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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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25편] 춘천, 오봉산(五峰山)

오봉산(五峰山)은 춘천시와 화천군에 위치한 높이 779m의 산이다. 청평사 뒤에 솟은 비로봉(제1봉), 보현봉(제2봉), 문수봉(제3봉), 관음봉(제4봉), 나한봉(제5봉,정상)의 다섯 봉우리가 연이어 있어 오봉산이라 불린다.
산행 초입에 있는 1,000년이 넘은 고찰 청평사, 청평사 회전문, 구송폭포, 삼층석탑, 공주굴,공주탕등을 둘러볼 수 있다.
기차와 배를 타고가는 철도 산행지,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산행코스:청평사-공주탕-척번대-식암폭포-능선 삼거리-홈통(구멍)바위-오봉산 정상-관음봉-문수봉-보현봉-비로봉-능선 삼거리-천단-청평사 (5시간)

거북바위

필자는 춘천, 오봉산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다. 열차로 춘천역까지 버스로 소양강댐까지 이동하여 배를 타고 청평사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유람선을 타고 청평사 선착장에 내려 길을 따라 올라가니 음식점과 상가들이 나타난다. 구름다리, 계곡의 다리를 차례로 건너 오른쪽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한참 걸어 올랐다. 제법 수량이 풍부하고 깨끗한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더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거북바위를 지나가니 구송 폭포가 나왔다. 수량이 많고 9m 높이에서 물이 떨어지는 제법 규모가 크고 멋진 폭포였다.

구송 폭포 (사진 조성연)

곧 청평사에 도착했다. 청평사는 고려때 창건된 유서깊은 절로서 회전문(보물제164호)을 비롯한 대웅전, 극락보전, 수령 800년된 주목이 인상적이었다.
절을 나와 청평사 계곡을 따라 시작되는 오봉산 트레일에 들어서 조금 걸으니 공주탕이 나왔다. 공주탕은 당나라 공주와 상사뱀의 설화가 서려있는 멋진 소(沼)이다. 시끄러운 매미울음 소리를 벗하며 조금 오르니 쇠 막대기둥과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바위틈을 지나는 길이 나왔다. 번뇌를 씻어낸다는 척번대(滌煩臺), 식암폭포, 진락공 세수터같은 대(臺), 반석, 폭포등이 계속 이어져 심심치가 않다.
낙석주의 경고판이 있는 암석구간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과 나무계단 길을 걸어 올라 능선 삼거리에 이르렀다.

이제 능선의 암릉을 걷는 길이 시작되었다. 쇠기둥과 밧줄이 능선 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갑자기 큰 바위들이 나타나고 비스듬히 두 바위틈 사이를 오르는 도중 두 차례 홈통바위(구멍)를 지나는데 배낭이 자꾸 바위에 걸려 기다시피 통과했다.


능선에서 바라본 소양강 방면

능선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소양강댐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푸르른 산들의 연봉(連峰)들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능선을 한참 걸어 오봉산 정상, 나한봉(제5봉,779m)에 도착했다.
인증사진을 찍고 조금 험한 능선을 내려가니 청솔 바위가 나왔다. 큰 바위들 틈 사이에 우뚝 솟은 소나무 한 그루가 멋지다. 어떻게 능선 위에 위치한 높은 바위들만 있는 곳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자랄 수 있었을까? 자세히 보니 뿌리가 바위틈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 뿌리가 땅까지 이른 모습이 보이지 않은가! 생명의 신비 앞에 경건한 마음마저 느껴진다.

청솔바위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내려와 나무 계단을 걸어 오르니 제4봉(관음봉)이다. 또 능선을 내려와 암릉 길을 걸어 제3봉(문수봉)에 도착했다. 차례로 제2봉(보현봉)을 통과하고 쇠기둥과 밧줄을 잡고 오르니 제1봉(비로봉)이다. 이제 다시 능선 삼거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되돌아 가면서 능선을 굽어살피니 다섯 개 봉우리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인다.
능선 삼거리에서 천단, 청평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암릉을 걸어 오르니 급경사 안내문이 나왔다.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천단(天壇)이라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기품있는 바위가 나왔다. 이제부터는 바위에 박힌 쇠기둥, 디딤 사다리, 연결 밧줄이 없으면 하강할 수 없을 정도의 바위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몇 번 더 바위 내리막길을 내려와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오봉산 자락 숲속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청평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게 보이는 사찰 건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한없이 조용하고 한가롭게 느껴진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속세를 멀리 벗어난 듯한 모습으로. 몇 번의 내리막 바위를 더 탄 끝에 800년 수령의 주목이 서 있는 사찰 뒷마당에 도착했다.

흔히 멀고 험한 길을 갈 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간다’는 말을 쓴다. 오늘 필자도 형식상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산행을 했다. 육지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오봉산을 오른 후, 또다시 배를 타고 육지로 되돌아 왔으니까.

청평사 전경

실제 필자의 삶도 일정 부분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에서 21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20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에서 블루칼라로 변신하여 이민의 삶을 살다가, 종국에는 영주권이 거절되고 운영하던 세탁소의 상가마저 재개발되어 한국으로 되돌아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든 바람처럼 물처럼 자유로운 몸과 마음을 지녔다면, 먼 길은 물론 험한 길을 걸어 못 갈 곳이 없으리라. 산을 넘고 물을 건넌다 하더라도.
산을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천단아래 바위 내리막 (사진 조성연)
                  목계 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는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 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 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목계 장터
남한강변에서 가장 번화했던 나루터이자 장터.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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