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6월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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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33편] 남양주시, 축령산(祝靈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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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祝靈山) 은 경기도 남양주시와 가평군 경계에 있는 높이 879m의 산이다. 조선왕조를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에 사냥을 왔다가 사냥감을 한 마리도 못 잡았다. 몰이꾼의 말이 ‘이 산은 신령하니 산제를 올려야 한다.’라고 하여 정상에 올라 제사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다. 이때부터 제사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祝靈山)이라 불리게 되었다.
축령산 서쪽에는 축령산 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고, 60년생 잣나무 숲이 울창하고, 동쪽 기슭에는 아침고요 수목원이 있다.

산행 코스: 축령산 매표소-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 정상-절고개-오가네연못-임도사거리-축령산 매표소 (3시간 20분)

필자는 2024년 첫날에 축령산으로 새해 첫 산행을 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마석역에 도착해서 택시로 축령산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밖이 짙은 안개로 싸여있어 산행을 걱정했으나, 산 입구에 내리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여 안심이 되었다.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오르니 며칠 전 내린 폭설로 길이 눈과 얼음으로 가득 차 있어 미끄럽기 그지없다. 축령산 휴양림 안내 간판을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에 진입했다. 왼쪽으로 커다란 정성바위를 지나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걸어 올랐다.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있고, 눈 속에 푹 묻힌 산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능선 쪽으로 걸어 오르니, 능선 너머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여느 햇살과 다를 바 없겠지만, 새해 첫날이라 햇살이 더 밝고 눈부시게 느껴진다.

능선에 다다랐다. 동쪽을 내려다보니 산과 산 사이로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장관이 연출되고 있다. 높은 산봉우리들이 운해 위로 치솟아 있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산처럼 보인다.
영락없는 다도해의 풍경이다.

능선을 우회하는 쇠막대기와 밧줄이 설치되어있는 트레일을 걸어 오르니 정면으로 특이하게 생긴 큰 바위가 나타난다. 수리바위이다. 독수리 머리를 닮아 수리바위라고 불리게 되었고, 실제로 얼마 전까지 독수리가 살았다고 한다. 또 능선을 따라 걸어 올랐다.

가지에 쌓여있던 눈들이 따뜻한 햇볕을 받아 녹아 하나둘씩 아래로 떨어지니 눈이 다시 내리는 듯한 모습이다. 능선 삼거리에 도착하여 남이바위, 축령산 정상 쪽으로 향했다. 동쪽에서 구름이 몰려와 축령산을 감싸기 시작한다. 멀리 서쪽에 있던 하얗게 눈이 덮여있는 산들의 모습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산을 다니다 보면 이처럼 산의 얼굴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안개가 끼었다가 걷히기도 하고, 구름이 몰려왔다 몰려가기도 하고……

남이 바위 위의 야생 염소들

남이 바위에 도착하여 바위 위쪽으로 향하는데 검은 야생 염소 두 마리가 앞을 막아서고 있다. 야생 염소들이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왔을까? 온 산에 눈이 가득하고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무엇을 달라는 눈치 같아 배낭에서 귤을 꺼내주니 맛있게 잘 받아먹는다.
야생 염소와 헤어져 걷는 길은 벼랑 위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는 능선길이다. 조금 앞에 조그만 봉우리가 보이고 그 너머 흰 눈에 덮인 축령산 정상이 보인다. 조그만 봉우리를 우회하고 데크 계단을 걸어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축령산 정상의 돌탑과 표지석 (사진 조성연)

돌탑이 쌓여있고 정상석이 서 있고, 태극기가 흩날리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돌탑은 물론 주변의 나무들도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산들도 마을도 다 흰 눈으로 덮여있다. 눈(雪) 세상이다. 말 그대로 설국(雪國)이다.

하산을 시작했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멀리 서리산에 이르는 능선과 서리산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언제 다시 와서 축령산에서 서리산에 이르는 트레일을 완주해보고 싶다.
긴 데크계단과 내리막길을 걸어 절고개에 이르렀다. 절고개 왼쪽으로 그 유명한 60년생 잣나무 숲을 통과하게 되었다. 이 잣나무가 품질 좋은 잣을 생산하고, 사람에게 유익한 피톤치드가 들어있는 방향성 물질 테르펜을 발산한다고 하니 일석이조의 값진 숲이 아니겠는가!

하산길의 설경 (사진 조성연)

계속 내려오다 조그만 개울을 건너게 되었고, 개울을 따라 난 길을 걸어 내려와 오가네 연못에 도착했다. 옛날 화전민이 일구었던 땅을 계단식 연못으로 만든 곳이다.
큰 돌이 많은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와 임도에 이르렀고, 임도 삼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축령산 휴양림 시설물과 산책로를 지나 축령산 매표소에 이르러 산행을 마치게 되었다.

새해 첫날 축령산에서 만났던 서설(瑞雪)과 운해(雲海)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좋은 운을 가져다주길 기원해본다.

새해 새날은
오세영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부터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 날 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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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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