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4월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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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27편] 철원, 복계산(福桂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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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계산(福桂山)은 민간인의 신분으로 오를 수 있는 최북단의 산으로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1057.2m 높이의 산이다.
높이 40m에 이르는 매월대를 비롯한 기암과 암릉이 발달되어 있다.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있어 천혜의 은둔지로서, 매월당 김시습 선생이 긴 방랑생활중 매월대에 누각을 짓고 은거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마을 이름 매월동, 누각 이름 매월대, 매월대 폭포에서 그의 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산 전체가 군사작전 지역에 포함되어있다.

산행코스:주차장-매월대 폭포-노승쉼터-삼각봉-복계산 정상-청석골세주차장-매월대-노승쉼터- 삼각봉-복계산 정상-청석골 세트장-주차장 에서 복계산 정상-수피령 갈림길-청석골 세트장트장-주차장(7시간 30분)

필자는 추석연휴 기간중 한 날을 잡아 철원, 복계산을 가기로 했다. 승용차로 중학교 동창생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하여 9시30분에 복계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쪽을 향해 나아가니, 또 왼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렀다. 삼거리 초입 중앙에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생애와 그의 시, 송정(松亭)을 소개하는 큰 안내판이 자리 잡고 있다. 왼쪽 계곡 옆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 그 계곡에 걸친 조그만 다리를 건너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돌이 많은 길을 걸어 금방 매월대 폭포에 도착했다. 10m 정도의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장관이다. 장쾌한 폭포 소리가 조그만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폭포를 지나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나무 계단을 지나 나무 기둥, 가드레일과 밧줄이 계속 이어지는 산길을 올라 능선에 이르렀다. 조금 더 걸으니 전망이 좋은 바위 터가 나왔다. 바위 서쪽으로 송림 사이로 치솟은 높이 40m에 이르는 매월대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고, 북쪽 멀리 복계산 정상이 아스라이 내다보인다. 바위를 지나 발걸음을 재촉하니, 육산(肉山) 능선길이 이어지고 발밑에 도토리 열매가 수북이 쌓여 나뒹굴고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개쑥부쟁이

노승 쉼터에 다다르니 능선 너머 북쪽 마을들과 산들이 나무 사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인다.
삼각봉을 지나 철쭉 능선길에 접어들었다. 능선 주위로 교통호, 참호, 낡은 철조망들이 군데군데 발견되어 이곳이 군사작전 지역임을 실감케 한다.
다소 길게 이어지는 능선길 주변에는 투구꽃, 쑥부쟁이, 구절초들이 피어있어 하이커를 반겨주고 있고, 어느덧 무덥고 길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음을 일깨워주는 듯 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북쪽은 숲으로 막혀 조망할 수 없지만 남쪽은 일망무제(一望無際)다.
가까이 복주산, 멀리 국망봉, 화악산도 아스라이 보인다. 정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겹겹이 싸인 산들의 물결이 이어지는 모습이긴 하지만, 이곳이야 말로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다.

올라왔던 능선 반대편 능선으로 하산을 시도했다. 헬기장을 지나니 북동쪽으로 민통선 안에 위치한 대성산이 보이고 그 너머 북한의 땅과 산들도 눈에 들어온다. 통일이 된다면 대성산 너머 북한에 있는 산들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련만…..

디딤 사다리, 가드레일, 밧줄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걷다 보면 멋진 바위들, 나무들, 야생화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바위, 돌같은 무생물과 식물, 동물같은 생물은 물론 호모사피엔스라 불리는 인간의 구성성분이 주로 산소, 수소, 탄소, 질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복계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전경(사진 유재성)

인간도 죽으면 몸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갈 텐데. 이런 생각에 이르니 산에서 만나는 생물은 물론 무생물에게도 친근감이 더 느껴졌다.
한참을 걸어 복주산과 하산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는 수피령 갈림길에 도착했다. 작은 능선을 따라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인적이 없고 길도 분명하지 않는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며 걸어 내려가는 길의 연속이었다. 나무가지 사이를 통과하고 낙엽소리가 바스락거리는 한적한 길을 걸어 내려오니 잣나무 숲이 나오고 멀리서 인기척을 들었는지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능선을 타고 내려온 긴 하산이 끝이 났다.

복계산에서 또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 시습의 자취를 발견해서 반가웠다. 한국에 돌아와 산행을 하는 동안 소요산, 덕유산 무주구천동 계곡, 태화산* 마곡사에서도 발견했던 자취들 중의 하나이다.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자, 매월당 김시습은 이를 불의로 여기고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승려가 되어 전국을 방랑하며 단종의 복위를 꿈꾸었으며, 사육신*의 시신도 수습했다고 전해진다.

동서의 고금을 통하여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지식인들, 해바라기처럼 권력만을 추앙하는 벼슬아치들, 신념도 철학도 원칙도 없이 사익을 쫓아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정치인들,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국가 자도자들이 적지않은 듯하다.

아무리 시대적 가치가 달라졌다 하더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사익에 앞서 옳고 그름을 따져 행동하는 규범이 필요한 것 아닐까.

*태화산-충남 공주시 소재 높이 416m의 산.
*생육신-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자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여섯명의 신하들. 매월당 김시습, 성담수, 원호, 이맹전, 조려, 남효은(권절)
*사육신-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되어 죽은 6명의 관리들. 박팽년 ,성삼문,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송정(松亭)

                                    김시습

松亭寂寂松枝蟠(송정적적송지반)

송정(松亭)은 고요하고 소나무 둘렀는데

幅巾藜杖來盤桓(폭건려장래반환)

복건 쓰고 지팡이 짚고 서성거린다

影落一廷碧苔潤(영락일정벽태윤)

뜰엔 그림자지고 푸른 이끼 윤택한데

聲撼半天淸風寒(성감반천청풍한)

하늘 반쯤 흔드는 소리 맑은 바람이 차갑다

擧頭不見有赫日(거두불견유혁일)

머리 들어도 붉은 해 보이지 않고

側耳時聽搖狂瀾(측이시청요광란)

귀 기울이면 때론 물결 소리 들려

茶煙颺處鶴飛去(다연양처학비거)

차 연기 날리는 곳 학은 날아가고

藥杵敲時雲闌珊(약저고시운란산)

약 절구 두들릴 적 구름 머뭇거린다

人散夕陽禽鳥鳴(인산석양금조명)

사람 흩어진 석양에 새들 우는데

正是客去棋初殘(정시객거기초잔)

바로 이 때 객(客)떠나도 바둑은 그대로 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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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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