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6월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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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32편] 춘천, 삼악산(三岳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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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산(三岳山) 은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위치한 높이 654m의 산이다.
높고 웅장한 산은 아니지만, 산이 품은 풍치가 수려하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명산으로 꼽힌다. 삼악산은 규암 절리로 탄생한 신비로운 협곡과 등선폭포, 비룡폭포를 비롯한 폭포들과 담(潭)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고 있다.
정상 용화봉(654m), 등선봉(632m), 청운봉(546m) 3개의 봉우리가 있다 하여 3악산(岳山)이라 이름 붙여졌다.

산행 코스:의암댐 매표소-상원사-깔닥고개-삼악산 용화봉-333계단-흥국사–등선폭포(2시간 40분)

협곡(금강굴)상단 모습 (사진 조성연)

필자는 2023년 마지막 산행을 삼악산으로 가기로 했다. 북극에서 불어닥친 한파로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 비교적 수월한 산을 택했다.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강촌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의암댐 매표소에 이르렀다. 데크계단을 걸어 트레일에 진입했다. 영하 15°C로 매우 추운 날씨지만, 바람이 없고 맑은 날이다. 해가 떠오르자 의암호 수면에서 아지랭이가 피어오르고 따사로움이 느껴진다.

깔닥고개 위 능선의 바위(사진 조성연)

트레일 군데군데가 얼음이 얼어있어 미끄럽기 그지없다. 쇠 가드레일과 밧줄이 설치된 바위길을 걸어 올라 낙석주의 트레일 구간을 통과했다. 가파른 쇠계단을 걸어 올라 상원사에 도착했다. 조그만 절이고 공사중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돌았다. 상원사를 지나 돌이 많이 널브려져있는 울퉁불퉁한 길을 이리저리 걸어올라 깔닥고개에 이르렀다. 또 쇠 가드레일이 촘촘히 박혀있는 바위길을 차례차례 올라 능선에 이르렀다.

이제부터는 공룡등처럼 솟아있는 능선 바위들을 밟고 계속 오르는 다소 힘든 길이다. 능선을 오르다 잠깐 쉬면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의암호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 너머 춘천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나무 잎사귀 위에 눈이 녹지 않은 채 붙어있고, 눈의 일부는 녹아 흐르다가 얼음이 되어 잎과 가지를 싸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조그만 얼음 알갱이들이 때마침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햇빛에 반사되어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밝히고 있는 전등불을 방불케 한다. 나목들도 뒤질세라 가지마다 전등을 밝히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다.

조물주가 빚은 크리스마스 트리라고나 할까. 이틀 후면 성탄절인데 삼악산은 그렇게 온 산을 전등으로 밝히며 성탄절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능선 바위를 조금 더 걸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테크 설비가 되어있고 멋진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의암호와 춘천시는 물론 멀리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는 화악산, 용화산, 오봉산, 가리산이 밝은 빛으로 빛나고 있다. 반대쪽도 일망무제(一望無際)로 산들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산이 아니고 정상은 아니지만 빼어난 전망을 볼 수 있는 명당이다.
곧 정상에 도착했다. 조그만 정상석이 정상임을 말해줄 뿐 특징이 없는 장소에 불과했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참나무 잎사귀가 나뒹굴고 군데군데 눈과 얼음이 덮여있는 고즈넉한 길이다. 큰 소나무 숲길을 통과하게 되었다. 숲의 고요함과 적막감이 더욱더 겨울 산을 단출하게 느끼게 해준다.

상원사 전경 (사진 조성연)

끝없이 이어지는 333 돌계단을 밟고 내려오니 조그만 절과 매점이 보인다. 흥국사는 궁예가 왕건과 싸우며 나라를 재건하고자 하는 염원으로 세운 절이라고 전해지지만, 너무 규모가 작고 초라하여 궁예의 몰락을 웅변해주는 듯했다. 삼악산은 후고구려 때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우며 건설한 토성과 궁궐이 존재했던 장소로도 전해지고 있다. 흥국사를 내려오니 계곡이 나왔다. 계곡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조그맣고 둥근 모양의 다리를 건너니 다리 밑을 흘러가는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다 주렴폭포, 비룡폭포를 만들고, 옥녀담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또 백련폭포를 빚어내고 있다. 규암 절리로 생성된 거대한 협곡을 지나고 있다. 협곡 양쪽 절벽은 위에서 스며든 물이 흘러내리다 얼어붙어 커다란 고드름이 높은 절벽 여기저기 매달려있는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삼악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등선폭포를 지나게 되었다. 폭포의 물은 얼어붙어 그 흐름이 멈춰섰지만, 10m의 높이를 자랑하는 폭포의 웅장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답기 그지없다. 금강굴이라고 부르는 이 협곡을 빠져나와 산행을 끝마쳤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앞두고 있지만, 지구촌 곳곳은 전쟁, 분쟁으로 얼룩져있다. 전쟁이 그치고 분쟁이 소멸되는 세상은 언제쯤 오려나.
성탄절을 맞이하여 이 땅 위에 전쟁이 그치고 평화가 깃들 날이 다시 찾아오길 간절히 염원해본다.

햇빛에 반짝이는 나목위의 얼음 알갱이 (사진 조성연)

길이 끝나면
박노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봄이 걸어 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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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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