들과 퇴비 더미도 눈에 띈다. 멀리 노적가리처럼 우뚝 솟아 있는 2개의 정상 봉우리가 완연하게 보인다. 4.8km를 걸어 휴양림 입구에 도착했다. 공사로 인해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물리적으로 제지하지 않아 관리사무소를 지나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를 지나고, 공사로 한 가운데가 파헤쳐진 도로를 걸어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왼쪽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조그만 3개의 다리를 건너 계속 걸어갔다. 계곡 왼쪽 산은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아 희끗희끗하고, 오른쪽 산은 눈이 하나도 없는 육산(肉山)의 모습이다.

제2봉에서 바라본 제1봉 정상(사진 조성연)

두 계곡물이 만나는 합수곡 기점에 도착했다. 왼쪽 계곡에서 힘찬 물소리가 들려오고, 참나무 잎들이 나뒹구는 산길을 걷고, 군데군데 눈이 다 녹지 않아 질퍽거리는 눈길을 걸어 지능선에 올라섰다. 왼쪽으로는 강우 레이더기지가 세워져 있는 가리산 산줄기가, 오른쪽으로는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가리산의 산줄기가 새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주능선을 향해 걸어 오르다 몸통이 통째로 꺾인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놓고 서 있는 참나무들의 군집을 목격하게 되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눈, 바람, 번개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나중에 홍천군 산림과에 전화를 해 강한 바람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의 힘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경우도 때때로 적지않은 듯 하다. 쓰러져서 트레일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들도 부지기수다.

강우레이더 기지가 서있는 능선(사진 조성연)

쓰러진 나무를 피하고, 질척거리는 눈길을 걸어 주능선에 올랐다. 가삽고개이다. 왼쪽 가리산 방향으로 향해 잔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능선을 걸어가니 3개의 우뚝 솟은 주봉우리들이 능선 너머로 나타난다. 드디어 주봉우리들 아래에 이르렀다. 제2, 3봉으로 이어지는 데크계단은 눈이 녹다 다시 얼어붙은 얼음으로 가득했고, 쓰러진 큰 소나무가 데크계단 난간을 부수고 계단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무를 피해 힘겹게 조그만 봉우리를 돌아 오르니, 오른쪽으로 제2봉이 나타난다. 평범한 육산(肉山)에 우뚝 솟은 암봉이다. 건너편에도 우뚝 솟은 제1봉이 서 있다.

정상에 선 필자(사진 유인성)

제1봉으로 이어지는 데크계단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모습이 멀리서 보니, 마치 큰 지퍼들을 연결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제2봉 오른쪽으로 제3봉으로 이어지는 데크계단이 전개되고 있다. 계단을 오르니 제3봉이다. 조그만 공간에 불과하지만 전망은 어디 비할 데 없이 좋은 곳이었다. 제3봉에서 제2봉으로 되돌아와 제1봉으로 향했다. 한참을 내리막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다시 오르막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보는 제2, 3봉의 모습이 장관이다. 거대하고 긴 바위들이 우뚝 솟은 바위 성채를 이루고 있다.

드디어 제1봉, 정상에 올라섰다. 북, 서쪽으로 소양호가 보이고, 북쪽으로 설악산, 오대산을 품은 산맥들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위(四圍)가 막힘이 없다. 산 아래 멀리 아침에 걸어왔던 구불구불한 가리산길 도로도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내가 저 먼 곳에서 발원(發源)하여 이곳까지 이르렀다니! 이곳이 홍천 9경(景)중 제2경(景)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를 알 듯하다. 인증샷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 봉우리를 내려가다, 산을 올라오는 구세주 하이커를 만나 제1봉을 다시 오르게 되었다.

하산길의 가리산 연리목(조성연)

봉우리를 다시 내려와 무쇠말재에 이르렀다. 응달진 경사면을 따라 내려오는 본격적인 하산길은 눈이 많아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한참 내려오다 침엽수인 소나무와 활엽수인 참나무가 하나의 나무가 된 *가리산 연리목(連理木)을 만났다. 성장 배경이 전혀 다른 두 남,여가 만나 부부가 되어 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결혼 생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나무가 아닐까?

한참 내려오니 아래쪽 계곡에서 반가운 물소리가 들려온다. 오전에 만났던 합수곡 기점에 도착했다. 이윽고 가리산 휴양림까지 내려와 산행은 끝났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아침에도 그랬던 것처럼 또 44번 국도까지 1시간을 더 걸어 나와야만 했다.

산 곳곳에서 강풍에 의해 잘려 나간 나무들이 하얀 몸통을 드러내놓고 신음하는 가리산-우리를 품어주고 치유해 준 산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한없이 아파진다. 하지만 자연의 힘은 이 아픔마저 치유하고, 종국에는 무너진 자연의 질서를 잘 회복해 내리라 믿는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의 힘은 위대하고 신비스럽기 때문이다.


*가리산 막국수-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길 23번길 7, (033) 435-2704
*가리산 연리목-연리목이란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말하는데, 부부간의 금슬이 좋거나 남녀간의 애정이 깊은 것을 비유한다고 한다.
가리산 연리목은 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한 커플이 등반을 왔다가 우연히 연리목을 발견하여 두 손으로 연리목을 껴안고 입맞춤을 한 후,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전국적으로 갖가지 사연으로 정상적인 커플이 되지 못한 수 많은 남녀가 함께 등산을 와 사랑을 비는 명소가 되고있다.

삼월로 가다

-한광구-

3월로 가는 길은
아직 얼어 있었다
낮이면 녹았다가
밤이면 얼어
뼈를 세우고
차가운 바람소리를 듣는다
간 밤에도 오리나무 하나가
십리 밖에서부터 몰려오는
겨울 바람소리로
뼈를 세워 일기를 쓰고 있었다
낱말들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쨍하는 비명을 행간에 묻고 있었다

3월로 가는 길은
얼어붙었던 낱말이 녹아 질퍽거린다
뼈가 눈물로 녹으며
오리나무 가지마다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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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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