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月岳山)은 충북 충주시·제천시·단양군과 경북 문경시에 걸쳐있는 높이 1,097m의 산이다.
월악산은 기암절벽이 치솟아 산세가 험준하고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져 주봉이 영봉(1,097m)으로 불리고 있다. 북으로 충주호반, 동으로 단양 8경과 소백산, 남으로 문경새재, 속리산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하여 ‘월악(月岳)’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84년 1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등산코스:덕주사-마애여래입상-송계 삼거리-신륵사 삼거리-보덕암 삼거리-영봉-중봉-하봉-보덕암
필자는 제26차 산행지를 월악산으로 결정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공주에서 출발하여 2시간 이상 차를 몰아 덕주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 시간에 덕주사를 둘러보는데, 구름이 덕주사를 품고 있는 높은 산봉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연기가 산사의 어느 건물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 오른쪽으로 덕주 계곡에 걸린 다리를 지나 등산로에 진입했다. 계곡 물소리와 매미울음소리를 벗하며 돌계단을 걸어 올랐다.



활엽수와 소나무가 숲 터널을 이룬 한적하고 조용한 트레일이다. 무지개 모양의 다리를 건너 앞으로 나아가니 길 양쪽을 돌들을 쌓아 올린 산성터 흔적이 보인다. 또 마른 계곡에 걸친 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오르니 오른쪽으로 암자가 보인다. 암자 옆에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한 암벽에 거대한 마애여래입상*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의 규모도 규모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문외한인 나에게도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이 마애불이 있는 암자는 6·25동란으로 소실된 상덕주사가 있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마애불을 나와 트레일로 복귀했다. 가파른 급경사에 놓인 쇠 계단을 걸어 오르는데 왼쪽을 큰 바위 절벽이 이어지고 낙석주의 안내판도 눈에 띈다. 쇠계단을 한참 오르다 쉬면서 뒤를 돌아 먼산을 바라다보았다. 산봉우리 윗부분이 구름에 잠겼다가 벗어났다 하는 신비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리저리 이어지는 쇠계단을 지나 능선에 도착했다. 또 능선에 솟아있는 바위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쇠계단이 이어진다. 바위 틈바구니에서 자생하는 키 작은 소나무들, 바위, 쇠계단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두 작은 봉우리를 연결하는 구름계단을 건너가니 왼쪽으로 구름에 휩싸인 영봉이 신비스럽게 그 자태를 드러낸다. 이제 바윗길 대신 육산(肉山)의 능선길이 시작된다.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어 송계 삼거리에 도착했다.
안전 쉼터와 안내소가 세워져 있는 안부이다. 영봉쪽으로 향하니 오르막이 시작되고 낙석주의 경고판이 나왔다. 영봉 바로 아래를 우측으로 우회하는 트레일이다. 데크계단위로 낙석을 막기위한 보호철망이 설치되어 있는 길을 걸어 신륵사 삼거리에 이르렀다. 쇠계단, 가파르고 좁은 계단길을 걸어 드디어 영봉에 도착했다.



영봉에 올랐지만 구름에 휩싸여 있어 전망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25년 전 여기에 올라 느꼈던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영봉에 이르는 길도 인공적인 계단, 봉우리 주변도 인공적인 시설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인증사진을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또 바위들을 연결한 쇠계단이 이어진다. 아래쪽을 내려다 보니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고 구름 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바위산의 모습이 선경(仙境)이라 아니 할 수없다.



다시 조금 오르막이 시작되고 중봉에 도착했다. 영봉쪽은 구름이 몰려왔다 갔다를 반복하지만 북쪽 중봉 아래는 충주호가 구름 너머로 선명하게 보인다.
더 내려와 등산 리본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하봉에 도착했다.
이제 능선을 벗어나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 내려와 절리암 지대를 통과하고 나무계단이 이어지는 숲길을 걸어 보현암에 도착했다. 보현암에서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보현암 뒤쪽에 있는 천연동굴을 둘러 보고 주차장에 이르렀다. 택시를 불러 보덕암에서 덕주사까지 되돌아 와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필자가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산행과 시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산행칼럼을 시작하여 한국까지 이어진지도 어언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다소 어설프고 서툰 면이 없진 않았지만, 산행을 하면서 필자가 느끼고 생각한 점을 글과 시를 통해 진솔하게 써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자작시는 거의 없고 인용시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직접 시를 써서 올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최근 산악인이자 시인인 고 이장호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서 필자가 가고 있는 길을 먼저 가셨던 선각자를 만나반갑기 그지없었다.
일상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등산의 길이 시작되고, 일상의 언어가 끝나는 이른바 언어도단의 경지에서 시가 피어난다는 내용이다.
필자가 가는 길에 천군만마를 얻었다고나 할까!
*마애여래입상-높이 13m에 이르는 고려시대의 마애불. 보물제 496호
*책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이장호



월악산에 올라
이현원
나무숲에 땀 헹구고
가파른 비탈 굽이굽이 돌아
월악산 오르는 길
덕주사 감로수에 목축이며
손 씻고 옷깃 여민다
가쁜 숨 몰아쉬고
마애여래입상 우러를 때
마음도 씻었냐고 반문한다
아직도 먼 정상 영봉
나의 몸은 천근만근
발목에 족쇄차고 끌려간다
묻는다
달은 어찌하여
이 험준한 산을 희롱하여
이름을 월악(月岳)이라 지었는가
마음도 욕심도 비우고
바람타고 홀로 올랐단다
멀리 충주 호반에
산 위 내 그림자 비추일 때
물속에 가라앉을까
물 위에 떠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