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4월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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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34편] 충북 영동, 민주지산(岷周之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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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지산(岷周之山)은 충북, 영동군·전북, 무주군·경북, 김천시 경계에 위치한 높이 1,242m의 산이다. 북쪽으로 국내 최대 원시림 계곡인 물한리 계곡과 각호산(1,176m), 남쪽으로 석기봉(1,200m)과 삼도봉(1,176m)이 이어진다. 삼도봉은 충북, 전북, 경북을 가르는 봉우리이다.
민주지산(岷周之山)라는 이름은 민두름산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산행코스: 물한계곡 주차장-황룡사-쪽새골 삼거리-민주지산 정상-석기봉-삼도봉-심마끝재-물한계곡-황룡사-물한계곡 주차장(5시간30분)

민주지산(岷周之山)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공주를 출발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데다가 날씨까지 흐려 더욱더 컴컴하게 느껴진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민주지산으로 향하는 국도는 생각보다 길고 구불구불 하게 이어졌다. 국도 주변에 포도밭과 과수원과 비닐 하우스가 혼재하는 전형적인 산촌의 모습이였다.

2시간 차를 운전한 끝에 물한 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 쪽을 향하여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오르니 멀리 산의 높은 부위가 운무에 휩싸여 있고, 날씨가 흐려 산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규모가 조그맣고 고즈넉한 황룡사 경내를 지나 조그만 현수교를 건너 비교적 넓은 트레일에 복귀했다. 삼거리에서 민주지산, 목교 방향으로 향하여 오르다 보니 왼쪽 아래로 조그맣고 예쁜 아치교가 내려다 보인다. 산을 오르는 길은 참나무 잎사귀가 수북하고 오래전에 내린 눈이 다져지거나 얼음으로 덮여있어 오르기에 여간 미끄럽지 않다. 한참 가다가 아이젠을 차고 오르니 한결 미끄러움이 덜하게 느껴졌다.
초록빛 산죽과 회색빛 나목과 눈으로 새하얗게 덮인 설경을 가로지르며 홀로 산을 오르는 트레일은 적막하고 아름답고 평화스럽기까지 하다.

민주지산 상고대(사진 조성연)

능선, 쪽새골 삼거리에 도착했다. 동쪽으로 나목 사이 사이로 운무에 싸여있던 산들의 모습이 언듯 언듯 드러나니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민주지산 정상 쪽으로 향했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추위가 느껴졌지만,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세를 조망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상고대가 피어있는 나목, 눈이 수북이 쌓인 능선, 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산자락이 선명하게 보인다. 겨울 산 특유의 하양, 검정, 회색의 무채색 풍경과 흰 구름, 파아란 하늘이 조화를 이룬 멋진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필자처럼 민주지산 정상을 홀로 올랐던 유일한 하이커에게 정상 인증 사진을 부탁했다.

정상에 선 필자 (사진 김수경)

정상을 내려와 석기봉을 향하여 능선길을 걸었다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있는 나목 사잇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걷는 길 위로 상고대 눈꽃이 간간이 떨어진다. 불어오는 칼바람에 산죽들이 바스락거리고 나목들이 웅웅거린다.
삼두 마애불 표지판에 놓여있는 커다란 바위 밑을 통과하여 한참을 걸어 올랐다. 뒤를 돌아 민주지산 정상을 바라보니 운무가 몰려와 정상을 삼켰다가 뱉었다가 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운무가 더욱더 짙게 몰려온다. 조금만 더 늦게 정상에 도착했더라면, 정상에서 볼 수 있었던 멋진 풍경을 놓칠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석기봉(1,242m)에 도착했다. 운무가 몰려와 정상석 외에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서쪽에서 강한 바람이 운무를 몰고 와 동쪽으로 쏜살같이 날려 보내는 되풀이되고 있다. 동쪽의 하늘과 산들이 간간이 운무 사이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동쪽 위 높은 하늘에는 흰 구름이 가득차 있다.

석기봉 정상(사진 조성연)

이제 삼도봉으로 향했다. 조금 내리막길을 걸어 삼도봉(1,176m)에 도착했다. 충북, 전북, 경북이 만나는 봉우리에 대화합을 기념하는 탑이 세워져 있다. 이곳 삼도봉과 민주지산 일대는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였고, 삼도(三道)가 만나는 곳이라고 하니 전략적 요충지였으리라고 짐작되었다.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되었다. 하산길은 경사가 급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눈이 나무계단에 쌓여 다져져 계단의 홈이 사라진 미끄러운 눈길이라 내려가기 힘들었다.
심마긑재 사거리에서 황룡사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참 내려가니 상고대도 사라지고 키가 큰 낙엽송 지대를 통과하게 되었다. 잠시 쉬면서 위를 올려다보니 나무에 기생해서 사는 둥그런 모양의 겨우살이가 보이고, 조그만 새들이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노래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래쪽 물한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아스라하다. 조용한 산속이지만, 눈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생명 활동이 보이고 생명의 환희(歡喜)가 들려온다.

황룡사 전경(사진 조성연)

무덤골을 지나 물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계속 내려왔다. 옥소 폭포, 의용골 폭포, 음주암 폭포와 크고 작은 소(沼)들이 빚어내는 물한계곡은 비교적 수량이 풍부하고, 흐르는 물은 수정같이 맑았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일을 힘찬 물소리와 함께 걷는 발걸음은 하루 종일 산을 걸어 지친 몸에 다시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고, 세파에 찌들린 마음의 때를 씻어 내는 듯하다.
아치 모양을 한 조그만 철제 다리를 건너 황룡사로 복귀했다.

운무에 휩싸인 석기봉 능선 (사진 조성연)

입춘이 코앞인데 민주지산은 눈이 가득하고, 상고대가 피어있고, 물한 계곡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다. 하지만 얼음 밑을 힘차게 흘러가고 있는 물소리가 봄을 재촉하고 있는 듯하다.
문득 ‘겨울이 깊으면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싯구가 생각난다.
계절적인 봄과 더불어 서울의 봄, 한반도의 봄도 함께 오려나?

*영국 낭만주의 시인 셸리(Shelly)의 서풍부(Ode to the West Wind)란 시의 맨 마지막 구절

2월의 시

양성우

네 안에서 안개처럼 흩어지고 싶다
몹시도 수줍은 너
눈 녹은 산비탈 붉은 흙 위에 내리는
여린 햇살같이
산산조각으로 네 안에 부서지고 싶다
연초록의 긴 꿈에 젖어 있느냐?
잎 없는 숲 가운데에 누우리라
네 가슴 뛰는 소리 들으며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다가
바람도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로
너에게 스며들고 싶다
2월 어느 날 그리움이 넘치는 날 하루,
차디찬 땅속에 맨살로 뒤척이는 너
숨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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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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